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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았던 지난 일요일 오후, 시골살이의 가장 큰 무기는 이 좋은 볕과 따스한 기운을 어디서든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시에서 느끼는 칙칙함과는 천지차이로 다른 싱그러움으로 말이죠.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봅니다. 집 밖으로 몇 발자국만 나가도 느낄 수 있는 봄날의 향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섰으니, 도시의 삭막한 풍경 속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봄나물 캐기”가 그것이었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유난히 봄나물(엄밀히 말하면 공짜로 생기는)에 욕심이 많아 해마다 이맘때면 꼭 나물 캐러 가기를 먼저 제안합니다. 그렇게 따라나선 것이긴 했지만 훈훈한 봄바람과 어느새 쑥 자라 올라온 초록풀들이 어린시절 친구들과 쑥 캐러 다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기억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하고 행복해졌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 근처 둑길에 갔습니다. 냉이가 어느새 꽃을 피워 늦게 온 게으름을 질책하는 듯 했습니다. 꽃이 핀 냉이가 널린 것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고사리손으로 달래를 뽑고 있네요
 고사리손으로 달래를 뽑고 있네요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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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서 자라는 냉이는 맨 먼저 봄을 알리며 혈압을 내리고 이뇨작용에 효능이 있는 산야초(山野草)랍니다. 냉이는 쌍떡잎 식물로서 이른 봄 달래, 씀바귀와 함께 양지 바른 언덕 이나 밭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지요.

기나긴 겨울철이 지나고 봄 소식이 오는 요즈음 같은 때 춘곤증에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좋은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갖가지 음식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맛깔 나는 음식으로는 냉이된장찌개, 냉이고추장무침, 냉이나물 등 반찬거리 뿐 아니라 별미인 냉이탕수육, 냉이영양찐빵 등으로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요.

봄철 채소라고 하면 냉이를 빼놓지 않고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냉이가 가진 특유의 향긋한 봄내음 때문입니다. 향기만으로도 사람들의 식욕과 기운을 돋우는 식물이 바로 냉이랍니다.

달래 한뿌리도 소중해요
 달래 한뿌리도 소중해요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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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삼짇날에 냉이를 캐다가 마루 밑에 묻어두면 집안 장독대나 재래식 화장실에 구더기가 안 생긴다고 하는 속설도 있다고 합니다.

학교 뒤 언덕배기엔 냉이와 함께 봄소식을 알리는 달래도 있었습니다.

달래는 외떡잎식물로 산과 들에서 자라며 높이는 5∼12cm 정도 됩니다. 역시 비타민 C가 많고 빈혈,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식물로 한방에서도 이용한다고 합니다.

달래는 알뿌리에서 매콤한 향기가 나는데 이것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잎과 알뿌리를 생으로 겉절이 양념에 무쳐 먹거나 전으로 부쳐 먹으면 좋고 달래를 잘게 썰어 간장에 섞은 양념장을 만들어 밥에 비벼 먹어도 맛이 좋고 김에 싸 먹어도 그만입니다.

그렇게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달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달래를 캐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인지라 섬세한 남편의 몫이었습니다. 남편은 달래의 뿌리가 잘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관계로 달래캐기를 도맡아 했습니다.

직접 캐온 달래 냉이를 다듬어 보니 꽤 많네요
 직접 캐온 달래 냉이를 다듬어 보니 꽤 많네요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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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식물로 저항력을 높여주는 쑥, 피로회복에 좋은 두릅, 여름더위를 이겨내는 씀바귀, 간질환에 좋은 돌나물, 칼륨이 풍부한 취나물, 항암치료제로도 쓰이는 머위 등등 봄나물은 종류도 많지만 모두 입맛을 돋우는 역할 뿐 아니라 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지요.

요즘은 농약 때문에 함부로 먹을 수 없다고 해서 참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만 예로부터 그 효험을 알고 적절히 활용해 온 조상들의 지혜에 새삼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 좋은 봄나물 중에서도 냉이와 달래 같이 그윽한 향이 나는 것들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용도도 다양하고 향긋한 맛이 더욱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맘에 드는 것은 이렇게 가까운 데서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와 남편은 반찬거리를 장만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있는 반면 딸들은 나물캐기가 그저 놀이였습니다. 뭔가 엄마아빠가 캐는 것과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냉이 혹은 달래임을 확인하고 그것을 호미로 직접 캐서 뿌리까지 잘 뽑히면 그 자체만으로도 흐뭇하고 성취감으로 의기양양합니다.

많지는 않은 양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봄나들이 삼아 나온 것치고는 제법 먹을 만큼 캤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좋아하는 모습과 내 어린시절 추억이 겹쳐지며 마음 한 구석을 훈훈하게 했답니다.

그렇게 온 식구가 반나절을 놀며 호미질하며 캐온 냉이와 달래를 다듬어 씻었습니다. 캐는 작업보다 더 시간이 많이 드는 일거리였지만 구수한 된장찌개와 달래장을 먹을 생각에 손길이 즐거웠습니다.

쑥과 냉이를 넣은 된장찌개와 오이달래 무침,달래장과 김,돌나물 초장으로 차린 웰빙 밥상이 스스로 대견하네요
 쑥과 냉이를 넣은 된장찌개와 오이달래 무침,달래장과 김,돌나물 초장으로 차린 웰빙 밥상이 스스로 대견하네요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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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가 산다면 이렇게 싱싱하고 좋은 것을 구하기도 어려울뿐 더러 있다손 치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많이 망설였을 겁니다.

음식을 잘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좋은 재료 덕에 모처럼 저녁상에 기분좋은 봄향기가 폴폴, 몇 개 안 되는 찬이었지만 식구들 수저질이 바쁘기만 했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푸른 채소를 잘 먹지 않는 것을 질책하고 고민하기만 했는데 함께 캐온 재료를 이용해 보니 그런 고민을 한방에 날릴 수 있어 더욱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이 좋은 재료 다 가기 전에 다음 주에도 호미 들고 들녘에 나가볼 참입니다.


태그:#봄나물, #웰빙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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