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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격려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격려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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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김용민 개xx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노원갑)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던 자칭 '나꼼수빠'인 친구가 던진 말이다. "김용민, 20대에게 막말 '너흰 안된다 뭘해도…'"(선정민 기자)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난 직후였다. <조선일보>는 4월 9일자 이 기사에서 지난 2009년 6월 8일자 충남대신문에 기고한 김용민 후보(당시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의 글을 두고 "노인·여성·종교를 대상으로 한 막말에 이어 김 후보가 20대에 대해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다'고 쓴 글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대 포기론'으로 익히 잘 알려진 이 글에서 김용민 후보는 "19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IMF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대가 이후 모든 사안을 '가치'보다는 '자신의 유불리'에 방점을 두고 사리판별을 한다"며 사회정치참여에 무관심한 20대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글에서 "(20대) 다수가 2007년 겨울, 투표장에서 밑도 끝도 없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설레발 떠는 후보에게 표를 헌납했다"며 "부도덕한 과거를 충분히 숙지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20대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현실인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특히 이 글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이미 너희는 뭘 해도 늦었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삽 들고 안전한 삶의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라고 20대를 조소한 부분이었다.

김용민 사과는 빼고 보도한 <조선일보>, 무슨 의도인가?

"어~ <조선일보>가 더 개xx네."

관련 소식을 검색하던 친구가 '개XX'의 주어를 바꿨다. 김용민 후보가 20대 포기론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그는 김 후보가 사과한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김용민 후보의 '20대 포기론'을 막말로 규정하고 20대로 하여금 김용민 후보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제 <조선일보>의 보도에는 김용민 후보가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20대의 높은 정치참여 열기를 확인하고는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라고 20대를 단정했던 2008년 자신의 입장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이 쏙 빠져 있었다.

김용민 후보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1년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20대 포기론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청춘들에게는 제가 큰 빚이 있습니다. 불과 2년 반쯤 전인가요. 20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고 말해서 아마 태어나서 그때까지 먹은 욕의 5배는 다 먹은 것 같아요. 제가 사과하게 된 배경은 20대에게도 분노가 있구나 그리고 분노의 표출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비단 그것이 아니라도 20대에게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 것은 무리가 있었던 것이죠."

지난해 12월 <하니 TV>의  '디어청춘'이라는 프로그램에 김용민 후보가 강연자로 나섰다. <나꼼수>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2년 전 자신이 주장했던 '20대 포기론'에 대한 사과의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물론 강연 중간에 높아진 자신의 인기를 '삼보일배'에 빗대어 '삼보일싸'(세걸음 걸어가면 '싸인'을 부탁하는 이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뜻)라고 표현하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강연 내내 진지하게 경쟁에 내몰린 20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2년 전 '20대 포기론'을 통해 "너희처럼 처신하면 밥되기 딱 좋다"며 냉소를 던지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김 후보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가속화된 대학의 시장화에 저항하다 퇴학을 당한 노영수(중앙대 4)씨와 청년노동권을 위해 노력한 김영경(32)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언급하며 20대를 섣부르게 재단한 자신의 판단에 대해 진지하게 미안해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당시 강연에 대해 이다은(20, 서울시립대)씨는 "꿈에 비해 주어진 현실이 어렵다 보니까 도전정신을 어느새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고 신중훈(26, 청원경찰)씨 역시 "가슴 속에 있지만 꺼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김 후보의 강연에 공감을 표시했다.

앞뒤 문맥 없이 왜곡하고 진실 비트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등 4월 7일자 보수 언론들은 '나꼼수' 출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한국 교회 비판 발언을 '기독교 모독'으로 몰아가는 한편 '총선 최대 변수'로 부각시켰다.
 조선일보 등 4월 7일자 보수 언론들은 '나꼼수' 출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한국 교회 비판 발언을 '기독교 모독'으로 몰아가는 한편 '총선 최대 변수'로 부각시켰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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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선일보>의 "20대에게 막말 '너흰 안된다 뭘해도…'"라는 기사는  있었던 사실을 전하고 있다. 김용민 후보는 분명히 "20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김용민 후보가 '20대 포기론'에 대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사과했던 사실을 쏙 빼버린 이 보도는 사실일지언정 진실일 수는 없다.

김용민 후보 막말논란에 대해 <조선일보>가 진실을 비틀었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바로 2일 전인 4월 7일자 <조선일보>의 머리기사 제목은 "한국정치가 창피하다"였다. <조선일보>는 김용민 후보가 <미주 뉴스앤조이>라는 매체와 인터뷰 과정에서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집단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며 "김 후보가 성적막말과 노인폄훼에 이어 기독교 모독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유권자에게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섹시한' 제목을 위해 <조선일보>는 "몰락의 대상은 개신교의 기득권 세력이지 참된 교회는 아니다"라는 김 후보의 발언은 언급도 안 하고 "한국교회는 척결 대상일 뿐"이라는 김 후보의 발언을 따로 떼어내 못박아 버렸다. <조선일보>가 김 후보와 <미주뉴스앤조이>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꼼꼼히 확인 했더라면 이렇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기 위한 <조선일보>의 눈물겨운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진실의 왜곡을 통해 억지로 만들어낸 의제가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천안함 순직장병들을 앞세워 반북냉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정작 선거에서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린 지난 6·2 지방선거의 역풍이 이를 증명한다. 벌써 그 역풍은 시작되었다. 4월 9일 오후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20대에게 막말한" 김용민 후보의 성북역 유세현장에는 수백 명의 20대 젊은이들이 몰렸다. 지역구 유세치고는 엄청난 인파였다. 

김용민 후보는 4월 10일 <진실의 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한다면 문방위로 들어가 <조선일보>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보의 "언론사를 잡고 싶다"는 발언은 어떤 의미로 해석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수많은 누리꾼들이 김 후보의 이런 발언에 환호하고 있다. 지금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조선일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김용민 막말, #4.11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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