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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교평준화 폐지와 대학입시 자율화와 관련해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운동권과 언론계에서의 논쟁이 뜨겁다. 이에 찬성하는 쪽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과 기술의 발달을 위해서는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하는 터라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고교평준화나 대학의 자율성 억압은 옳지 않기 때문에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쪽은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길 경우 대학입시에서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입시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져 과외수업이 성행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사교육비가 늘어나 결국 부유한 사람은 공부를 잘 하게 되고 가난한 없는 사람은 공부를 할 수 없어 교육양극화가 확대되면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기에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거나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양쪽 주장 다 일정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지식과 기술의 발달이 더 없이 중요한 지식기반 사회에다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를 맞고 있는 터라 지식과 기술의 획기적 발달을 위해서는 고교평준화를 없애는 것은 물론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또 이를 없앨 경우 과외수업이 더 심해지고 사교육비 또한 더 늘어날 것 또한 분명해서 가난한 사람은 더 심한 고통을 겪을 것이란 주장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지식과 기술도 발달하게 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더라도 과외수업이 성행하거나 사교육비가 부담이 되지 않게 하며, 또 가난하다고 해서 교육에서 차별받는 일이 없게 하면 될 것이다.


이런 방안이 있겠는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즉 국민의 기본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와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죽기살기로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싫은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사 과외수업이 있고 사교육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될 것이 없고,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니 과외수업과 사교육비가 사회문제가 될 리가 없다. 즉 이렇게 해야 지식과 기술도 발달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교육의 기회를 잃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너무나 무식한 대응을 하고 있는데, 한쪽은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고, 다른 쪽은 평등이념의 포로가 되어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들만 잘 살려고 하니, 저항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하지 못해 결국 자기들도 인간답게 살 수 없게 되고, 또 평등이념의 포로가 되어 모든 사람이 꼭 같이 잘 살게 하려다 보니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가난한 사람으로 하여금 더 큰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데도 이기심과 사이비 이념성에 사로잡혀 착각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필자의 주장은 이미 서유럽국가들이나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실현되고 있다. 서유럽국가들이나 미국이라고 해서 공부를 지독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고,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으니 공부를 지독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곳에도 과외수업도 있고 또 사교육비가 드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그렇게 하기 싫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오늘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과도한 과외수업과 이에 따른 입시지옥, 사교육비 등은 사회보장제도 곧 사회안전망이 확립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의 일면적인 타당성만 주장하니 상대방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끝없는 논쟁을 이어가게 된다.


특히 고교평준화 정책을 유지하고 대학입시를 규제한다고 해서 과외수업이 없어지거나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결국 가난하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할 수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여 경쟁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비참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할 것을 주장해야 하는데도, 이것은 주장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교육적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만 주장하니 설득력이 없는 데다 결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가난한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비 평등주의자들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이 자기들만 잘 살려고 하니 사회 전체가 정체되고 결국은 부유한 사람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기주의자들 또한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기표 기자는 신문명새정치연대 대표이며 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입니다. 이 글은 장기표시사논평(www.weldom.or.kr)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3불정책,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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