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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감성마을. 시골마을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외수 감성마을. 시골마을의 변화가 시작됐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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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게 문 닫았을 거예요."

지난 9월 3일, 이외수 작가가 촌장으로 있는 다목 감성마을로 가는 길에 화천군 다목리에 있는 어느 식당에 들어섰다. "감성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 식당을 많이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식당주인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15년간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군부대에서 장병들의 외출 외박 시 위수지역을 확대하면서, 사실 문을 닫을 지경까지 몰렸었어요."

292세대 582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산골마을 다목1리. 1960년대 인근 군부대 옆엔 상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 고객은 군인들이었다. 식당, 여관, 당구장, 술집 등 젊은 군 장병들이 주 타깃이었다.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최고의 고객이었다.

"제대하면 언제 또 너희들을 만나겠는가"라는 생각에 군 장병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도 있었다. 업주와 고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다. 고객들의 입소문에 희생이 된 불친절 업소들은 서서히 몰락하기도 했다.

외상값을 받겠다고 군인들 봉급날에 맞추어 불쑥 부대를 찾아가는 상인들도 있었다. 조그만 동네는 늘 시끌벅적하기만 했다. 지역경기는 활력이 넘쳤다.

감성마을엔 식당이 없습니다

감성문학관 개관시 축하인사를 하는 이외수
 감성문학관 개관시 축하인사를 하는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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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동네가 200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군부대에서 면회객 등 외출·외박 군인들에 대해 위수지역 확대제도(외출범위 확대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인들은 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조그만 산골 마을을 외면했다. 인근 읍내나 사창리 지역으로 몰렸다. 점차 문을 닫는 상가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외수가 온다고 뭐가 나아지겠나."

2005년. 화천군(군수 정갑철)은 이외수 감성마을을 다목리에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작가가 한명 왔다고 관광객들이 얼마나 오겠냐"는 것이 주민들의 이구동성이었다.

"감성마을엔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없다."

이외수 작가는 감성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식사와 숙박은 아래 다목리 마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맛으로 승부를 하든 가격으로 경쟁을 하든 상인들의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성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이외수가 특정 업소만 밀어준다는 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느 관광객이 '산채 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을 때 다목리 지역에는 한군데가 있다. 그럴 때 상호를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다목리 일부 상가에서 들었던 말을 전하자 이외수 작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로 일축했다.

이외수로 인해 지역경제 패턴이 바뀌었다

평일에 찾은 다목리 마을. 한적하기만 했다.
 평일에 찾은 다목리 마을. 한적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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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매년 8월 감성5일장을 열고 있습니다. 닷새 동안 감성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수천 명에 이릅니다."

이외수 작가의 말이다. 지난해부터 감성마을에서는 5일장을 개최한다. 과거 유생들의 학업장려를 위해 글짓기 시험을 보던 백일장(白日場)을 따 5일간 연다는 의미로 '5일장(五日章)'이라고 표현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행사 참여를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감성마을을 찾는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다. 행사 성격상 1박 이상을을 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참가자들은 다목리 마을에서 숙박이나 식사를 해결한다.

"지난해 감성문학관을 개관하면서 지금까지 평일에는 100여명, 주말에는 대략 250여명의 관광객들이 감성마을을 찾고 있어요."

지난해 8월 다목리 감성마을엔 1243㎡규모의 문학관이 조성됐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조다. 조성 이후 작가가 직접 나서 설명을 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래서인지 개관이후 3만40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감성마을을 찾았단다. 금년도 관광객 데이터만 2만 명이 넘는다. 조그만 시골마을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주체가 군인들에서 이외수 감성마을을 찾는 관광객으로 바뀌었다.


태그:#화천, #다목리, #이외수, #감성마을, #대성산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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