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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경태 기자, 손기영 김귀자 인턴기자
사진 : 권우성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도균 김호중 기자


▲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조속한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을 나선 피랍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뒤 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 1일 오후 3시 55분] 버시바우 대사 없어 대리대사 만나

피랍가족들이 서울 세종로 미국 대사관에 호소문을 전달하기로 한 1일 오후 1시. 미국 대사관 정문 앞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정문 주위를 겹겹이 둘러싼 전경들의 대열. 그리고 이를 에워싼 취재진들 간에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낮 12시 56분. 피랍가족들이 탄 관광버스가 미 대사관 정문을 통과했다. 버스 창문 사이로 고개를 숙인 피랍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버스엔 통역목사를 포함 모두 27명이 탑승했다.

가족들은 이날 약 1시간 남짓 면담을 마치고 오후 1시 57분 미 대사관 정문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피랍자 제창희씨의 어머니 이채복씨(70)가 나섰다. 이씨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세 장짜리 호소문을 힘겹게 넘겼다. 슬픔에 잠겨 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벌써 봉사자들 중 2명이 이 세상을 떠났는데, 남아 있는 가족들은 죄인이 된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국정부에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무력사용은 절대 안 됩니다. 인도적인 방법으로 무사귀환을 바랍니다. 전 세계의 관심 있어야 합니다. 저희들의 믿음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조속한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을 나선 피랍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어 차성민 피랍가족모임대표가 말을 이었다.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남은 21명도 불과 몇 시간이면… 너무 떨리는 심정과 설마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자리만을 지킬 수 없어 모든 방법을 생각해 보다 미국 대사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움이 앞서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노력해주시면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들이 미 대사관 측의 반응에 대해 묻자 "버시바우 미국대사가 자리에 없었던 관계로 대리대사와 만났다"며 "일단 대리대사에게 피랍자 가족들의 호소문을 전달했고 대리대사는 미국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예정된 청와대 방문은 하지 않았다.


[1신 : 1일 오전 11시 35분] "차라리 우리가 부시 직접 만나겠다"

▲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은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파랍자가족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고혈압으로 휠체어를 탄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지영씨의 어머니 김경택씨가 기자회견 도중 몸에 마비가 오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피랍가족모임은 1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미국정부에 피랍 사태를 해결 촉구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차성민 피랍가족 대표는 "피랍자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어제부터 외교통상부와 미 대사관에 이같은 피랍 가족들의 사정을 알리고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애초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미 대사관을 방문해 호소문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차 대표는 같은 시각 취재진에게 "10분 전쯤 미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오후 1시경 피랍가족들과 면담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이 자리에서 피랍 가족들의 고통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능력 한계 시인... 초조한 가족들

경기 분당 피랍자 대책본부에 모여있는 가족들은 고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마저 살해 당하는 등 계속되는 탈레반의 인질 살해 협박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는 등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심씨의 피살이 확인된 후 정부가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에 우리 정부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밝혀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진 상태다.

이에 가족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부시 대통령과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서라도 피랍자들의 석방을 호소하고 싶다"며 "남은 21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박은조 샘물교회 담임목사는 1일 오전 10시 30분 분당 피랍가족 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과 심씨의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박 목사는 "배 목사와 심씨의 죽음은 자신과 샘물교회의 모든 성도들에게도 가족을 잃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가족들과 더불어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 염치 없지만 피랍자들의 안전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박 목사는 피랍 사태로 인해 불거진 해외선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박 목사는 "이번 사태로 저희에게 향하는 채찍을 겸손히 받고 있다"며 "지금 아프간 현지에 샘물교회와 관련된 모든 봉사활동의 철수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목사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과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창립 때부터 이어져온 봉사활동이 보다 더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 기독교가 공격적인 선교활동을 펼쳐왔던 것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계시지만 저희 교회나 배형규 목사 모두가 그런 선교활동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샘물교회봉사단 전에 200여개가 넘는 다른 봉사단들이 비자를 발급받고 아프간에 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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