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6 07:03최종 업데이트 23.06.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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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반려동물 입양에도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 ⓒ pexels.com

  
지난 2월 펫푸드 기업인 로열캐닌과 미국의 밴필드 수의병원(Banfield Pet)은 임상기록 분석을 통해 반려동물(개와 고양이)의 기대수명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결과 성별 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개의 기대수명은 12.69세, 고양이는 11.18세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어린 반려동물을 맞이한다면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함께 생활을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은 정서적 측면에서는 반려인과 서로 상호적이며 유대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지만 생활적 측면은 이와 사뭇 다르다. 인간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반려동물은 생존 문제에 있어선 철저히 반려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것은 10년 이상 자신이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긴다는 의미다. 이것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책임지고 함께 할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데 고민하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반려가구가 반려동물 입양을 결정하는 데 '당일 바로' 입양을 결정했다는 응답이 27.1%로 가장 많았고 '일주일 정도' 생각했다는 응답은 22.7%, '2~3주일 정도' 생각했다는 응답자는 13.0%였다. 반면 '1개월 이상' 생각했다는 응답자는 모두 34.5%에 불과했다(1개월 14.8%, 2-3개월 11.3%, 4-5개월 2.4%, 6개월 이상 6,0%). 2/3에 가까운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데 있어 한 달의 기간도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충분한 고민 없이 이루어진 반려동물 입양은 불충분한 준비로 이어진다. 위 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반려가구가 전체의 28.4%에 불과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 없이 시작한 반려생활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잘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를 점검하고 능력을 갖춰 맞이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더이상 이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규제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어린 반려동물 선호하는 한국
 

갓 태어난 강아지들 (자료사진) ⓒ pixabay

  
먼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대량으로 생산(번식)하고, 판매하는 동물 생산·판매 체계부터 손 봐야 한다. 현재 일반적인 반려동물의 생산 및 판매 과정은 동물생산업자-경매장-동물판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진다.

보통 반려견의 사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는 3~14주령으로 이때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의 형태를 형성하는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 모견 및 형제견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규칙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판매가능한 반려동물의 연령을 2개월령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해당 기간의 절반 정도는 모견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 등은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 당시 반려동물 판매 가능연령을 3개월령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생산·판매업자들의 반대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업자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 가능 연령을 상향할 경우 귀여운 외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고 귀여운 외모를 유지하기 위하여 펫숍 등에서는 극히 제한된 양의 사료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사회화 시기에 빨리 분양이 되어 사람과 생활하면서 훈련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동물생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우리가 펫숍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는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 출신이다. 이곳에서 모견들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반복적인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다. 모견들의 사회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고 자견이 모견과 함께 자란다고 해서 적절한 사회화가 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의 경우 2020년 루시법이 시행돼 자신이 직접 번식시킨 개나 고양이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해(제3자 판매 금지) 펫숍 등에서의 판매를 금지시켰다. 또한 개나 고양이를 번식시켜 판매할 때는 그들의 출생지에서 어미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 뉴욕주 역시 지난해 말 펫숍에서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켜 2024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독일의 경우 전문브리더를 통한 분양 또는 동물보호소를 통한 입양이 일반적이며, 법으로 펫숍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반려동물의 사육기준이 까다롭고 동물을 판매할 때도 이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펫숍 형태의 동물판매업을 운영하기 어렵다. 가령 독일에서는 개를 키울 때 충분한 야외활동을 보장하고 20주령 이하의 강아지는 하루 4시간 이상 보호자와 접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 펫숍이 발붙이지 못하는 것은 이런 규정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양 및 입양 까다로운 외국
   

독일의 반려견 면허시험에 대해 소개한 사이트 (https://www.hundeschulen.de/) ⓒ www.hundeschulen.de

    
다시 우리 현실로 돌아오면 동물 생산·판매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사회화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며 반려인들이 숙고할 수 있는 시간 또는 적절한 지식 혹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전무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소셜미디어가 반려동물의 판매 및 광고의 주요 경로로 부상하면서 구매 전 동물을 직접 보는 과정마저도 생략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동물판매를 홍보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원하는 품종, 성별 등에 대한 간단한 상담을 거친 후 사진이나 영상으로 후보 동물들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동물이 있다면 서류를 주고받아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를 하면 동물운송업체 등을 통해 배달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동물판매업체로부터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안내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반대로 해당 반려동물의 외모와 이 개체가 얼마나 키우기 쉬운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당일에 반려동물을 구입하고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생산·판매의 과정에서도 반려인들이 분양받은 이후에도 반려동물들이 인간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데 요구되는 행동양식을 익히고 훈련받을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없다.

