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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이 두 조합원이 농성중인 철탑 30m 지점을 가리키며 농성장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 박석철

아침 최저기온 영하 6.5도, 태화강 하류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 최병승·천의봉 조합원이 64일째 송전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정문 앞은 무척 추웠다.

19일 오후 2시가 되자 평소와 달리 철탑 아래로 조합원이 여럿 모였다. 대선 투표일인 이날 현대차 공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따로 근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표를 마친 노동자들이 철탑 아래로 하나 둘 모였다.

농성장에서 만난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방금 투표를 하고 왔다"며 "과거에는 투표도 못 하고 현장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철탑 위에 올라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두 조합원이다. 철탑 밑에 있던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30m 위 농성장을 가리키며 "합법적으로 응징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조차 행사 못 하는 두 동지들은 얼마가 안타깝겠느냐"며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하는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로 8년 동안 재판을 하면서 수배·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은 뒤 대법원에서 승소한 최병승씨는 전화통화에서 "오늘은 10년 만에 투표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동안 정규직화를 요구하다가 고소고발 당하고 수배 등의 문제로 자유롭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오늘은 꼭 투표할 줄 알았다"며 "투표장에 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아산(유성기업)과 평택(쌍용자동차) 고공농성장 동지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우리가 어거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이 판결한 법을 지키라는 것인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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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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