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 6월 열린 파라과이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 손흥민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 6월 열린 파라과이전에서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활용법'

지난 4년 동안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늘 따라붙은 과제와도 같았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보유한 것은 한국 대표팀에게 축북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소속팀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에서의 간극이 컷던 탓일까. 벤투 감독이 비판에 시달린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손흥민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이번 9월 코스타리카-카메룬과의 A매치 2연전은 실질적으로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라서 중요도가 높다.

벤투 감독 전술에 녹아든 손흥민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후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며 꾸준하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지난 시즌 최정점에 올랐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터뜨리며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한국 축구를 넘어 아시아 축구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아시아 선수도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례를 증명함과 동시에 손흥민을 향한 월드클래스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8년 여름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전까지 손흥민의 A매치 기록은 21경기 4골 6도움에 그쳤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득점력이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후방에서의 세밀한 빌드업을 구현하지 못하자 손흥민이 미드필드로 내려오는 빈도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 페널티 박스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벤투 감독도 그동안 손흥민을 살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4-3-3에서 왼쪽 윙 포워드 혹은 경기 도중에 중앙 공격수로 올리거나, 경기 시작부터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해 투톱에 놓기도 했다.
 
손흥민이 비로소 벤투호의 에이스로 거듭난 것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부터였다. 팀 내 가장 많은 4골을 폭발시키며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특히 난적이었던 이란과의 중요한 2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2018년 고전 끝에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과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기에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벤투호를 향한 비판 여론을 바꿀 수 있었다.

정돈되지 않았던 후방에서의 세밀한 빌드업 체계가 뿌리 내린 것이 주효했다. 매 경기 중원을 장악하며 매끄러운 패스 순환이 이뤄졌고, 이에 손흥민은 오로지 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 대표팀 벤투 감독이 오는 9월 A매치 2연전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 대표팀 벤투 감독이 오는 9월 A매치 2연전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다양한 실험 강행
 
지난 6월 A매치 4연전에서 보여준 벤투호의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시아를 벗어나 타 대륙 강팀과의 경기에서 과연 얼마나 완성도 있는 전술을 보여줄지가 화두였다. 그런데 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맞아 1-5로 크게 패했고, 이후 칠레-파라과이-이집트전에서 무패를 기록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
 
하프라인 아랫 지점에서 상대의 빠르고 조직적인 압박에 허둥지둥대며,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탈압박과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라면 4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공격력이다. 손흥민, 황의조(이상 2골), 황희찬, 조규성(이상 1골) 등 공격 자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벤투 감독의 변화된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플랜A로 사용한 4-3-3 포메이션이 브라질전에서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벤투 감독은 이후 4-2-3-1(칠레전), 4-1-3-2(파라과이전), 4-4-2(이집트전) 등 매 경기 모두 다른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손흥민도 왼쪽 윙 포워드(브라질전), 원톱(칠레전), 투톱(파라과이-이집트전)으로 각각의 포지션에서 실험대에 올랐다.

손흥민은 6월 A매치 4연전에서 유일하게 선발 출장한 선수다. 결국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손흥민 시프트'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9월 A매치 2연전도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지난 19일 경기 파주시 축구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 소집 인터뷰에서 "다른 것들을 시도할 것이지만 경기에서 보여드릴 생각이다"라며 "첫 경기까지 시간이 있다. 훈련을 통해 체크해 보겠다"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코스타리카와 카메룬 모두 다른 스타일인만큼 벤투 감독이 추구할 실험 옵션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 소속팀 토트넘에서 시즌 초반 8경기 연속 무득점을 깨뜨린 것은 긍정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열린 2022-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에서 후반 14분 교체 투입 후 3골을 터뜨리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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