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 KIA를 꺾고 파죽의 10연승을 내달렸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5안타를 때려내며 5-2로 승리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깔끔한 역전승을 거둔 두산은 10연승을 내달리며 김인식 감독 시절이던 2000년과 김태형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시절이던 2018년에 이어 구단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43승1무36패).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6이닝6피안타2사사구2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고 9회를 탈삼진 3개로 막은 마무리 홍건희는 21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6회 솔로 홈런을 터트린 허경민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호세 로하스도 5회 동점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날 결정적인 적시타로 두산의 10연승을 견인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후반기 두산의 유격수 경쟁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복덩이 보상선수' 박준영이 그 주인공이다.

확실한 주전 유격수 없었던 전반기의 두산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9번타자 박준영이 7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때리고 있다.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9번타자 박준영이 7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지난 2010년대 두산은 유격수 포지션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손시헌과 김재호로 이어지는 확실한 유격수 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손시헌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2013년까지 두산의 유격수 자리를 지켰고 손시헌이 떠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김재호가 그 자리를 물려 받았다. 그리고 김재호가 주전 유격수가 되면서 내야 유망주 허경민은 무주공산이었던 3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0 시즌까지 두산 부동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키던 김재호는 2021년 89경기에서 타율 .209 44안타1홈런24타점23득점, 작년 102경기에서 타율 .215 48안타1홈런21타점26득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더 이상 '두산의 유격수=김재호'라는 당연했던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됐고 작년 시즌이 끝나고 두산에 부임한 이승엽 감독에게는 하루 빨리 김재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전 유격수를 찾아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실제로 두산은 전반기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유격수 주전경쟁을 했다. 시즌 초반에 기회를 얻었던 신예 안재석은 공수에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현재는 허리부상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내야 유틸리티 이유찬은 전반기 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감독추천으로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유격수보다는 2루수 출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안재석과 이유찬이 유격수로서 만족할만한 활약을 해주지 못하자 이승엽 감독은 박계범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박계범은 전반기 유격수로 24경기에 선발출전해 타율 .236 2홈런13타점14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출전경기와 이닝(212.2이닝)에 비해 실책(6개)이 다소 많았고 득점권 타율도 .171(35타수6안타)에 그치는 등 공수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밀어줄 만큼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두산의 유격수 자리는 돌고 돌아 다시 '구관' 김재호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김재호는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전반기 타율 .301에 실책3개를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두산이 9연승을 내달린 전반기 마지막 9경기에서는 타율 .350(20타수7안타)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후 후반기 첫 경기에서 이승엽 감독이 선택한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김재호가 아닌 박준영이었다.

불운 이겨내고 두산의 유격수로 정착할까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포수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준영은 만25세라는 젊은 나이에 비해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경기고 시절 청소년대표 출신의 내야 유망주였던 박준영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해 투수로 변신했다. 박준영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32경기에 등판해 1승5홀드를 기록하며 NC불펜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은 박준영은 팔꿈치의 힘줄이 약해 투수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고 2018년 군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쳤다. 전역 후 다시 내야수로 돌아온 박준영은 손시헌이 쓰던 등번호 13번을 물려받았고 야수컴백 2년째가 되던 2021년 1군에서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09 8홈런31타점37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조금 낮았지만 호타준족 내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충분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박준영은 작년 9월 도루시도 도중 왼쪽 어깨를 다치며 수술을 받았고 6개월 정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불운이 겹치며 프로에서 7년을 보낸 박준영은 작년 12월 FA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박준영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재활에 힘쓰다가 지난 5월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전반기 마무리를 4경기 앞둔 지난 7일 두산 이적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박준영은 짧은 기간 동안 1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적 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낸 박준영은 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복귀 첫 홈런과 함께 3안타3타점2득점을 기록하며 4경기에서 타율 5할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그리고 21일 KIA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는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7회 2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3타점 짜리 적시 3루타를 터트리며 두산의 10연승 달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박준영은 전반기 막판 선발출전한 3경기에서 모두 3루수로 나섰지만 두산의 핫코너에는 '캡틴' 허경민이 있어 당장 박준영이 넘보기엔 버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주인이 없는 유격수는 다르다. 박준영이 유격수에서 안정된 수비와 함께 클러치 능력까지 선보인다면 충분히 유격수 주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또 한 명의 '보상선수 신화'를 쓰고 있는 박준영은 과연 두산 내야의 야전사령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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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박준영 보상선수 주전 유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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