지난 5월 28일 폐막한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거의 매년 빼놓지 않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선보였던 부지런한 배우다. 하지만 송강호는 2019년 <기생충>과 <나랏말싸미>를 끝으로 관객들에게 한동안 신작을 선보이지 못했다. 물론 송강호는 이 기간에도 열심히 영화를 찍고 있었고 개봉연기는 송강호가 아닌 배급사와 제작사의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2년 넘게 송강호의 신작을 볼 수 없었다.

이는 송강호와 <살인의 추억> <괴물> <나랏말싸미>에 함께 출연했던 박해일도 마찬가지.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지난 2년 동안 신작 개봉을 하지 않았던 박해일은 오는 29일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을 통해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에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시리즈인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 역으로 나올 예정이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역병을 피해 잠시 움츠리고 있던 것은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TV드라마를 위주로 활동하던 배우들 중에서도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긴 휴식기를 가졌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2018년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로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3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소지섭은 3일 첫 방송되는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를 통해 3년 7개월 만에 시청자들을 만난다.

작품마다 꾸준히 성장한 수영 유망주 출신 배우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방영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지섭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방영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지섭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 KBS 화면 캡처

 
연예계 데뷔 전 전국체전 입상경력을 가졌을 정도로 촉망 받는 수영 유망주였던 소지섭은 1995년 청바지 브랜드 모델 선발대회에서 1등으로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MBC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이의정을 짝사랑하던 어리바리 순정남 역할로 연기를 시작한 소지섭은 2001년 <맛있는 청혼>과 2002년 <유리구두>, 2003년 <천년지애>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연기경험을 쌓았다.

사실 2004년 초 조인성, 하지원과 함께 <발리에서 생긴 일>에 출연할 때만 해도 소지섭은 주인공을 연기하기엔 2% 부족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지섭은 2004년 1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지섭의 인생캐릭터로 꼽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을 만났다. 소지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평생 소꿉친구를 짝사랑했던 송은채(임수정 분)와 가슴 시린 사랑을 하는 차무혁을 멋지게 연기했다. 

소지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열연을 통해 20대 후반의 많지 않은 나이에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배우로 떠올랐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종영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소지섭은 소집해제 후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또 한 번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소지섭은 <카인과 아벨>과 <로드 넘버원>에서도 변함 없이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미지를 굳혀갔다.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 전직복서, <회사원>에서는 살인청부회사 내 영업 2부 과장을 연기했던 소지섭은 2013년 홍자매 작가가 각본을 쓴 로맨틱 코미디 호러 <주군의 태양>에 출연했다. 까칠한 재벌남 주중원을 연기한 소지섭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벗어나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로맨스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5년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서 정조 역으로 특별출연한 소지섭은 2017년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서 종로깡패 두목 최칠성을 연기했다. 소지섭은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심성이 착하고 책임감 있는 칠성 역을 잘 소화했다. 하지만 황정민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으로 이어지는 호화 캐스팅을 자랑했던 <군함도>는 267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650만 관객에 그치면서 흥행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법정물과 의학물의 매력이 한 편에?
 
 소지섭은 2018년 <내 뒤에 테리우스>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소지섭은 2018년 <내 뒤에 테리우스>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 MBC 화면 캡처

 
비록 <군함도>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소지섭에게는 2017년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화려한 2018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하고 '멜로전문가' 손예진과 <맛있는 청혼> 이후 17년 만에 재회한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2018년 3월에 개봉해 전국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록 기자와 평론가들에게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상업영화의 성공여부는 평론가들이 아닌 관객들이 정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소지섭은 같은 해 9월 첩보와 로맨틱 코미디를 섞은 MBC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 출연했다. 아역배우 출신 정인선과 좋은 연기호흡을 보인 소지섭은 <내 뒤에 테리우스>를 2018년에 방송된 MBC의 주중 드라마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시청률로 이끌었다. 결국 소지섭은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23년 만에 배우생활에 정점을 찍었다.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2020년 4월 전 OGN 아나운서 조은정과 혼인신고를 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동이 없던 소지섭은 3일 첫 방송되는 MBC 금·토 드라마 <닥터 로이어>를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소지섭이 <닥터 로이어>에서 맡은 역할은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의료소송 변호사로 변신한 천재 외과의사 한이한이다. <닥터 로이어>는 각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의학물과 법정물의 재미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닥터 로이어>에는 소지섭 외에도 신성록이 로비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아너스 핸드'의 아시아지부장인 재미교포 3세 제이든 리를 연기한다. 임수향은 범죄자의 갱생은 선처가 아닌 처벌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가진 서울중앙지검 의료범죄전담부 검사 금석영 역을 맡았다. 이 밖에도 동시간대의 <왜오수재인가>에 겹치기 출연하는 '또경영' 이경영을 비롯해 이주빈, 최덕문, 김형묵, 김호정 등의 배우들이 <닥터 로이어>를 빛낼 예정이다.

MBC 금·토 드라마는 작년 연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대박'을 친 후 임시완을 앞세운 <트레이서>와 김희선이 출연한 <내일>이 연속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3년 7개월 만에 복귀하는 '시청률 보증수표' 소지섭을 전면에 내세운 <닥터 로이어>에 대한 MBC의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연 소지섭은 듬직한 연기와 카리스마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소지섭의 복귀작 <닥터 로이어>는 의학물과 법정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소지섭의 복귀작 <닥터 로이어>는 의학물과 법정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 <닥터 로이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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