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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민어회가 생각나는 것은 순전히 몇 년 전 목포 가는 길에 들른 'ㅇ' 횟집에서 먹은 민어회 때문이다. 그전에도 가끔 민어탕을 집에서 먹은 적은 있지만 목포에서 만큼 느낌이 강렬하진 못했다.

▲ 고구마와 대추 설탕절임
ⓒ 이덕은

주방에서 도마 위에 커다란 민어를 올려놓고 해체하는 것을 엿보면 그 날랜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보다도 푸짐하게 올라오는 민어회와 껍질, 부레, 뱃살, 지느러미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먹어 볼 수 없어서 항상 민어회를 먹을라치면 그 여름의 목포와 그 맛이 떠오른다.

▲ 생강초절임과 귀퉁이에 보이는 단호박, 야채류. 의외로 깔끔하게 나온다.
ⓒ 이덕은

서울에서는 거의 민어회 맛을 보기 힘들다. 청계천 8가쯤 어느 곳에선 미리 예약을 하면 민어회에서부터 전을 비롯하여 민어매운탕까지 민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한상' 차려준다고 하나 그렇게 먹기는 '쫌' 거하고, 강북구청 근방의 민어집은 양이 불만족스럽다.

▲ 으깬감자
ⓒ 이덕은

인천 신포시장. 곁에는 '신포문화의 거리'라는 패션타운이 있어서인지 시장 구성도 먹을 거리 위주로 되어 있다. 아마 인천사람들에겐 신포만두, 닭강정, 순대, 메밀국수로 유명한 곳인 모양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인 2번째 주에 들르게 되어 아쉽게도 장구경은 제대로 못했다.

다른 날 들른다면 주전부리 하나만은 끝내줄 것 같은 분위기이다. 마침 이곳에 민어회 하는 집이 하나 있다 하여 찾았으나 정기휴일이라 가게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행히 바로 곁에 같은 민어회를 하는 집이 있어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니지만 꿩 대신 닭격으로 입맛을 달래본다.

▲ 밑반찬으로 나오는 멍게
ⓒ 이덕은

메뉴판에 써 있는 가격은 대체로 착하다. 친구와 둘이서 갔으므로 식사를 겸해 작은 것 하나 시킨다. 한가하게 숟가락 포장을 하고 있던 주인은 두말없이 주방으로 가서 준비를 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구마, 대추 설탕절임, 멍게, 으깬 감자, 단호박, 채소와 양념류는 깔끔하다.

▲ 여기서 감동먹는다. 비록 부레는 없지만 소복하게 담아 나오는 회 한접시. 게다가 껍데기로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재치까지...
ⓒ 이덕은

이어 나오는 메인 메뉴 민어회 3만원짜리가 작은 접시인 만큼, 부레까지 바라는 것은 과욕이긴 하겠지만 좀 섭섭하다. 그러나 껍질로 회를 장식한, 의외로 푸짐한 차림이 나를 즐겁게 한다. 양념장이 기성쌈장에 간마늘과 참기름으로 평범하지만 그런대로 초절임생강과 곁들여 먹는 맛은 괜찮다.

▲ 서더리를 발른 굵은 척추뼈에서 옛날 민어탕의 추억이 필름처럼 풀려 나온다.
ⓒ 이덕은

점심을 하긴 이른 시간인데도 다른 손님이 들어 온다. 으레 회 한 접시 시키면 민어가 나오는 듯 따로 주문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옆 테이블도 같은 민어회를 먹고 있다. 배가 찼다 싶을 때 나온 민어매운탕.

약간 기름이 뜬 달달하며 얼큰한 매운탕 서더리는 혀를 슬쩍 갖다 대도 살이 발라지며 나오는 굵은 척추뼈가 옛날 맛을 되새기게 만든다. 매운탕에 딸려 나오는 멍게젓을 밥 한 숟갈에 한 점 올려놓고 먹는 맛은 덤이다.

▲ 시장끝 등대조형물이 있는 광장에는 민어회집이 두군데 있다.
ⓒ 이덕은

언제 한 번 다시 들러 주인장을 졸라 민어 부레를 얻어 먹고 닭강정으로 입가심이나 해볼까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닥다리즈포토갤러리  닥다리즈포토갤러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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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어회, #민어부레, #신포시장, #해동회집, #경남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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