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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 알코올 중독자, 부랑자….

이들이 대학로 연극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음지에서 피어나는 여성들의 가슴 아픈 휴먼스토리‘를 그리고 있는 연극 <안녕 모스크바>는 우리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로 치부되는 ’그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를 웃게 또 울게 한다.

러시아 현대연극의 거장 알렉산드르 갈린의 <안녕 모스크바>는 모스크바 올림픽의 어두운 이면을 강제 격리된 창녀와 이를 감시하는 경찰관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리던 1980년, 이른바 '인터걸'로 불리던 밤거리의 여인들이 거리 정화차원에서 외곽지역 임시 숙소에 강제 격리되면서 이들은 원하지 않던 동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중 매춘부 마리아는 임시숙소의 포주 발렌찌나의 아들이자 감시 경찰관인 니꼴라이와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들만 믿고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 발렌찌나는 이를 못마땅해 한다.
당신의 아들이 사랑에 빠졌다!

만약 그 대상이 창녀라면?

바람둥이였고 끝내 미쳐버린 남편을 정신병원에 보내버린 채, 아들에게 인생의 전부를 걸고 강인하게 살아온 권위적인 어머니 발렌찌나가 매춘부 마리아를 며느리로 삼을 리 만무하다.
항상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는 매춘부 로라는 천재 물리학자이지만 정신병자가 된 알렉산드르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술주정뱅이 늙은 창녀 안나가 연극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들은 모두 임시숙소에 격리돼 있지만,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축배를 들고, 마리아와 니꼴라이는 자신들의 힘든 사랑에 더욱 괴로워하며 연극은 흥미가도를 달린다.
‘안녕 모스크바‘는 모스크바를 무대로 창녀와 경찰관의 사랑을 주 뼈대로 다루고 있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모두 우리 내 어머니들, 딸들의 이야기다.

원숙한 베테랑 연기자와 신선한 혈기의 신진 배우들과의 완벽한 하모니는 <안녕 모스크바>의 또 다른 매력. 그간 TV와 영화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감칠맛 나는 연기로 주목 받았던 영화배우 김선화.

이번 <안녕, 모스크바>에서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이지만 모성애 깊은 어머니 발렌찌나로 변신해 드라마 <세 친구>, <파도>,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내 마음의 풍금>, <행복한 장의사> 등에서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녀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지킬 앤 하이드>, <가스펠>,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 뮤지컬에 출연했던 홍윤희가 알코올중독자이며 늙은 창녀 안나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세상에서 버림없는 여인들의 작은 희망가는 우리에게 웃음과 행복을 준다.

특히 늙은 술주정뱅이 안나의 위트와 재치와 "난 이제 예전의 마리아가 아니야. 사람들이 날 창녀라고 부르니까 난 그냥 창녀야"라고 소리치던 마리아의 통곡이 연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연극 및 관람 문의 : 02)762-0810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7월 4일자 문화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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