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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보기]'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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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광풍을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가 진두지휘 하고 있다." - 학부모 박이선.

"몰입교육? 갑자기 한다고 해서 우리도 놀랐다." - 사교육 업체 대표 최은주.

"시간만 늘리면 영어 잘할 것이란 믿음은 단순한 사고의 결과다." - 교사 전대원.

 

다른 위치에 있는 교육 당사자들은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 공청회를 열었던 30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각기 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개 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양쪽 모두 영어 교육이었다. 하지만 주제만 같았을 뿐 흘러나온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인수위 주최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차기 정부의 정책을 칭찬하기 바빴다. 이들의 이야기도 잠깐 보자.

 

"영어 공교육 정책은 국제사회의 상호의존도가 급속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아주 시의 적절한 방안이다."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교과와 교수, 연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돼 속이 아주 후련하다." - 김점옥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인수위가 작심하고 큰 안을 만들어 주고 의지를 보여준 것에 학자 이전에 국민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 박준언 숭실대 영문과 교수.

 

그러나 <오마이뉴스>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와 같은 기대와 환영 보다는 걱정과 탄식을 토해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4명. 현직 고등학교 교사 전대원(신장고등학교)․이동현(동대사대부고), 사교육 업체 커리큘럼하우스 대표를 맡고 있는 최은주,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수석부회장 박이선씨가 이들이다.

 

사회는 이병선 오마이뉴스 부국장이 맡았다.

 

우선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수위가 추진하는 정책의 비민주성을 지적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사교육 쪽의 견해를 듣는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최은주 대표는 우선 “국제화 시대에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건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정부가 영어 몰입교육을 갑자기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준비하고 있던 우리도 사교육계도 놀랐다”며 “국민들은 몰입교육을 잘 모르는데도 갑자기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건 무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최 대표는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한 다음에 실력에 맞게 교육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교재도 없는 상태에서 몰입교육을 한다는 건 아직 익지 않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교사는 “당사자인 아이들의 당혹감과 혼동이 큰데 (인수위는) 교육 과정을 얼마나 살펴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교사는 “정책을 짤 때 무엇이 필요한지 국민의 의견을 차분하게 한번만이라도 들어보라”며 “그러면 지금과 같은 공황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원 교사도 “인수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책을 흘리면서 여론을 떠보는 정치적 방식을 교육계에 사용하는 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참석자들은 국민세금 4조원을 투입할 만큼 영어 실력 증대가 국가적 과제인지 따져 묻기도 했다.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 강화를 범국가적 정책과제로 추진한다며 향후 5년간 약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보통교육은 목표는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한 과목에 4조원을 붓는 게 타당한 일인가. 여전히 한 학급당 40명이 넘는 학교가 많고, 산간 벽지에는 학생이 모자라 교육이 어렵다고 한다. 국제 교류 관계자나 통상 전문가들이 집중적인 영어 교육을 받는 게 효율적이다. 전국민에게 영어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지 않나.”

 

박이선 수석부회장의 말이다. 박 부회장은 “교육 과정은 다양화 하는 게 맞는데, 인수위가 이렇게 영어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뭐냐”며 “이명박 당선인이 친기업정부로 가겠다고 했는데, 혹시 기업의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사교육 업체 최은주 대표는 “솔직히 몰입교육은 찬성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교육 목표 자체가 사교육을 배척하고 공교육만을 강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교육은 이미 몰입교육을 하고 있는데, 무조건 배척을 하기엔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무척 아깝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영어전용 교사 2만 3000명 신규 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교사들은 교육 현장의 혼선과 계약직 교육공무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대원 교사는 “영어전용 교사를 채용하면 기존에 있는 영어 교사는 뭔가, 현재 교사들도 영어를 잘 하는 분이 많은데 기존 교육체계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 같다”며 “차라리 영어 교사를 뽑을 때 몰입교육을 할 수 있는 영어 교사를 선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교사도 “인수위가 교사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려고 한다”며 “5년 뒤 영어 교육정책이 다시 바뀌면 신규 채용한 교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제도 변화가 가져올 부정적인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은주 대표는 “사교육계의 교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쳤기 때문에 몰입교육에 대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공교육이 이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표는 “영어 몰입교육을 한다고 했을때 많은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오겠구나 싶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당선인 쪽의 정책을 반박했다.


태그:#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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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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