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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위안공연 지난 26일 여수 소라면 동백원 장애복지시설에서 여수소방서가 주최한 사랑의 위안공연 행사가 열렸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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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입니다. 논두렁 밭두렁이 보이는 조용한 장애인 복지시설 동백원이 오늘(26일)은 시끄럽습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 소라면 지역으로 조금 가다 보면 작은 동산에 동백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연말연시면 독거노인 등 소외받는 사람들을 찾아가게 됩니다. 뒤 돌아볼 생활의 여유도 없이 늘 앞만 보고 가다보면 어느새 한해가 끝나고 마는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수소방서(서장 강대중)에서 주최한 위문공연 행사를 하는 날입니다. 올 한해 뜻 깊은 추억을 만들어 장애인들의 위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위문공연입니다. 불 끄는 소방관이 무슨 재주로 위문 공연을 만들까(?) 궁금합니다.

 

색소폰 전자오르간 등 악기 다루기를 좋아하는 조을호 화재조사담당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평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분으로 맺어진 인연 등을 다 동원해 공연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각종 노래자랑에서 다수 입상 경력이 있는 박정희(광양소방서) 직원을 초청해 여수소방서 직원과 함께 ‘119 공연단’을 만들고 여수 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물놀이팀’ ‘에어로빅팀’ ‘판소리팀’ 등 50여명의 공연단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공연팀보다 환상의 드림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연말이면 다들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바쁠 텐데 ‘사회봉사 활동’에는 적극 시간을 내 주었습니다. 우리사회가 아직도 ‘정’이 많은 사회임에 틀림없습니다.

 

징·장구·북·꽹과리 소리에 어깨가 절로 들썩여집니다. 주삼동 사물놀이팀은 행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동백원 마당 앞에서 축제분위기를 돋우고 있습니다. 덩실덩실 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것은 우리 가락이 최고인 듯싶습니다.

 

이 곳에서 며칠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정선화(청암대 사회복지학과 1년)씨는 3일 전부터 같은 학과 교우 여섯 명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봉사활동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든 것보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모두 아이들 같고 천사 같아요. 잘해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웃는 게 너무 예뻐요”라고 답합니다.

 

선화씨 옆에는 그저 표정만 짓고 있는 이름이 석 자인 김도우미씨가 있습니다. “말뿐만 아니라 움직이는데도 힘이 들거든요. 걷는 것만 해도 감사할 것 같아요.”

 

이번 봉사활동에서 맡은 반이 13명인데 거의 다 누워 있다고 합니다. 주로 하는 일은 밥 먹여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소화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배 마사지해주는 것이고 쉽게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전문 이벤트 행사 업체가 아니어서 흥에 고조를 맞추는 데는 조금 미흡합니다. 사물놀이 마당에 펼쳐지더니 이번에는 디스코 메들리로 에어로빅 댄스로 원생들의 마음을 바뀌어 놓았습니다.

 

원생들에게는 조금 혼란스럽지만, 신이 난 원생은 에어로빅 댄스에 ‘막춤’으로 땀을 뻘뻘 흘립니다. 이어서 자주 접하기 어려고 생소한 환상적인 ‘룸바’ ‘자이로’ 스포츠댄스에 넋을 잃습니다. 원생들이 스타 드림팀이 만들어내는 ‘흥겨움의 끼’를 한꺼번에 소화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소리가 최고여’ 여수시 문화원 판소리 제정화(36) 선생님이 이끄는 어린이 국악단 ‘소리세상 아이들’의 춘향가 중 ‘사랑가’ 민요 ‘뱃노래’는 또 다른 흥겨움을 돋아 줍니다.

 

억양이 조금 어색하고 몸짓이 부자연스럽지만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즐기는 원생들의 모습에서는 살아 있는 ‘흥’이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올 한해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건강하고 밝은 새해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밖에 나가서 편견 없이 살 수 있는 게 바람입니다.”

 

김승용(47) 부원장의 작은 바람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장애인들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편견의 독소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나 봅니다. 시 도자치단 및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는 여전히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현재 여수지역에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는 ‘여명학교’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좋은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의 방법이던 시책을 통하여서든 아이들의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합니다.

 

현재 이 곳에는 122명의 지체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주로 기초수급가정 자녀들 18세 미만의 아이들이 이 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령층이 다양하게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풀어도 해가 짧을 드림팀이 가져온 많은 ‘장기’는 계획된 두 시간여만에 끝이 났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손과 발을 자유스럽게 사용 할 수 없고 시원하게 말을 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사회인들에게 쉽게 소외되기 쉬운 이들에게 속 시원한 날임에 틀림없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즐거운 시간은 함께 했던 이 들로부터 외관상으로만 보이는 장애를 내면까지 전부 장애인이라고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이 마음의 장애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보아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도춘 기자는 여수소방서 구조구급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여수소방서, #동백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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