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우승팀의 이듬해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징크스가 또다시 현실화될까.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SSG는 지난 주말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지난 12일 KT전, 14일 두산전을 포함하면 5연패다. 연패 기간 팀 자책점은 6.70에 팀 타율 .219로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을 드러냈다.
 
최근 10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1승 1무 8패, 월별승률은 2승1무11패로 승률이 .154에 불과하다. 이달 성적만 놓고 보면 부동의 꼴찌 키움보다도 못한 리그 최하위다. 10일 KT 위즈전에서 6대5로 간신히 역전승을 기록한 것이 최근 거둔 마지막 승리였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DH) 1차전. 3-8로 패한 SS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DH) 1차전. 3-8로 패한 SS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 붕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급격한 마운드 붕괴다. 외국인 투수 맥카티는 9월 들어 5일 한화전 3이닝 6실점, 10일 KT전 5이닝 5실점, 17일 LG전 3.2이닝 7실점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4-5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문승원-박종훈-오원석 등은 집단 난조에 빠져있다. 부동의 에이스 김광현도 최근 등판에서는 이름값에 비하면 평범한 구위를 보이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본래 선발진이 강점이었던 SSG인데 최근에는 확실하게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불펜도 문제다. 믿었던 마무리 서진용이 최근 5경기에서만 세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한 경기는 단 3번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SSG의 9월 팀평균자책점은 6.91에 이른다. 타선도 부진하지만 그나마 점수를 뽑아 리드를 잡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마운드와 수비가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대표적이다. SSG는 선발 엘리아스가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9회 초까지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9회 말 마무리 서진용이 무너지며 3실점으로 거짓말같은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하루 휴식 후 다음 경기였던 16일 LG전에서는 5회까지 0-3으로 끌려가다가 6회에 4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으나 곧바로 LG에 2이닝간 7실점을 허용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이어진 17일 더블헤더 경기에서는 김광현과 맥카티를 원투펀치로 내고도 모두 경기를 내줬다.

SSG가 먼저 리드를 잡거나 동점을 잡고나서 상대에게 집중타를 내주며 흐름을 내주는 패턴이 반복됐다. 최근의 경기력을 보면 SSG가 리드하고 있어도 이길 것 같다는 안정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SSG는 불과 1년전 통합우승을 차지한 디펜딩챔피언이다. 그것도 창단 첫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올시즌을 앞두고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SSG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비록 지난 시즌만큼의 독주는 아니었지만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 1위 LG와의 격차는 단 2.5게임이었다. 8월까지만 해도 KT-NC 등과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경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현재 SSG의 순위는 어느덧 6위로 추락하며 가을야구 경쟁권 밖으로까지 밀려났다. 62승 2무 59패를 기록인 SSG는, 현재 2위인 KT와의 승차가 6게임까지 벌어졌다. 최근 4연패에 빠진 5위 KIA와의 승차가 반게임, 6연승을 달리고 있는 4위 두산과 1.5게임차로 이제는 가을야구 막차 티켓이 걸린 4-5위 자리를 놓고 힘겹게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한편으로 최근의 부진은 SSG가 가지고 있던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터져나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겉보기에는 지난 시즌 우승 전력에 비하여 외국인 선수 빼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하지만 바뀐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주전 선수들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후반기 들어 SSG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과부하가 걸린 노장들의 체력적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우승은 했지만 몇 년간 '윈나우'에 올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유망주들의 육성이나 로테이션을 통한 내부 경쟁이 부족했고, 이로 인하여 선수풀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게 SSG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은 일단 올시즌이 끝나고 마무리캠프에서나 다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SSG로서는 가을야구마저 탈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는 게 더 시급하다. SSG는 현재 2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무리한 변화를 주거나 실험을 할만한 여유가 없고, 결국 기존 전력으로 버티며 분발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주 SSG는 19일 한화, 20일 삼성, 21일 LG를 만난 뒤 22~24일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한다. 여기서 분위기를 반등시키지 못하면 정말로 5강 진입도 물 건너갈 수 있다. 최근 일주일 넘게 승리를 맛보지 못하고 있는 SSG에서 누가 과연 위기 탈출의 해결사로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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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랜더스 김원형감독 프로야구순위 김광현 5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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