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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이야기 다시 읽기(사이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 오마이뉴스에 최근 게재된 '사는이야기' 가운데 한 편을 골라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인 사는이야기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사는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글의 조건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옆집 가정사까지 실시간 생중계... 아빠 어디가?' 기사 화면 캡쳐
 '옆집 가정사까지 실시간 생중계... 아빠 어디가?' 기사 화면 캡쳐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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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캠핑이 인기입니다. 비록 캠핑철이라 할 여름은 지났지만 마니아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마니아가 아니라도 캠핑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로망'입니다.

특히 캠핑장의 밤은 더욱 낭만적입니다. 어두운 밤에 캠핑등 밝히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이야기 나누는 정겨운 광경은 캠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한밤의 캠핑장에 낭만만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이정혁 기자의 <오마이뉴스> 첫 톱 기사 옆집 가정사까지 실시간 생중계...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캠핑장은 제목대로 "옆집 가정사까지 실시간 생중계" 되고 "쭉~쭉쭉쭉 술이 들어간다"는 구호(?)가 난무하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추석에 있던 가족 간의 불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요즘 사는 근황까지. 그렇게 한 시간쯤 듣고 있다 보니, 문득 말참견 내지는 훈수를 두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더 듣고 있다가는 옆집 가족의 일원으로 대화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많은 사생활 정보들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새벽 1시가 다 되도록, "베수킨 라빈스 떨이원! 귀엽고 섹시하게 떨이원! 둘이 왔어요, 셋이 왔어요! 쭉~쭉쭉쭉 술이 들어간다" 등의 다양한 구호를 외쳐댔고, 박장대소에 고함, 박수소리까지 주변의 모든 이들은 텐트에 누워 그 소리를 안으로 삭혀야만 했다.

'옆집 가정사가 실시간 생중계'됐다고 했는데 글쓴이야말로 당시 상황을 '생중계' 하듯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베수킨 라빈스'로 시작하는 저 구호 와닿는군요. 느낌 아니까~).

'옆 텐트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라든가 '주객들의 고성방가에 괴로웠다'라고만 썼으면 어땠을까요? 상황을 짐작은 하겠지만 마치 눈 앞에서 일이 벌어지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은 떨어졌겠지요.

이 글에는 이외에도 상황 묘사를 잘 한 대목이 군데 군데 있습니다.

 '사는이야기'는 어찌 보면 '이야기'가 '살아있는' 글입니다. 앞에서 말한 묘사도 이를 위해 필요한 장치입니다.
ⓒ sxc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 서머싯 몸은 "훌륭한 소설가는 '무대 감각'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건 아니지만 생활글에서도 '무대 감각'은 필요합니다. 독자에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오마이뉴스>에 올라오는 사는이야기 중에는 이 글처럼 묘사를 잘한 글이 많습니다. 하지만 묘사를 하지 않고 정의만 내리는 글도 있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아버지는 자상하시다.
그곳은 고요했다.

어떻게 자상한지, 어떻게 고요한지를 보여주지 않고 그냥 그렇다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럴 때는 '밤늦게 퇴근한 아버지는 꼭 아들의 방에 들어가 얼굴을 쓰다듬고 이불을 덮어준다'라고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거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자취를 감춘 듯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라고 상황을 드러내는 게 좋겠지요.

이정혁 기자의 글은 이와 같은 묘사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다는 걸 잘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이 글 원문에는 후반에 4~5단락 정도 주장이 들어가 있었는데 편집기자와 이정혁 기자가 의논해 해당 단락을 뺐습니다. '사이다' 3편 멀리서 또 가까이서... '밀당'으로 공감 만든다에서 말했듯 자칫 주장이 넘쳐 이야기가 가려질 수 있어서였습니다.

'사는이야기'는 어찌 보면 '이야기'가 '살아있는' 글입니다. 앞에서 말한 묘사도 이를 위해 필요한 장치입니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사는 이야기', <오마이뉴스>에서 자주 보면 좋겠습니다.

[요점정리] '상세한 묘사'가 이야기를 살린다.


태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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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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