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 정신없이 빠져 있던 아내는 마지막 장면이 아슬아슬하게 끝나자 궁금증을 참치 못하고 역사학자인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 이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러나 남편이 아무리 저명한 역사학자라 해도 그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 없다. 그 역시 다음 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궁금할 따름이고, 역사학자로서 안전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건, 다음 회의 전개가 아니라 사극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드라마는 픽션이다. 주인공이 역사적 실존인물이라 해도 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가공된 것이다. 근현대가 배경인 정치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영리한 시청자인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충분히 특정 정치인을 연상하게 하는 특수한 배경을 깔고 전개되는, 빼어난 외모에 불굴의 의지를 갖춘 주인공의 고독하고 정의로운 투쟁을 정신없이 따라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드라마는 픽션이다'라는 사실을 견지하고 있을까? 그리하여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미지는 현실 정치인 아무개의 이미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이를테면 드라마 유인촌 주연의 <야망의 세월>은 우리가 이명박이란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과연 그럴까?

▲ 경쟁작-정치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 ⓒ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알박기라구요? 저는 내전 중이에요!

왕십리 뉴타운 1구역, 이전 동네 자체가 다 허물어져 허허벌판이 된 이곳에 단 세 가구가 달랑 남아 있다. 척 보기에도 전형적인 "알박기." 사람들은 생각한다. "얼마나 더 받겠다고 저런 짓을 쯧쯧..."

그러나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인 그 집 주인은 말한다.

"알박기라구요? 하긴 저 같아도 그냥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거예요. 국가가 저에게 전쟁을 선포했으므로 이건 내전이에요."

깨끗하고 멋진 환경에서 잘 살아보자는 "뉴타운 사업"은 어떻게 그 마을 주민의 "목숨 건 내전"이 되었는가?

 폐막작 <우리 사는 동네> 화면캡쳐

폐막작 <우리 사는 동네> 화면캡쳐 ⓒ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우리 말이 비속어덩어리라구요? 그럼 이런 건 어때요!

어떤 조사에 따르면 11초에 한 번씩 욕을 하는 청소년도 있고, 욕을 많이 하는 학생은 대학갈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학교도 있다. 거리에서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청소년들을 말은 비속어덩어리로 들리기도 한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은 무엇을 배우는가.
교육에 대해 입을 열면 교권은 무너지고 학교는 죽었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라.

"KBS에서 4대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PD가 있었는데 사장에 의해서 방송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알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막는 부당함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빌어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 드라마 <독청독성(獨淸獨醒)> 감독 황인지(여고생)

"세상에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자 모두가 자기 인생을 걷고 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적인 환경과 타인의 시선 등으로 인해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사거리의 교차로의 파란불은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에게 빨리 어디로든 건너가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길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사람들에 떠밀려 건널목을 건너야 합니다. 뮤지컬 영화 <사거리>는 이런 우리의 현실을 마냥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길목으로서의 사거리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뮤지컬 <사거리> 감독 김수랑(청소년영상동아리 MFS)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한 번쯤은 아이돌의 팬이 되어봤을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제2세대 아이돌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저도 그때부터 아이돌의 팬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꽤 많은 돈을 쓰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과연 이렇게 돈을 쓰면서 인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팬의 역할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기획사들이 팬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다큐 <지금은 아이돌시대> 감독 김민지, 권희선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걱정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세계가 걱정스럽다.

▲ 경쟁작 - 청소년 부문 ⓒ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조중동 종편 반대, 우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조중동 종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인기 방송인, PD "아무개 종편행"이란 기사가 심심치 않게 뜨고, 그들의 행보에 대한 설왕설래가 떠들썩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종편에 어떤 기대 반발한 프로그램들이 포진할지를 흘리는 기사들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종편사들은 서서히 신문과 TV등 거대 미디어를, 아니 우리의 머릿속을 치밀하게 잠식해 들어올 것이다. 발을 묶고 가만히 앉아 그들이 전송하는 영상을 편안히 빠져드는 사이에 말이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그들이 편집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극장을 열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자발적 시민의 힘과 의지로 11년째 유지하고 있는 이 극장은 진실과 희망, 고통과 투쟁, 현실과 꿈을 상영한다. 이곳이 진정한 우리의 미디어 현장이다.

누군가는 영화를 통해 저항하고 창조한다. 또다른 누군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느끼고, 응원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번 주말은 그들이 보여주는 TV를 끄고 우리가 만든 극장으로 오십시오. 유쾌하고, 진지하고, 기발하고, 감동적인 26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활짝 열고 기다립니다!

 제11회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포스터

제11회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포스터 ⓒ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제11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
-일시 : 2011년 10월 22일 -23일
-장소 : 더씨어터(종로 5가 2번 출구)
-주최 :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 www.publicaccess.or.kr
-문의 : 02-392-0181

덧붙이는 글 *제11회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일시 : 2011년 10월 22일 -23일

-장소 : 더씨어터(종로 5가 2번 출구)

-주최 :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 www.publicaccess.or.kr

-문의 :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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