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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은 tvN의 <수요미식회>에서 떡볶이가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맛이라고 주장했다.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황교익은 tvN의 <수요미식회>에서 떡볶이가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맛이라고 주장했다.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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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이 방송에 나와 그럴듯한 말을 하고 실제로는 자신의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전문가라고 단순히 해석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미디어-방송은 어떤 것을 만들고 있는가?

일단 황교익은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그 태도에 입각해서 발언을 이어간다. 지난 17일 tvN '수요미식회'를 통해 '떡볶이는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음식'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실제로 떡볶이가 그런 세뇌에 의해 맛있다고 평가될 만한 음식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고, 다만 그가 대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평하는 쪽이 가치 있을 것이다.

황교익은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맛을 가르치려' 든다. 마치 절대미각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교만이다. 모든 맛에 뛰어난 감별능력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리스타나 소믈리에가 커피와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훈련된 직업인일지언정 향과 맛을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게 구분지어 느끼는 초인적 존재는 아니다.

2001년, 보르도 대학교에서 57명의 소믈리에를 대상으로 맛을 짚어내는 능력에 대해 실험한 적이 있다. 고급 브랜드의 와인을 맛보고는 "오크통의 향이 느껴지며 복잡하고 다양하고 미묘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감이 있고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했지만 중저가 브랜드의 와인을 맛보고는 "향이 부족하고 밋밋하다. 맛이 없다"고 했다. 57명 모두. 하지만 두 와인은 같은 와인이었다.

이렇듯 절대 미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 기호와 편견과 경험이 공감각적으로 작용해 맛을 평가하게 되는 거다. 그런 면에서 떡볶이가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맛이라는 그의 주장은 재미있긴 하다. 애초에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인에게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것은 그런 층위의 분석과 비평이었으니까. 하지만 황교익은 그 선을 넘어 대중을 '잘못된 입맛을 가지고 있다'며 폄훼한다.

게다가 황교익이 떡볶이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세뇌된 사람들로 호도하기 전에 황교익 본인이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광고를 했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싸구려 자본주의에 세뇌된 사람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실 그의 이런 언행 불일치는 한두 번이 아니다. 엔젤리너스 커피 광고나 라면 광고 역시 그가 글과 말을 통해 내어놓은 가치관과 충돌한다. 분명히 황교익은 프렌차이즈가 음식의 다양성을 없애버린다며 프랜차이즈에 의존하는 외식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종원을 겨냥해서는 적당히 짜고 달게 만드는 싸구려 맛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운 탓이 크다고 백종원의 인기를 폄하했다.

그런가 하면 황교익은 '수요미식회'가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했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 수요미식회를 통해 소개된 음식점들은 대부분 해당 방송에 소개된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 역시 수요미식회의 영향을 받아 줄을 서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기꺼이 감당한다.

이런 황교익의 언행 불일치를 비판하면 그는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생산적 토론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가령, 떡볶이에 대한 개인적 주장을 반박-조롱하며 한 언론사가 떡볶이 광고를 했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을 때 황교익은 쓰레기 언론사는 덤비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광고비로 받았던 것은 사례금 정도였다는, 논점에서 완전히 벗어난 말을 이어다 붙였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태도다.

이 정도면 황교익은 인지부조화에 빠진 상태다.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합리화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이런 황교익을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에 기용하며 자신이 읽어낸 사회를 서슴없이 읊어내도록 하는 방송계의 문제는 더 크다.

방송이 이런 문제적 전문가를 호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야기한다. 텔레비전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의사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안긴다. 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하나를 두고 의사들의 진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이 자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의사들을 호출해 다분히 개인적인 의학적 소견들을 상식인 것처럼 유통시킨다. 물론 방송은 자막을 통해 알리바이를 완성한다. "의사 개인의 소견입니다"라고.

방송은 그들을 통해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음식과 건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위험한 서커스를 하는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원초적 본능을 자극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면에서 포르노 산업과 같다. 우리는 떡볶이의 맛보다는 이런 포르노 산업에 충실히 복무하는 이들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태그:#황교익, #방송, #내로남불, #떡볶이, #방송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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