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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자와 숫자

2009년 2646명의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자동차의 해고문제는 벌써 9년이 되었다. 그동안 29명의 해고자 혹은 가족들이 자살이나 지병 등으로 세상을 떠났고, 2009년의 99일 굴뚝농성과 2012년의 171일간의 송전탑 고공농성, 2015년 101일의 굴뚝농성은 쌍용차 사태를 기억하는 숫자들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태가 생긴 이후 기억해야 할 숫자들은 점차 늘어날 뿐, 줄어들지를 않는다. 분명 교섭이 진행된다고, 복직자들이 생겼다는 소식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번 겨울, 또다시 새로운 숫자가 생겼다. 김득중 지부장은 4번째 단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9년의 시간은 좀처럼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옥쇄투쟁 당시에 어렸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생이 될만한 시기. 투쟁장을 평택에서 대한문으로, 또다시 공장 앞으로 돌아가게 된 시기. 쌍용차 사태와 관련된 다양한 저술이나 연구가 진행되는 시기. 그 시기를 살아온 해고자들조차 많은 이들이 떠나기도 하고, 일부는 복직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해고자들은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투쟁

지난 2015년의 101일 굴뚝농성은, 이후 단체교섭과 해고자 복직을 약속받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무엇인가 진전이 있을것만 같이 보였다. 노노사협의 테이블에서는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2017년 6월 해고자 167명 중 37명만 복직되었다. 2017년부터 지부는 언제 합의를 모두 이행할지 물었으나, 회사는 답이 없었고 아직도 많은 해고자들은 여전히 공장 밖에서, 복직대기 상태로 교섭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니, 실은 더 처참했다. 누군가는 '해고자 복직'이라는 단어가 교섭에서 통과되자 쌍용차 사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연대자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복직을 축하했으나, 사실 복직자들은 소수였고 밖에 있는 해고자들은 여전히 투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복직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는 해고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복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나눌 수가 없어 고립되기도 하고, 해고자들은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숨겼다.

그러나 아직도 '130명의 해고자 전원 복직'은 꿈같은 일인 것만 같다. 김득중 지부장은 2018년 내에 모든 해고자 전원 복직을 확정받기 위하여 단식을 시작했다. 지난 겨울 인도로 떠나 쌍용자동차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려 했으나 실패했다. 2월 2일 받은 회신에는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 이라는 점에 한 치의 의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노사의 실무교섭에 있어서 복직 논의는 쉽지 않았다.

복직을 시킬 것이라는 약속까지도 모두 합의한 상황에서 도대체 합의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말을 돌리는 상대만큼 싸우기 어려운 상대도 없다. 2018년 전원 복직을 약속해달라는 김득중 지부장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지쳐있다. 사측은 '때를 기다려 달라'는 식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 때가 무엇인지, 그 때가 오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없다.

지난 9년 간 수많은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싸웠고, 얻어낸 것이 바로 '복직'이다. 그러나 '복직 시한'과 '복직 인원'도 없는 '복직'은 없는 거나 다름 없다. 복직 약속 이후 있었던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립과 무기력감은 그것을 증명해왔다. 앞으로 또 수많은 시간이 흘러버린다면, 또 누군가가 떠나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니, 당장에 김득중 지부장의 목숨을 건 단식만이라도 멈추어야 한다. 그 길의 끝이 또 아픈 것이 아니길 기도해야 한다.

네 번째 단식이다. 반복된 단식은 몸에 적응되기보다, 더 빠르게 야위어가고 더 괴롭게 건강을 앗아간다. 그의 육체적 고통을 주변에서는 마음의 고통으로 함께하고 있다.
▲ 3월 8일 올라온 김득중 지부장의 모습 네 번째 단식이다. 반복된 단식은 몸에 적응되기보다, 더 빠르게 야위어가고 더 괴롭게 건강을 앗아간다. 그의 육체적 고통을 주변에서는 마음의 고통으로 함께하고 있다.
ⓒ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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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목숨을 걸다

단식투쟁이 너무 흔한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단식'이라는 단어에 물린 듯, 그 고통도 무뎌져가는 듯 하다. 그러나 그 의미조차 가벼운 것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는 이들이, 맨손으로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통감했으면 좋겠다. 단식투쟁은 건강을 앗아가고 정신적으로도 괴롭게한다.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말리고 싶지만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어 더이상 말릴 수조차 없다. 그 고통을 함께 나누며, 쌍용차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은 함께 서있다.

일전에,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왜 이런 투쟁을 계속 하는건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 그것을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부당하다 외치지 않으면, 앞으로 똑같은 부당한 일이 수없이 반복되어도 매번 그 당사자가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그러나 이런 투쟁을 통해 부당한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부당한 일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이런 일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만약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또 생긴다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쌍용차 해고자들은 자신들의 무능으로 이 10년의 투쟁을 걸어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최선봉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걸었다. 해고자들이 부당해고로 인하여 죽음으로 몰리는 사회에 대해 경고하고, 그 문제를 해고하기 위해 앞섰을 때,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쌍용차는 그 방안들까지 제시하고 있다.

현재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는 김득중 지부장과 함께 일일단식이 진행되어 연대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평일 낮 점심시간 청와대 앞에서 한시간 동안 진행하는 피캣팅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직 그들의 문제를 잊지 않고 함께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해시테그와 온라인 상의 언급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또한 그들을 돕는 방법일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우리를 돕는 것이다. 해고자들이 항상 외쳐온 '함께 살자'라는 구호의 '함께'는 시민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쌍차 문제에 관심가질 것을 권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 늦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자복직, #함께살자, #쌍차, #전원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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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활동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싸람의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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