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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1일 저녁 8시 30분]


▲ '성문화대탐험전 2006 국제성교육박람회(SEX EDU EXPO)'가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막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세미스트립쇼, 누드촬영대회, 누드 사인회 등 일부 행사가 취소되자 한 관람객이 기자회견중인 주최측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내 최초의 '섹스박람회'가 논란 끝에 31일 오전 11시 개최됐지만, 사전 통보 없는 이벤트 행사의 취소로 행사장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전 10시 30분] 이벤트 전면 취소 통지, 시민 항의 잇달아...

행사 30분 전, 행사장인 서울무역전시관 주변은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비해 관람을 위해 찾은 시민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매표소에는 '당사 사정으로 이벤트 행사가 전면 취소되어 죄송하다'는 용지가 붙어 있었다. 관람을 위해 찾은 시민들은 항의를 했고, 환불 소동이 잇달았다.

주최 측에서는 이벤트 행사로 '세미 스트립쇼', '트렌스젠더 선발대회', '즉석연인키스대회' 등 10개의 행사를 계획하고 공지하였으나 이는 모두 취소됐다. "이벤트 행사를 보기 위해 온 것인데 이게 뭐냐"며 관람을 원했던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 행사장 입구에 세미 스트립쇼, 트랜스젠더 선발대회, 누드촬영대회, 누드 사인회 등 행사 일부가 취소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9세 미만 입장 불가, 신분증 제시 등의 안내문이 매표소에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전 11시] 행사 시작, 기자들 취재 '불허'

행사가 시작됐고 소수의 일반 입장객들이 행사장으로 들어갔지만 취재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입장하려 했으나,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다. 행사장 내에서의 취재활동은 허가할 수 없으며 관람을 원한다면 1만5000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하라는 것이었다.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주)섹스포 박승각 대표가 나와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거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우리는 성교육 박람회기 때문에, 사회적 물의는 전혀 없을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벤트 취소의 이유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고심 끝에 이벤트가 행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리 공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계획된 세미나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취재 불허 이유에 대한 질문에 "행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라는 애매한 답변을 하고 황급히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 불허 판정이 나자, 몇몇 기자들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행사장에 들어갔고 대부분의 기자들은 행사장 앞에서 추후 상황을 지켜보았다. 관람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일반 시민들은 이벤트 취소 공고를 보고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 콘돔, 각종 성 보조기구 등이 전시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행사장 내 무대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전 11시 30분] 관람객 "이건 사기다"

▲ '성문화대탐험전 2006 국제성교육박람회(SEX EDU EXPO)'가 31일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람했던 몇몇 시민들이 행사장을 나오기 시작했다. '노인의 성'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관람을 했던 천동훈씨는 "아무것도 없다. 콘돔과 성 보조기구뿐이다"라고 말했다.

'교육적인 전시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도 "공부가 될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성 보조기구 업체들의 상품 전시뿐이다. 2층 이벤트 행사장 표시판을 따라 갔더니, 의자만 있더라"며 "이건 사기다. 사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주최 측은 입장료를 1만50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 가격이 인하되자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입장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결국 입장하는 사람 가운데 대부분이 기자들이었다.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이벤트 취소 공고를 보고 발길을 되돌렸다. 이후 곧바로 '세미나 취소' 공지가 붙었다. 결국 주최 측은 30분 전 했던 말도 지키지 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기자들의 실랑이도 잇달았다. 취재가 불허되고 행사장 입구에 집중적으로 기자들이 모여 있어 취재를 하던 중 크고 작은 마찰이 일었다. "앞 사람 때문에 제대로 화면을 잡지 못했다", "왜 밀치느냐" 등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마침내 욕설이 오가고 주먹다짐까지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내 최초 섹스박람회는 '사전 공지 없는 이벤트 취소', '취재 불허', '주최 측의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 '시민들의 거센 불만'으로 시작부터 아수라장이 됐다.

▲ '성문화대탐험전 2006 국제성교육박람회(SEX EDU EXPO)'가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막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1시] 관람객 "환불!"- 주최측 "불가!"

▲ 섹스포 포스터. 박람회장에서 저출산 대책, 노인의 성, 장애인의 성은 없었다. 단지 성인용품 전시뿐이었다.
ⓒ 김귀현
행사가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지만, 관람객과 주최측의 실랑이는 계속됐다.

이벤트가 취소된 것을 모르고 표를 구입한 관람객들은 환불을 요구했지만, 주최 측에서는 이미 구입한 표는 절대 환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람객들은 매표소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거세게 항의했고, 티켓 부스에 있던 여직원이 철수하고 남자 안전요원이 나와 관람객들을 제지했다. 화가 난 관람객들은 욕설을 하며 표를 찢거나, 안전요원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도 벌였다.

보다 못한 한 요원은 한 관람객을 매표소 뒤로 불러낸 후, 자신의 지갑에서 사비로 1만원을 꺼내 돌아가게 했다.

이날 주최 측 관련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안전요원만이 관람객들의 항의를 듣고 있었다. 안전요원은 "우리는 단기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다, 우리에게 뭐라고 해봐야 소용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후 2시] 관람객들, 암표 아닌 암표 판매

환불 요구가 거부당하자, 관람객들은 새로 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표를 팔기 시작했다. 1만원짜리 입장권을 8천원 또는 5천원에 팔았고, 이내 안전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안전요원들이 "아저씨! 뭐하시는 겁니까! 이건 불법입니다"라며 제지하자, 관람객들은 "이벤트 취소된 상태에서 표판 건 불법 아니냐"며 다시 실랑이를 벌였다. 마찰이 계속되자 한 요원은 "이벤트가 취소된 것은 우리도 새벽에 알았다, 여성단체의 반발로 이벤트 행사를 취소하라는 공문이 서울시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는 박승각 섹스포 대표이사가 했던 말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11시 행사를 시작하면서 "여성단체 반발로 이벤트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가 있다. 발언 내용을 다시 확인했지만, 안전요원은 분명히 여성단체의 반발로 서울시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 안전요원이 매표소를 굳게 지키고 있다.
ⓒ 김귀현
▲ 이벤트 취소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자, 갑자기 입장료가 1만5000원에서 1만으로 둔갑했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더욱 혼란을 야기시켰다.
ⓒ 김귀현
[오후 3시] 상황은 수습됐지만...

크고 작은 마찰이 장시간 벌어지자, 안전요원은 표를 사려는 시민들에게 "전 이벤트가 취소되었다, 그래도 표를 구입하겠느냐"고 의사를 물은 후 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상황은 수습됐지만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이들은 "솔직히 행사 보러 왔는데 취소되었다니 볼 이유가 없다, 멀리서 왔는데 차비와 시간이 아깝다" 며 아쉬운 심정을 드러냈다. 주차비라도 달라고 항의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나온 주최 측 관계자는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우리도 상황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용역업체 직원들의 보수도 못 줄 지경이다, 우리도 심각한 적자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8월의 마지막 날 논란 속에 개최된 국내 최초 섹스 엑스포는, 개최가 되어서도 '음지에 있는 성(性)을 양지로 끌어내 보자'는 취지는 살리지도 못한 채, 시민들의 거친 불만 속에 진행됐다.

한편,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예정대로 다음 달 3일까지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 성난 관람객이 찢은 입장권이 바닥에 버려져 있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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