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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7월~10월 전국 각 분회에 송곳 단행본을 배포한 뒤 독후감대회를 실시했다. 10월 31일, 최종범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에서 남대구센터분회 이상섭 총무부장의 독후감이 최종범열사회 시상작으로 발표되었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 진행한 '송곳' 독후감대회 시상작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7월~10월 전국 각 분회에 송곳 단행본을 배포한 뒤 독후감대회를 실시했다. 10월 31일, 최종범열사 2주기 열사정신계승제에서 남대구센터분회 이상섭 총무부장의 독후감이 최종범열사회 시상작으로 발표되었다.
ⓒ 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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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 노동조합에서 <송곳>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벌써 7월 중순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예전처럼 죽을 것같이 바쁘진 않다. 이게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후의 모습들이다. 과거에는 죽어라 일만 한 것 같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미결과 실적 때문에 삶의 질을 포기하며 살아왔다. 남들은 여름이 되면 휴가계획이니 놀러 갈 생각을 하지만, 난 수십 년을 일해도 여름에 가족과 휴가 한 번 가지 못했다. 그나마 토요일에 쉴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것도 격주로 쉴 수 있을 뿐이지만….

노조에서 <송곳>을 보냈다. 받아놓고 읽어야지 하면서 며칠을 책 표지만 본 것 같다. 모처럼 쉬는 휴일에 읽으려고 집으로 책을 가져왔다. 공부하는 아들한테 먼저 보여줬더니 다 읽었다며 재밌다고 말한다. 아들이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지금 나의 모습이 이 책에 그려져 있을 것이다. 아들도 아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나보고도 읽어보라고 한다.

#2. 초라한 내 모습을 보는 게 싫어 읽지 않았다

책 안에 들어있던 나와는 다른 인물, '이수인'. 그 뒤로 며칠을 더 출근하며 책을 흘낏흘낏 쳐다만 봤다.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웹툰에서 잠시 본 기억이 떠 올랐다. 저 책을 읽는 순간 내 모습을 보지 않을까? 초라한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데….

결국 어느 날 토요일 오후, 책을 손에 들었다. 이수인이라는 주인공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이다. 나는 잘나지도 않았으며, 그리 배우지도 않았고,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스스로 먹고살기도 바빴기에 누구를 위해 노조를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인공 이수인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불합리한 푸르미라는 회사에 맞서 싸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3. 삼성에서 일하는데 삼성 직원이 아니다?

늘 이 일을 하며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난 왜 삼성 옷을 입고 일하는데 떳떳하게 "삼성에서 일합니다"라고 말하지 못할까? 고객에게는 삼성 직원이라고 말하지만,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삼성의 협력업체 직원이라 말하지 못했다. 내 자신이 초라해지기 싫어 그냥 삼성 직원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로 인해 이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난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 밖을 모르며 늘 시키는 대로 일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다.

"고객에게 왜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사과하며 굽신거려야 하나요?"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참아야 하나요?"
"부당한 지시인데 왜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합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온 내 인생과 이 회사에 몸 바친 내 청춘을 돌려달라 말하고 싶었다. 되돌릴 수 없는 나의 삶이 되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리 살고 싶지는 않다, 당당하게 내 일을 하며 내가 지금껏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며 당당하게 노동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 노조하면 다 바뀌는 줄 알았다

이수인이라는 인물은 어느 대기업에의 고용이 보장된 회사원이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을 위해 당당히 회사와 맞서 싸웠다. 또 노동조합에 대해 배우기 위해 연대를 하며 노동법을 배웠다.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나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푸르미라는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며 일어나는 일들이 지난 2년 동안의 우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난 노조를 하면 세상이 바뀌는 줄만 알았다. 정규직도 되고 복지도 좋아질 거라 믿었다. 월급도 오르고, 삶의 질도 다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5. 얻으려는 것이 있으면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두 명의 열사를 보내며 열사 투쟁과 임단협 투쟁이 이어졌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권리찾기는 진행 중이며 끝나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만 하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었으며, 그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다. 때론 절망과 나약함에 힘들어야 했으며, 세상에 나 혼자만 내버려진 것 같아서 죽을 각오로 싸워왔지만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6. 누군가는 뚫고 나와야‥ 밥상 차려주기? 내 신념이 있다면 괜찮아

혼자서는 노동조합을 할 수가 없다. 같은 마음으로 한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나의 동료가 있어야 한다. 내가 아닌 우리가 있어야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송곳이 되어야만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을 수 없다. 더 넓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는 우물 밖으로, 벽을 뚫고 나와야 한다. 회사가 어둠의 손으로 우리를 막으려 한다면 우리는 송곳이 되어 검은 손을 뚫고 나와야 한다.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동료의 손을 맞잡고, 리더의 판단에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 단결만이 우리가 가지는 유일한 무기일 것이다. 나와 뜻이 다르다고 하여 나서지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밥상을 차려줘야 한다. 내가 차린 밥상을 다른 사람이 먹는다 하여도 나는 괜찮다. 내가 가는 길이 내 '신념'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용기를 낼 수 있다. 내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 지회의 열사 두 분의 죽임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한 데 뭉쳐서 반드시 삼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7. 동료에게, 후배에게, 아이에게, 고객에게 떳떳한 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삼성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웠다. 우리는 시작하였다. 끝이 아닌 시작인 것이다.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둔다 하여도, 우리 동료와 후배들은 나의 길을 걸어올 것이다. 이게 노동조합이며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난 오늘도 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출근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불러주는 고객을 위해 떳떳하게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말하는 그 날을 위해서 싸울 것이며 최선을 다해 민주노조 깃발을 지키며 끝까지 싸워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 지난 7월~10월에 실시한 만화 <송곳> 독후감 대회 수상작입니다. 글쓴이는 남대구센터분회 이상섭 총무부장입니다. 글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송곳, #송곳 독후감, #최종범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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