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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세종시 대전' 본편의 막이 올랐다. 치열했던 '강도론 공방' 후 짧은 휴전이 끝나자마자 양 정파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의원총회를 통한 당론 수정을, 친박(친박근혜)계는 결사저지를 선언하면서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본편의 '큐' 사인은 총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렸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 조찬회동에서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후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개시에 나섰다. '선봉'은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맡았다. '함께 내일로'는 16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워크숍을 열어 세종시 수정안을 '강제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한 의원총회 개최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워크숍에서 발제를 맡은 친이 직계 정태근 의원은 "늦어도 오는 18일까지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제출하겠다"면서 "내주 초인 22일 또는 23일 중 첫 의총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친박 진영이 토론에 불참하더라도 토론을 지속하면서 참여를 요청하고 표결의 불가피성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며 "가급적 광역단체장 경선 전 논의를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원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의총 소집 요구서를) 오늘 준비해서 17일 아침에 제출할 생각"이라며 "(당론 변경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사실상 4월 이내 세종시 수정안 관철이라는 로드맵이 확정된 모양새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태도변화... 대통령 '지침' 후 사실상 의총 소집 약속

 

친박계는 의총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서 끝장 토론을 벌인다 해도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 친이계가 의총 개최를 요구하는 것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당론 변경을 강행하려는 수순 밟기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론 변경이 아니라 세종시 당론 폐지 의총을 하는 게 의미가 있냐"며 "(청와대에서)결론을 이미 내놓고 이제 와서 당에서 논의하라고 하는 것은 당을 청와대의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사실상 (세종시 수정 당론 변경 쪽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참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총 소집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태도변화다. 애초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거나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속도조절론을 주문해온 안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지침'이 나온 이후 이달 내 의총 소집을 사실상 약속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헌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 세종시 관련 토론을 위해 의총 소집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제 의무"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당헌상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내대표가 의총을 소집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의원 17명 이상이 요구서를 내면 의총은 개최된다.

 

따라서 친박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총 개최는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관건은 친이계가 당헌상 당론 변경에 필요한 의원 113명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친이계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함께 내일로' 워크숍에서 "현재 당내 의원 분포는 세종시 수정 찬성 100명 내외, 원안 찬성 50명 내외, 절충안 및 입장 유보가 20명 내외로 판단된다"며 "당론 변경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이 측은 당내 토론이 시작되면 중립성향 의원들이 찬성 쪽으로 기울고 친박계에서도 '수정안 찬성' 소신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향후 당론 수정 관철을 위한 '머릿수' 확보 차원에서 노골적인 '줄세우기'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당론 수정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의총을 열 필요가 있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친이계가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로 당론 변경에 성공한다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한  1차 관문인 해당 상임위원회는 물론 본회의 통과가 남아있는 탓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사적 소명" 이명박 vs. "원칙과 신뢰" 박근혜... 지는 쪽은 치명상

 

정부가 제출할 세종시법 개정안 대다수를 심의하게 될 국토해양위는 위원 29명 가운데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이는 이병석 위원장을 비롯한 친이계 12명에 불과하다. 송광호·유정복·이해봉·정희수·현기환 의원 등 친박계 5명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 12명과 함께 반대한다면 개정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의석 분포를 보더라도 민주당 등 야당 의원 120여명과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 50명이 모두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본회의 통과도 어렵다. 이정현 의원은 "당론이 변경되더라도 세종시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며 "상임위 통과와 본회의 통과 모두 의석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친이계 주도로 이루어지는 당론 변경이 분당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친이계가 불가능한 싸움을 가능한 구도로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결국 미래권력 박근혜 죽이기에 나선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이날 "만일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친이계가)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세종시 문제가 눈 앞에 닥친 62지방선거는 물론 멀게는 차기 총선과 대선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싸움이 돼버린 이상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비관적인 전망에 일조를 하고 있다. "역사적 소명"이라며 세종시 수정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과 "원칙과 신뢰"를 앞세워 반대한 박근혜 전 대표 중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는다.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이 친박계의 반대로 좌절될 경우 친이계가 책임론으로 상대를 옥죈다면 한나라당은 극한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친이계 내부에는 "우리가 과거 10년 동안 열심히 해서 정권을 창출했는데 요즘엔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사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최병국 의원)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친이계는 "토론을 하자고 하는 게 왜 갈라서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정두언), 친박계는 "잘 먹고 편히 지내다 굴러온 돌이 누구보고 나가라고 하느냐"(이정현)며 짐짓 모른체 하고 있지만 이제 와서 타협을 위한 중간지대를 찾기에는 양측의 벌어진 틈이 너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태그:#세종시, #한나라당, #세종시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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