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열린 부천영화제 '메이드 인 아시아 포럼' 3부 행사. 왼쪽부터 김영덕 프로그래머, 박기용  영진위원장. 제니퍼 라오 타이베이 영상위원장, 로나 티 말레이시아 제작자,  인도네시아 필름보드 비비안 이드리스 부위원장.

6월 30일 열린 부천영화제 '메이드 인 아시아 포럼' 3부 행사. 왼쪽부터 김영덕 프로그래머, 박기용 영진위원장. 제니퍼 라오 타이베이 영상위원장, 로나 티 말레이시아 제작자, 인도네시아 필름보드 비비안 이드리스 부위원장. ⓒ 성하훈

   
부천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산업 프로그램인 B.I.G(BIFAN Industry Gathering)가 지난 6월 30일 시작해 7월 3일 마무리했다. 아시아 장르 영화와 시리즈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투자 및 공동제작을 연결하는 특성상 국내외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전히 정상화된 올해 아시아 영화인들의 관심이 컸다.
 
특히 주목된 행사는 6월 30일 열린 '메이드 인 아시아' 포럼이었다. 아시아 각국의 영화 산업의 핵심 인사와 정책결정자들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국내외 영화인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1부 한일 영화산업, 2부 아시아 영화산업을 주제로 한 포럼이 진행됐고, 이어서 아시아영화 협업 활성화에 대해 논의하는 3부 '아시아가 아시아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특히 3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각국 영화 산업이 조금씩 회복되는 가운데, 팬데믹으로 차갑게 식었던 아시아영화 협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영진위 존재 부러워하는 아시아 영화인들
 
 지난 5월 칸에서 출범한 아시아영화연대기구(AFAN) 패널 토론.

지난 5월 칸에서 출범한 아시아영화연대기구(AFAN) 패널 토론. ⓒ 영진위 제공

 
앞서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는 아시아 7개국(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이 아시영화연대기구(AFAN. Asian Film Alliance Network)를 출범시켰다. 부천의 포럼은 그 후속 행사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부천영화제와 함께 공동주최한 3부 포럼에는 박기용 영진위원장, 말레이시아 영화계의 실력자인 제작자 로나 티, 인도네시아 필름보드 비비안 이드리스 부위원장, 타이페이 영상위원회 제니퍼 자오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박기용 위원장은 영어로 진행한 발제를 통해 "2022년 칸영화제 수상작인 <브로커>는 한국 배우와 일본 감독의 협업에 따른 한일 공동제작 결과물이었다"며 아시아영화의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각국의 상황을 공유하는 가운데, 패널들은 아시아영화 합작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영진위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포럼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영진위를 바라보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시선이었다. 아시아 영화인들은 한국 영진위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시아 영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영화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흔치 않은 탓에, 일본 영화인들 역시도 자국에 영진위 같은 영화기관이 있기를 희망할 정도였다.
 
말레이시아 제작자 로나 티는 "지금까지 부산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과 협업을 했고, 부산영화제 기간 중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영진위에서 파티를 열어줬다"며 "2018년부터 영진위와 협업하면서 범아시아영화조직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로나 티는 "한국 영진위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인도네시아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아세안국가의 관심사가 다르고 결과 내기가 쉽지 않으나,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박기용 위원장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기용 위원장은 "1994년 이후 정부 차원 영화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영진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다양한 협업이 20년간 이뤄졌는데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 "영진위가 이런 협업 이루는데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제니퍼 자오 타이페이 영상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다들 부산을 이야기했다. 부산이 타이페이영상위원회 활동에 영향을 끼쳤고, 타이페이가 부산과 협업을 통해 손실을 줄였다"면서 "아시아영화연대기구(AFAN)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냐"고 물었다.
 
박기용 위원장은 "영화를 만들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일을 다 해야 하고 1~2개 기관이 아닌 모든 기관이 참여해 아시아영화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는 현안으로 시작해 당분간은 의장이나 규정 규칙 없이 일을 해 본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런 식의 대화가 영화제를 통해서 계속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아세안영화기구 사업'을 낭비 사례로 규정당했기에 영진위 답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관련기사 : 한-아세안 사업도 혈세 낭비? 문체부 장관의 '무지').
 
아시아영화 지원·연결·협력 성과 나타낸 부천
 
 6월 30일 열린 부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의밤.

6월 30일 열린 부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의밤. ⓒ 성하훈

 
아시아영화의 협력 공감대가 형성된 부천영화제 포럼은 아시아영화의 공동 발전 방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아시아영화의 허브를 자임하는 부산에 이어, 부천 역시 아시아영화의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엿보였기 때문. 특히 올해 부천영화제가 책자로 정리해 내놓은 '아시아 각국의 영화 산업 동향'은 아시아 영화인들로부터 큰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아세안 중심의 동남아시아 시장은 10억 인구의 큰 시장으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K-문화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현실에서 한국영화산업의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영화제의 역할이 요구되는 때, 오랜 시간 아시아 영화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연결하고 협력해 온 부천영화제의 노력이 인정받기 시작한 모습이다.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최근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젊은 영화인 지원사업을 했는데, 한 참가자가 '<올드보이>를 본 이후로 유대감이 생겼고, 아시아적인 게 있는 베트남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면서 "'아시아 정체성 추구'가 협력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부천영화제 아시아영화연대기구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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