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장린은 수영의 류시앙... 그러나"

지난 10일 남자 수영 400미터 자유형 경기 결과, 한국과 중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결과는 박태환의 우승. 금메달을 들고 환한 '꽂미남 미소'를 짓고 있는 박태환과는 달리 은메달을 딴 중국 선수 장린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애석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장린은 비록 박태환에게 금메달을 뺏기기는 했지만 중국 올림픽 남자 수영경기 사상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영웅'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장린의 '은메달'을 두고 갖가지 입질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 선수에게 패했다는 것에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이나 인터넷 언론에서는 노골적으로 한국선수에게 진 것에 '유감'이라고 말할 정도.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들은 당일 기사를 통해 '한국의 '류시앙'(중국의 세계적인 육상선수) 올림픽 꿈을 이루다', '박태환, 워터큐브에 역사를 쓰다' 등의 제목으로 박태환을 대서특필했다.

뿐만 아니라 은메달을 딴 자국 선수 장린에 대해서도 "중국 올림픽 남자 수영경기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딴 선수", "수영의 '류시앙'" 등의 표현을 쓰며 장린 선수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장린이 다른 나라 선수도 아니고 바로 이웃한 '작은 나라' 한국의 박태환에게 진 것에 대해서는 못내 아쉽다는 분위기다. 중국의 포털사이트들은 이날 시상식장에서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린의 모습을 "한국 선수에 패해 경기장에 오성홍기를 날릴 수 없게 되어 아쉬워하는 표정"이라고 묘사했으며, 일부 네티즌들도 "한국 선수에게 패해 유감"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교롭게도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것을 두고 중국 언론과 네티즌, 그리고 대다수 중국인들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재밌는 것은, 경기가 끝난 후 중국 인터넷에서는 박태환과 장린의 수려한 외모를 두고 "박태환과 장린 중 도대체 누가 더 잘 생겼나"라는 댓글들이 쏟아지면서 두 선수의 '외모비교'가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관련 댓글을 통해 "박태환, 잘 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멋져 멋져 정말 멋져"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O... "중국 남자들이여, 일어나라"

"중국 남자들이 드디어 일어서기 시작했다!"
장린이 은메달을 딴 다음날 베이징의 주요 일간지 <신경보>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신경보>는 이날 기사를 통해 그동안 중국 체육계는 줄곧 다른 나라와 달리 '여강남약'라는 '중국 특유의 현상'을 보여왔는데 이번에 장린의 남자 수영 은메달을 계기로 육상의 류시앙, 농구의 야오밍, 수영의 장린이라는 세계적 스타들을 줄줄이 배출하면서 중국 남자 선수들이 드디어 '기를 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중국 체육계에서는 축구나 농구, 야구 등과 같은 남자 단체경기는 올림픽 뿐만 아니라 각종 세계 대회에서 그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할 정도로 약세를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반면 중국 여자 축구와 농구, 배구, 수영등은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어서 중국 체육계에서는 '여자들 기에 남자들이 눌렸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돌았다.

기사는 "'남자들이 굴기(우뚝선다는 뜻)하면 중국도 굴기한다'고 말하면 좀 심한 비유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국 남자들은 세계 체육무대에서 더 강해져야 한다"라며 "장린의 은메달은 중국을 '세계 체육 경쟁의 핵심영역'으로 한 걸음 더 끌어올린 쾌거"라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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