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FC 서울 골잡이 황의조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 앞에서 슛 기회를 찾고 있다.

전반전, FC 서울 골잡이 황의조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 앞에서 슛 기회를 찾고 있다. ⓒ 심재철

 
토요일 오후 기온 0℃로 꽤 쌀쌀한 날이었지만 2023 K리그 개막을 맞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2만2204명의 대관중이 모여들었다. 지난 해 2월 19일 개막날 세 곳(전주, 인천, 대구) 합산 관중수인 2만1179명보다도 많으니 축구 열기가 매우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게임 내용까지 박진감이 넘쳤으니 최고의 시작 분위기였다.

안익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25일(토)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경인 더비에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적생 임상협의 그림같은 왼발 첫 골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관중들도 S석 허용된 자리를 가득 채웠으니 실로 오랜만에 더비 매치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새 시즌, 새 멤버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였다. 이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첫 골이 29분 32초에 터져나왔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두 시즌을 뛰고 FC 서울로 온 임상협이 그 첫 골 주인공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골을 도운(?) 선수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새 옷으로 갈아입은 신진호였다. 지난 해까지 2년 동안 포항 스틸러스에서 단짝으로 뛰던 동갑내기 둘의 사연이 이렇게 기구하게 엮인 셈이다. 신진호의 오른발 패스 미스로 슛 기회를 얻은 임상협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바로 밖에서 그림같은 왼발 감아차기 골을 왼쪽 톱 코너로 꽂아넣은 것이다. 순발력 뛰어난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동헌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궤적이었다.

FC 서울의 다른 이적생들 활약도 눈부셨다. 6개월 단기 임대 형식으로 합류했지만 황의조의 날카로운 공격력은 여전했고 부천 FC 1995에서 골키퍼 유니폼을 갈아입은 최철원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의 결정적인 슛(37분 김도혁, 45+3분 김보섭, 90+8분 델브리지) 기회마다 침착한 선방 능력을 자랑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후반전에는 더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홈 팀 골잡이 황의조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주장 오반석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찬 슛(51분)이 김동헌 골키퍼에게 막혔고, 임상협의 컷 백 크로스를 받은 나상호의 오른발 슛(68분)은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다.
 
 70분 1초, FC 서울 김주성의 헤더 결승골 순간

70분 1초, FC 서울 김주성의 헤더 결승골 순간 ⓒ 심재철

 
그리고 FC 서울의 추가골이 나왔다. 70분 1초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주성이 프로 데뷔 첫 골의 감격을 누린 것이다. 임상협의 전반전 골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궤적이었기 때문에 골키퍼로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 코너킥 로빙 크로스 낙하 지점을 찾지 못한 것은 김동헌 골키퍼에게 뼈아픈 실수로 남았다. 그의 키를 넘은 공을 받아 김주성이 빈 골문 안으로 방향을 잡은 헤더 슛을 떨어뜨린 것이다.

축구에서 상대 팀의 실수에 의한 골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바로 이 게임도 말한 셈이다. 패스 미스, 골키퍼의 판단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87분에 신진호의 오른발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맞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오반석의 오른발 발리 골이 멋지게 들어갔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2020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은 오반석이 네 시즌만에 첫 골을 넣은 것이다.
 
 87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오반석의 오른발 골 순간

87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오반석의 오른발 골 순간 ⓒ 심재철

 
수비수 델브리지까지 공격수로 올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반격은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다 지난 뒤에도 이어졌고 마지막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골문 바로 앞 델브리지의 왼발 인사이드 슛까지 나왔지만 홈 팀 골키퍼 최철원이 침착하게 손을 뻗어 막아내면서 정동식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제 FC 서울은 다음 달 5일 오후 4시 30분 광주로 달려가서 수원 블루윙즈를 이기며 기세를 올린 광주 FC를 만나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그보다 하루 전 4일(토) 오후 2시에 8년만에 승격 꿈을 이룬 대전하나시티즌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종료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송시우가 동점골을 노리며 FC 서울 골문 앞으로 달려가는 순간

종료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송시우가 동점골을 노리며 FC 서울 골문 앞으로 달려가는 순간 ⓒ 심재철

 
2023 K리그1 결과(25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임상협(29분 32초), 김주성(70분 1초,도움-기성용) / 오반석(87분)]

◇ FC 서울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박동진(90+1분↔이시영), 황의조(84분↔권완규)
MF : 임상협, 기성용, 팔로세비치(75분↔김신진), 나상호(75분↔윌리안)
DF : 이태석, 오스마르, 김주성, 김진야
GK : 최철원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77분↔송시우), 김보섭, 음포쿠(85분↔김연수)
MF : 김도혁(77분↔민경현), 신진호, 이명주(85분↔문지환), 정동윤(57분↔에르난데스)
DF : 델브리지, 김동민, 오반석
GK : 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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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임상협 인천 유나이티드 FC FC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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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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