독일에서는 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주에서는 특정 견종을 키우기 위해 반려견 면허시험(Hundeführerschein)을 치러야 한다. 특히 북부 니더작센주는 종에 관계 없이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만 반려견을 입양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시험은 이론과 실기시험으로 나누어 치러지며, 반려견을 입양하거나 분양 받기 전 이론시험(생태적 특징, 훈련방법, 관련 법률 등)을 보고, 실기시험은 입양 및 분양 1년 후의 시기에 치러진다.

실기 시험에서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에 대해 간단한 통제(앉아, 서, 기다려 등)가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 보며 위험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등을 평가한다. 또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지방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도 납부해야 하는데 키우는 개의 수가 늘어날수록 마리당 부과되는 세금 역시 늘어나는 누진세 성격을 띠고 있다.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 외출시에는 세금납부를 증명하는 인식표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꼭 동물복지적 측면에서가 아니라도 반려동물을 데려와 키우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지금과 같은 펫숍 형태의 동물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전문브리더 또는 동물보호센터 및 민간동물보호시설을 통한 입양을 통해 반려동물을 맞이하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영국이 루시법을 통과시키기고 시행하기까지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었고, 유사한 법을 제정한 국가들에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상당 기간 이어왔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펫숍 판매금지에 앞서 동물의 생산·판매 과정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르게 손 봐야 한다. 지금처럼 뜬장 형태의 좁은 케이지에서 새끼를 낳아 좁은 쇼케이스에 진열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사회화 시기에 사람과 접촉하거나 다양한 자극과 환경을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당연히 분양 후 분리불안, 헛짖음, 공격성 발현, 배변실수 등 다양한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반려동물 판매과정에서 사육환경을 케이지가 아닌 평사로 제한하고, 사람이 직접 접촉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인력 및 관리기준 등을 강화해야 한다.

광고시 충분한 정보 제공해야
 

동물, 여성, 환경 등 21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연대(이하 동물아연대)’ 출범을 알리며 ‘동물 비물건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와 함께 동물판매업자 허가번호, 업소명, 주소, 연락처만 기재하도록 한 온라인 홍보시 규정을 해당 동물의 부모견 및 생산업자 등 배경정보와 동물의 건강상태, 예방접종 기록 등의 건강 관련 정보, 판매전 구매자 명의의 등록신청 의무 조항, 판매 동물별 생태적 특성 등에 대한 정보, 적정한 양육을 위한 정보 등을 함께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광고와 관련해서는 외국 역시 규제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나 영국과 EU 등에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정논의를 진행 중이다. EU 집행위원회의 동물복지 플랫폼은 동물판매업자가 온라인 광고/판매를 할 때 플랫폼에 1인당 하나의 계정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동물에 대한 정보로 △광고 대상 동물의 최근 날짜가 찍힌 사진 △생년월일 및 동물이 태어난 장소, 성별, 품종 등의 정보 △동물 가격 및 구매자/소비자의 권리(예: 보증) △동물의 등록번호 △예방 접종 및 구충 등 건강 관련 정보 △견종별 정보 및 책임감 있는 관리를 위한 일반 정보 △품종별 특성 외에 동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예: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함, 어린이에게 적합함 등)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중이다.

또 여기에는 판매업자 관련 정보로 △판매자 연락처 및 실명(가명 불가), 이메일, 동물이 있는 지역 등 △판매자 유형(개인, 영업자, 동물보호단체 등) △식별 가능한 생산업자 등록 번호 등을 포함한다.

생산·판매업에 대한 규제와 동시에 반려인들이 일정한 양육능력을 갖추거나 고민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도 꾀해야 한다. 지금은 동물보호법 제4조 제5항에서 동물의 소유자등이 동물의 보호·복지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선언적 내용으로 어떠한 제재도 없으며, 맹견 혹은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개에 한해서만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강화 방안'에서는 반려동물 입양예정자에 대한 양육 관련 소양·지식 등 사전교육을 확대하고(온라인 강의 → 실습 훈련 강화, '23), 충동적인 반려동물 입양을 방지하기 위해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23 연구용역, '24 제도개선)을 발표한 바 있어 그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동물 생산·판매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영업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나아간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생산과 판매 과정에서 동물복지와 정보 제공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반려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동물의 복지증진은 물론 과잉 생산에 따른 잉여 생산 동물에 대한 처리로 인한 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절감, 반려인들의 피해 예방 및 동물학대 및 유기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동물복지 없이는 관련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 필자 소개 : 채일택은 동물운동단체인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로 국내·외 동물복지 및 동물 권리에 대한 연구조사와 입법,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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