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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들어있는 고기 먹어보셨나요? 아휴… 그냥 입에서 살살 녹아요."

 

양념고기를 포장해서 파는 황대원(40)-최영랑(42)부부는 자칭 소문난 잉꼬부부다. 휘현, 도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15년차 부부는 매일같이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가 지겹다고 느낀 적은 좀처럼 없다고 한다.

 

"비결이요? 글쎄요. 뭐 다른 게 있겠어요. 열심히 같은 일을 하다보니까 서로 지겨울 틈도 없는 거죠."

 

비법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최영랑씨는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만 짓고 있다. 그러다 의심의 눈초리(?)로 채근대는 집요한 독촉에 결국 못이기겠다는 듯 입을 연다.

 

"쉿! 사실 우리 부부의 금실비결은 따로 있어요."

 

옳거니, 그제서야 기자의 눈이 퍼뜩 떠졌다. 아무렴 아무리 일이 좋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잉꼬부부의 비법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저거예요. 우리 부부 아니, 우리 가족의 든든한 사랑지킴이죠."

 

최영랑씨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에는 여러 대의 기타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사실은요. 제가 음악치료사예요. 우울하고 마음이 아프신 분, 더 나아가 가슴속에 상처가 있으신 분들을 음악을 통해 치료하는 일도 겸하고 있죠."

 

최영랑씨는 남편과 함께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편 지구촌마을, 정신병원 등 각종 복지시설을 돌아다니며 음악치료를 하는 일도 겸하고 있었다. 대학교 역시 음악치료학과를 전공했다.

 

"그런데… 그것이 가족 사랑과 무슨…?" 사실이 그랬다. 아무리 최영랑씨가 음악치료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부부금술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합과 무슨 큰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하하핫… 저희는 음악 가족이에요. 우리 집사람만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닌 우리 모두가 같이 음악을 즐기고 사랑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황대원씨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기자의 마지막 궁금증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제가 원래 한식조리사였어요. 누나가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성화에 못 이겨 제가 주방장을 잠시 맡고 있었어요. 근데 어느날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던 집사람이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식당에 왔고 거기서 뭐 인연이 맺어졌습니다."

 

"아… 그럼 남편 분께서 아내 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셨겠네요."

 

"허참, 대시는 무슨…, 우리 집사람이 저보다 약간 연상이잖아요. 제가 잡힌 거죠. 그물에 확 걸렸…" 순간 최영랑씨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자 황대원씨가 황급히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홱 돌린다.

 

황대원씨는 전문적으로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 취미 삼아 기타를 즐겨 쳤다. 때문에 지금의 아내와는 자연스럽게 코드가 맞았고 틈날 때마다 같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게 됐다.

 

매일 붙어 사는 관계로 간혹 부부 간에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노래를 합창하다보면 자연스레 풀리기 일쑤였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합창이 서로의 사랑을 더욱 돈독케 했다.

 

"그렇다면 아드님도 두분께서 가르치신 것인가요?"

"아뇨…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어설프게 가르치려 들다가는 성질 버려요."

 

큰 아들 휘현군이 기타를 잘 친다는 말에 넌지시 던진 기자의 질문에 최영랑씨가 가볍게 도리질을 했다.

 

엄마, 아빠를 닮았는지 휘현군은 다른 곳에서 자연스럽게 기타를 접한 케이스다. 초등학교 3학년때 선생님으로부터 우연히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기타를 접하게 됐고 중학교 1학년인 현재는 상당한 수준이다. 엄마인 최영랑씨와 같이 공연도 했을 정도로 음악적 소질이 뛰어나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고기와 음악,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것들을 지금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러우면서도 기뻐요. 더욱이 가족 모두가 같이 한다는 점은 축복이라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음악과 사랑 그리고 일을 함께 하는 황대원-최영랑씨 부부. 오늘도 이들 부부의 고깃집에는 음악소리가 그치질 않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디지털 김제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기팔고 기타치고, #음악부부, #음악치료사, #양념고기, #삶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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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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