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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24> 편집국 풍경.
ⓒ 서진석

"폴란드 사람들 둘이 모이면, 의견이 세 개가 나온다."

천성적으로 토론하기를 좋아해서 만나기만 하면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폴란드 사람들의 기질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그렇게 현실에 대한 고민과 토론에 기반을 둔 폴란드인들의 문화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해있던 냉전의 세계를 종식하고 철의 장막 같던 사회주의 동유럽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한 장본인이 되어주었다.

이런 폴란드인들에게 인터넷은 진작부터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공론의 장소가 되었고, 시민기자라는 명칭 역시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블로그 형태의 지역인터넷 신문이 등장해서 시민들의 언론활동에 물꼬를 텄고, 시민언론활동을 목표로 삼는 인터넷 신문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활동을 보이는 언론매체는 단연코 <뉴스24(wiadomośći24)>다. 100% 인터넷 신문을 지향하는 이 신문은, 7개의 최대 지역 신문을 가지고 있는 폴스카엑스프레스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매체를 건설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넷에 새로운 둥지를 튼 것이다.

이 신문의 초기화면은 폴란드의 일반 신문을 능가할 정도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도 하지만, 24시간 언제라도 시민기자들이 편집부와 연락할 수 있도록 근무기자들의 연락처와 이름이 항시 기록되어 있다. 그런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뉴스24> 편집 총책임자인 빠베우 노바츠키씨와 인터뷰를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시민기자활동은 싹을 틔운 정도"

그가 말해주는 <뉴스24>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우리 신문의 기사 내용은 시민기자들의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반 신문보다도 현실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이 더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에 말에 의하면 시민언론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나 본격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시민기자활동은 거의 싹을 틔운 정도이다. 일단 빠베우 노바츠키씨가 말해주는 폴란드의 시민기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중소도시에는 무보수 자원봉사 기자들이 일하는 지역신문이 있는데, 그렇게 특별히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기자들의 일부를 시민기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뉴스24>는 오마이뉴스의 활동과 똑같이 일반인들이 기자를 작성해서 송부한다.

현재 폴란드 기존언론매체에는 과연 시민기자들이 보내는 기사가 얼마나 믿을만한가 하는 문제를 내세워서 <뉴스24>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많은 직업기자들도 새로운 기사내용을 찾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차원에서 매일 <뉴스24>를 찾아오고 있다고 편집국장은 말해주었다.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하는 과정은 오마이뉴스와 차이가 없다. 상근기자들이 보내온 기자들을 전부 살펴보아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기사화한다. 하루에 50건에서 100건 정도가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많은 날은 100건 이상을 돌파하는 일도 있다고. 그러나 그 중에서 30-40% 정도의 글은 기사화 되지 못한다.

기사들은 원고료를 받지 않지만 최고의 기사를 쓰거나 사진을 보내준 사람들을 선정해서 매주 책, DVD 등을 선물해 주고 있다. 그렇게 시민기자들이 보내주는 글의 사실성 여부를 확인하는 상근기자들은 현재 5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매 기사에 명시되어있는 기자의 이름 옆에 연필이 한 개에서 다섯 개까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경력과 활동빈도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 같은 것으로, 활동을 갓 시작한 기자에는 일단 연필이 주어지지 않지만 작성 기사량과 질에 따라서 5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규정상 연필이 다섯 개가 되기 위해서는 편집부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어야 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시민기자는 다섯 개의 연필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 서진석

시민언론 발전의 걸림돌은 취약한 인터넷 기반시설

<뉴스24>가 말하는 시민언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전부다 자기 환경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점이다. 시민기자들은 사건 현장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기도 하지만, 사건의 주체, 참여자 혹은 그 사건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기자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 기사들만 작성한다. 그 누구도 무엇을 쓰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일단 주관적인 감정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에 말한대로 기자 자신들이 그 사건에 연관된 일이 많기 때문에 주관적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리기는 어렵다.

빠베우 노바츠키씨가 말하는 <뉴스24>의 목표는, 폴란드 인터넷에서 대형 인터넷 사이트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보는 것이고, 또 국지적인 현실에도 깊게 관심을 갖는 언론이 되는데 주안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갈수록 관심이 증가해 가는 시민언론의 발전에는 중대한 걸림돌이 있다. 바로 시민언론의 가장 중요한 인터넷 기반시설이다. 폴란드는 인터넷 사정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하지면, 현재 전체 가구 중 37%만이 인터넷에 연결되어있고, 이 역시 대도시 중심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도시로 갈수록 그 취약점은 더욱 커진다.

몇 년 내로 폴란드 전역로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기반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속인터넷 접속률는 저조하다. 폴란드의 인터넷 환경은 시민기자들의 활동에 크나큰 방해요인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터넷 사용범위가 더 늘어나면 자신을 시민기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고 노바츠키씨는 덧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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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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