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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성완경씨(사진 왼쪽) 가족이 13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중학생이 되는 큰 딸 지은이 교복을 맞추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성완경씨 지체장애인 성완경씨(사진 왼쪽) 가족이 13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중학생이 되는 큰 딸 지은이 교복을 맞추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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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거주하는 지체장애인 성완경(44)씨는 요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목 디스크 후유증에 사지가 마비돼 노점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지역신문에 보도된 후 후원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매일경제 mbn ‘소중한 나눔 무한 행복(이하 소나무)’ 제작팀이 성완경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고 지난 12∼13일 이틀간 촬영을 마치고 오는 20일 금요일 밤 9시30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성완경씨는 도움을 주겠다는 모금 방송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큰딸 지은이가 마음에 걸려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방송을 타게 되면 중학생이 되는 큰 딸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말이다. 하지만 속 깊은 지은이는 기분 좋게 승낙을 했고 촬영 내내 PD, 카메라맨, 작가 언니들과 재미있게 촬영에 임했다.

특히 기업용 토털 소프트웨어업체인 티맥스 소프트웨어 자원봉사들과 함께 피자도 먹고 온가족이 다 같이 난생 처음 코엑스 아쿠아리움으로 수족관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보통의 가족이라면 피자먹고 수족관 가는 게 무슨 큰 이벤트냐 하겠지만 지은·지수 자매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었다. 추운 겨울에도 리어카에서 감귤을 파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 흔한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하나 사달라고 졸라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에 월세도 제대로 못내 오는 3월 중학교 입학을 앞둔 큰 딸 교복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었던 성씨 부부. 30만원 정도 하는 비싼 교복 값 마련을 위해 밤늦게까지 장사도 해봤지만 추운 날씨에 매상은 뚝 떨어져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그런데 13일 오후 현대백화점측의 도움으로 성완경씨는 큰 딸에게 근사한 교복을 입힐 수 있게 됐다. 아직 아기인줄만 알았던 딸 지은이가 새 교복을 입고 등장하자 성씨 부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그동안의 쌓인 설움을 쏟아냈다. 가족끼리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에 방송 제작진과 봉사자들도 눈물을 훔치느라 애를 먹었다.

성완경씨는 “먹고 살기 힘들어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두 딸이 눈에 밟혀 차마 질긴 목숨 끊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비가 돼서 딸자식 교복 한 벌 제대로 입히지 못할까봐 가슴이 무너졌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돼서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 선물과 함께 책상, 컴퓨터 그리고 후원금까지 받게 된 지은양은  “지역신문에 우리 이야기가 실린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요. 커서 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은데 꿈을 이뤄 부모님께 효도하고 동생도 잘 보살피고 저 보다 어려운 이웃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지체장애인 성완경씨는 가장으로서 부인과 두 딸을 위해 풍족하게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지 못하는 게 한이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불편한 몸으로 리어카를 이끌고 오늘도 노상에서 귤을 팔며 희망을 꿈꾸고 있다. 성씨에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부인과 토끼 같은 두 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완경씨의 희망리어카는 오늘도 달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동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완경, #후원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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