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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첫 주 두번째 기획으로 자전거로 출퇴근뿐 아니라 업무까지 해결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마케팅제휴담당자모임 운영진인 김상진(시삽, 왼쪽), 김태훈(부시삽, 오른쪽)씨. 두 사람은 지난 4월부터 마케팅업체 담당자들을 자전거를 타고 만나고 있다.
ⓒ 김대홍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을 지키고 돈도 절약한다. 여기에 사업효율까지 높였다. 이른바 1석 3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휴양까지 하는 격이다.

SERI 마케팅제휴담당자모임 운영진인 김상진(시삽), 김태훈(부시삽)씨가 그 주인공이다(www.seri.org/forum/alliance).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모임 소속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양한 회원들을 만나면서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측과 받고 싶어하는 측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상진씨는 이 일이 본업이다. 이른바 '네트워크 코디네이터'(Network Cordinator). 태훈씨 또한 회사에서 기획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업체를 다니는 게 업무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업무수단이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다. 독특하다.

1년 전부터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상진씨가 태훈씨를 부추겼고, 결국 두 달 전 태훈씨도 '자출'(자전거 출퇴근) 회원이 됐다.

이들이 두 달여 동안 방문한 업체는 180여개. G마켓, 엠파스, 네이버, 젝시인러브, 스포츠조선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 한 업체가 대거 포함돼 있다. 올해 목표는 206개 업체 탐방이란다. 자전거를 타면서 벌이는 사업 설명과 정보 제휴. 그들이 벌이는 그 기발한 모습을 직접 동행취재하기로 했다.

"하루 11군데까지 도는데 자전거가 더 빨라요"

▲ 자전거를 타고 주요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오늘은 강남 일대.
ⓒ 김대홍
6월 말 어느 날 아침 8시 30분 성산대교 아래서 태훈씨를 만났다. '짝' 달라붙은 옷을 입고 나타났다. 보기에도 튼튼하게 보이는 '유사 MTB'다. 표정이 상쾌했다. 9시 30분에 반포대교 아래서 상진씨를 만날 예정이란다. 왜 자전거를 타고 일을 하는지 물었다.

"업무효율이 높아요. 자전거는 도로 갓길을 이용할 수 있고, 인도 옆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잖아요. 정체현상이 심한 서울 도심에선 오히려 자전거가 더 빨라요. 많을 땐 하루 11군데까지 사무실을 돌았다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반짝이 옷을 입고 사무실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그 차림으로 회의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스러웠고.

"처음엔 '퀵'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옷을 들고 다녀요. 해당 지점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저녁 퇴근할 때 다시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는 거죠."

9시 30분에 반포대교에서 상진씨를 만났다. 그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사이클과 MTB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를 타고 나타났다. 상진씨도 자전거를 이용한 업무효율을 이야기했다. 대중교통을 타고 일할 때 3개 정도를 했다면 자전거를 이용하면서는 5개로 늘어났다고.

▲ 압구정에 도착한 뒤 일단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다. 상담을 하기 위한 옷차림. 그리고 이런 옷차림으로 강남 일대를 돌게 된다.
ⓒ 김대홍
잠시 뒤 상진씨는 지도를 꺼내 하루 일정을 확인했다. 지도엔 만나야 할 회원 이름과 위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강남 일대를 돌게 된다. 첫번째 방문지가 결정됐다. 신사동에 있는 공연기획사.

10분 정도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들과 기획사 담당자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공연 있니?"
"공연이 아니고 놀이 개념의 행사야."(이후 행사 내용 설명)
"관련 담당자를 소개시켜줄까?"(즉석에서 전화로 연결)
"그런데 우리는 홍보가 목적이 아니라 판매가 목적이야."


▲ 평상복 차림으로 변신한 김상진(오른쪽) 김태훈씨(왼쪽).
ⓒ 김대홍
이렇게 첫 모임이 끝났다. 이후 10분 만에 학동역 근처 사무실에 들러 간단한 점검. 이후 점심시간에 한 신문사 마케팅실 과장과 만난 뒤, 다시 논현동으로 이동해 가구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은 거의 5~10분 정도였다. 복잡한 시내에서 일방통행 길에 잘못 들어서도 자전거 핸들만 꺾으면 그만이었다.

특히 주차시간이 단 10초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김상진씨는 가끔 건물 관리인이 주차를 제지한다고 곤란한 점을 말했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오후 2시 5분엔 의료장비업체, 3시 45분엔 청담동 인터넷업체에서 업무가 이뤄졌다. 상진씨와 태훈씨는 이전에 만난 업체들에서 들은 아이템을 소개하고 관련자들을 연결시켰다. 물론 연결시킨다고 모두 성과를 내는 게 아니다. 상진씨는 "결과는 책임 못 진다, 정성껏 만든 기획을 검토하게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이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 도로를 달리다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차와 함께 선다.
ⓒ 김대홍
이후 두 사람은 강남역 부근으로 이동해 테크놀로지 회사를 방문했다. 중간에 언덕이 있어 이날 중 가장 긴 이동시간인 11분이 걸렸다.

과거 꿈은 신도시에 사는 것, 지금은 자전거도로 근처

이동하는 도중 김상진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성남시 분당이나 안양시 평촌에 사는 게 꿈이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자전거 타기 좋은 곳으로 바뀌었다고. 목표로 삼은 곳이 한강 하류 쪽인 가양대교 부근과 중류 쪽인 흑석동 부근. 자전거를 타면서 꿈의 성격이 달라졌다.

▲ 자전거 주차는 건물 옆 빈 공터에. 주차 시간이 아주 짧다.
ⓒ 김대홍
김태훈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몸무게가 8kg이나 줄었다고 자랑했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업체를 돌면서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고. 교통비가 준 것은 그에 따른 부가수입. 한달 동안 25만원 정도를 절약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었다.

여러 업체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일단 놀라워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다니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위험하지 않습니까?", "체력 좋아야 되겠네요", "여름엔 덥지 않아요?" 등의 말들이 이어졌다.

그 다음엔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자출을 하고 있다'면서 동지애를 과시하는 사람도 가끔 보였다. 호의적인 반응 뒤에 상진씨의 포부가 간단하게 이어졌다. "올해 안에 수도권 일대를 다 돌려고 계획 중이에요."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약 여섯 시간동안 두 사람은 모두 여섯 군데를 돌았다. 평소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라고 했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다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라며 대단히 미안해했다.

▲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일몰이 빠듯했던 하루를 축복해주는 듯.
ⓒ 김대홍
오히려 감사했다. 기어 없는 자전거로 두 사람을 따라다니느라 내심 힘들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이후 한 군데 업무를 더 보고 오후 7시 30분에 강남역에서 몇몇 마케팅제휴담당자모임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때 자전거는 아주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생활수단이었다. 언젠가부터 자동차에 밀려 자전거는 단순한 레저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상진씨와 태훈씨는 자전거만으로 하루를 고스란히 채웠다. 적어도 두 사람은 자전거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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