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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역 청소년YMCA연합회 이유진(18) 회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활동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중부지역 청소년YMCA연합회 이유진(18) 회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활동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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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이 바뀐 뒤로 선생님들이 학생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요."
중부지역 청소년YMCA연합회 회장인 이유진(18) 학생이 다니는 수원 청명고는 학생 규제가 유난히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붙박이'였던 명찰도 쉽게 뗄 수 있는 걸로 바뀌었고 여름에 입는 생활복을 정할 때도 학생들 의견을 직접 들었다. 또 귀밑 5Cm까지로 되어있는 두발 규정을 곧 완화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는 모두 지난해 4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주민 직선으로 뽑히면서 생긴 변화다. '진보 교육감'답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도 전역에 '인권시범학교'를 늘린 결과가 이렇듯 학생들 피부에까지 와 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는 6·2지방선거를 지켜보는 청소년들 눈이 예사롭지 않다. 자신들은 투표권이 없지만 교육감만큼은 과열 입시 경쟁과 서열화를 막고 학생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이로 뽑아달라고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 "교육감 선거는 우리가 당사자"

▲ 청소년들이 원하는 교육, 교육감은? 6.2지방선거를 앞둔 5월 21일 서울 소공동 한국YMCA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리 청소년YMCA연합회 회원들이 '노란 풍선'을 개사한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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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인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YMCA전국연맹 회의실엔 모처럼 교복이나 일상복 차림의 청소년 수십 명이 몰려 왁자지껄했다. 청소년YMCA전국대표자회와 한국YMCA전국연맹이 함께 '아동과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과 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2대 분야 12대 과제'를 제안하고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주인공은 청소년이었다. 학생청소년들이 단순히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협의회를 구성하고 교육감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스스로 정책 의제를 정해 후보자들에게 질의서를 보낸 것이다. 후보들의 반응도 적극적이어서 공식 등록한 시·도교육감 후보 81명 가운데 72.8%인 59명이 학생들 질문에 응답했다. 

하지만 이날 어떤 후보가 가장 바람직한 답변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혜정 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팀장은 "굳이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응답 자료만 보면 누가 YMCA와 청소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후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도록 한 선거법 탓도 있었지만 조사 결과 스스로 놀랄 정도로 후보자간 변별력이 컸다는 얘기다. 

21일 서울 소공동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청소년들이 '교육희망시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1일 서울 소공동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열린 '전국 교육감 후보 정책 질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청소년들이 '교육희망시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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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무상급식엔 90% 찬성... 자사고-일제고사 찬반 팽팽

우선 청소년들은 12대 과제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체벌금지, 학생회 법제화 및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강제자율학습·0교시·보충수업 폐지, 학원심야학습시간 제한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수준별 학급 편성이나 특별학교를 만드는 대신 학생 자율성을 확대하고,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농어촌 및 작은 학교 보호 등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해 달라고 주문했다. 

과연 후보들은 청소년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을까? 청소년 정책 의제와 관련된 23개 질의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방선거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친환경 무상 급식(89.3%)과 학원 교습 밤 10시 규제(91.1%), 초등학생 무상 방과후 활동 확대(98.2%)와 같이 아동, 청소년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 자율형사립고 같은 특별학교 확대 ▲ 일제고사 및 성적 공개 문제 등 학교간 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에 관한 질문엔 지역에 따라 찬반 의견이 분명하게 갈려 후보자를 변별하는 주요 기준으로 꼽혔다. ▲ 우열반(수준별 이동수업) 편성 ▲ 0교시 및 보충수업 ▲ 야간자율학습 실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 후보 8명 중 5명이 응답한 서울시의 경우 앞서 교육 공공성과 관련된 5가지 질문에 곽노현·박명기 후보가 '반대'나 '조건부 반대' 의견을 냈고 남승희·이상진·이원희 후보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세 후보가 모두 응답한 경기도는 현진 교육감인 김상곤 후보만 모두 '조건부 반대' 의견을 냈고 강원춘·정진곤 두 후보는 '찬성'이나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경기도에서는 이밖에도 학생인권보호 규정 제도화나 시도별 특수목적고 설립에도 의견이 뚜렷이 갈렸다.

이혜정 팀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등 아동 청소년 건강권과 복지 향상에 대해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반면 야간자율학습, 수준별 이동수업 등은 찬성 의견이 더 많아 앞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서열화, 경쟁이나 학습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조금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다만 지역별로 찬반이 팽팽한 0교시-보충수업 실시나 일제고사 성적 공개, 특목고 및 특별학교 설립,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 등은 교육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교육희망시계' 거꾸로 되돌리는 '묻지 마 투표'

교육희망시계 퍼포먼스에 앞서 현재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있는 청소년YMCA 회원들.
 교육희망시계 퍼포먼스에 앞서 현재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있는 청소년YMCA 회원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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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소년YMCA는 "교육감은 당장 매일 먹는 급식,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교과목에 밀리기만 하는 자치활동이나 클럽활동 등 교육의 환경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로써 청소년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과열된 입시제도로 인한 서열화를 해소하고 학생 개개인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받게 해주는 분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당선되기를 희망한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는 1인 8표제에 따른 어른들의 관심 부족에다  소속 정당도 없는 상황에서 자칫 '묻지 마 투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생들 스스로 정한 시간은 6시입니다. 앞서 6시 5분 전으로 정했던 어른들보다 조금 더 희망적이라는 얘기군요."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는 모든 참가자가 참여하는 '교육희망시계' 퍼포먼스였다. 청소년들 바람에 가장 부합하는 12시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은 그 절반 수준엔 도달한 셈이다. 앞으로 이 시간 간격이 계속 줄어들지, 더 벌어질지는 오는 6월 2일 어른들의 한 표에 달려있다.


태그:#교육감선거, #청소년, #지방선거, #한국YMCA, #청소년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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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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