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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탕을 주문하면 각종 밑반찬이 나온다
ⓒ 맛객
'복쟁이', 호남에서는 복어를 그렇게 부른다. 그렇다면 '복쟁이 알젓'은 복어로 만든 알젓이란 말인가? 복어 알은 맹독을 품고 있어 소량만 섭취해도 치명적인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걸 먹는다고 하니 호기심에 강력 모터가 장착되어 발동이 걸렸다

복어알젓을 맛 볼 수 있다는 택시기사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전북 군산시, 군산역 부근에 있는 '화신옥'이란 복어요리 전문점이다. 이 집 사장의 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 세월이 40년이 되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았다. 그런데 메뉴판 어디에도 복쟁이 알젓은 없다.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복어알젓 있다고 해서 왔거든요."
"네 밑반찬으로 나옵니다."
"아 그래요?"

나는 그제서야 마음 푹 놓고 복어탕을 주문했다. 1인분에 1만3000원. 음식이 나오는 동안 새로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금은 흥분되었다. 어떤 맛일까? 정말 먹어도 괜찮은 걸까?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감돌았다.

▲ 복쟁이 알젓,복어 알을 소금에 절여 10년 동안 숙성 시켜 만들었다
ⓒ 맛객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을 보니 내가 복어탕 말고 다른 음식을 주문했나 의심들 정도로 회를 비롯해 해산물들까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한결같이 정갈하고 먹을 만한 것들만 나왔다. 복어탕 1인분 1만3000원이란 가격에 이 정도로 나오다니... 넉넉한 군산의 인심이 느껴진다.

복어탕도 싱싱한 생물을 미끈한 껍질까지 끓였다. 아 좋다! 맛을 보니 입에서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반찬을 내려놓던 종업원이 복쟁이 알젓을 알려준다.

"이것이 그 알젓이에요."
"아! 네~"

복쟁이 알젓, 보아하니 청란젓처럼 생겼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조금 떼어냈다. 그리고 혀끝에 놓고 앞 이(齒)로만 씹어 보았다.

"......"

▲ 복어탕, 제대로 된 복어요리는 신선한 재료와 정성에 있다.
ⓒ 맛객
한마디로 복잡 미묘했다. 아니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맛이다. 깊이가 있는 게 일반 젓갈과는 확실히 달랐다. 금기를 경험한 기분 때문일까? 여러 가지 맛의 어울림, 가볍지가 않은 그 맛, 신비롭기까지 한 그 맛, 복쟁이 알젓에는 어떤 무게감이 있는 듯했다.

김용옥 사장에게 복쟁이 알젓 만드는 법에 대해 물어 보았다. 복어알을 소금에 절여 10년 동안 보관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복쟁이 알젓은 음식이 아니고 약으로 먹는다고 한다. 민간요법으로 알려지기를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가끔씩 위장병 환자들이 알젓을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는다고도 한다.

"10년 세월이 만들어 낸 맛이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아픔도 웃으면서 얘기 할 수 있는 추억이 되는 세월이다. 그 긴 세월, 인내하며 참고 견디니 품고 있던 독도 약이 된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감정의 표출이 난무하는 세상, 조금 참고 인내하고 숙성하면 악 감정도 서로에게 이로운 약이 되지 않을까? 때론 음식에서 인생을 배운다.

▲ 복어 알젓을 호남에서는 '복쟁이 알젓'이라 부른다
ⓒ 맛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시골아이 고향> 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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