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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어느새 1년 반이 지났다. 군부는 아웅산 수 지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간정부를 전복하고 이에 저항하는 시위와 무장저항 운동에 대한 유혈탄압을 이어오고 있다. 

서민 경제를 짓누르는 물가폭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팜유를 사기위해 줄선 양곤 주민들(2022년 8월24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팜유를 사기위해 줄선 양곤 주민들(2022년 8월24일)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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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란상황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미얀마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 중이다. 미얀마 화폐 '짯(Kyat)'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 반면 쌀, 식용유, 휘발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유가는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미얀마에서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휘발유 보유분이 동난 주유소는 아예 문을 닫았고, 아직 판매가 가능한 일부 상점도 매우 비싼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쿠데타 이전 리터 당 평균 665짯(한화 약 500원) 수준이었던 유가는 1년 반이 지난 8월 셋째 주에는 리터 당 2440짯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양곤 외곽에서 오토바이 운송업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24일 현지매체 '에야와디(The Irrawaddy)'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동네의 작은 휘발유 소매상에게 기름을 사서 넣는 일이 많은데 대형 주유소에 비해 가격이 리터당 200~300짯 정도 비싸다. 기름도 순정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다른 액체와 혼합해 팔기도 하고 기름에 불순물이 섞여있기도 하다"라며 "때문에 오토바이가 자주 고장난다. 그나마도 기름값이 매시간 오르고 있다. 매일 살아남으려 몸부림 치는 게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고되다"라고 말했다.
 
미얀마 동북부 샨(Shan)주에서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 주유소에 늘어선 줄(2022년 6월)
 미얀마 동북부 샨(Shan)주에서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 주유소에 늘어선 줄(2022년 6월)
ⓒ Citizen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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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산간 도서지역은 상황이 더 나쁘다. 열악한 도로망으로 유통비용이 더해지면서 미얀마 동북부 샨(Shan)일부 지역과 북부 까친(Kachin)주에서는 휘발유가 도시지역의 2배가 넘는 가격인 리터당 5000짯에 거래되는 일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은 이달 18일 군부 어용언론 보도를 통해 "8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연료가 충분히 비축돼 있으며,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연료를 실은 유조선도 곧 도착한다. 8월 말 도착 예정이니 유류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발표했다.
 
2020년 8월(붉은색 그래프)과 2022년 8월(회색 그래프) 주요 생필품 가격 비교.
 2020년 8월(붉은색 그래프)과 2022년 8월(회색 그래프) 주요 생필품 가격 비교.
ⓒ The Irraw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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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후 군부 병력에 맞서 시민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얀마 중부 사가잉(Sagaing)주 슈웨보(Shwebo) 일대는 미얀마에서 가장 큰 곡창지대 중 한 곳이다. 해당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며 농민들은 경작지를 버려두고 피란길에 올랐다. 

군부가 시민군 근거지를 초토화하기위해 벌이는 무차별 공습과 방화는 농촌지역에 치명타를 입혔다. 농업용 장비와 저장설비는 파괴되었고, 파종을 위해 보관하던 종자는 불탔다. 슈웨보의 황폐화는 쌀값 상승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에서 군부 방화로 불탄 농기계(2021년 6월)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에서 군부 방화로 불탄 농기계(2021년 6월)
ⓒ Khit thi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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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중부 사가잉주에서 군부 방화로 불탄 농작물(2021년 6월)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에서 군부 방화로 불탄 농작물(2021년 6월)
ⓒ Khit thi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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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만행으로 내수용으로 전량 소비되던 슈웨보 산(産) 쌀은 쿠데타 이전 한 가마니 5만 짯(한화 약 3만1500원)에서 22년 8월 기준 10만 짯까지 올랐다.

여기에 더해 환율 상승으로 농기계 구동에 필요한 연료와 수입에 의존하는 비료, 살충제 가격이 폭등하면서 쌀을 포함한 농작물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양곤 흘라잉따야(Hlaing Tharyar)에 거주하는 한 가정주부는 "쌀값과 기름값이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굶을 수는 없으니 지출을 해야 하는데 소득은 예전과 같다"며 "예전에는 2500짯 정도면 양질의 쌀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싸라기(부스러진 쌀알)이 잔뜩 섞인 쌀밖에 사지 못한다. 미얀마 돈은 더 이상 예전 같은 가치가 없다"고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급식 판매제를 부활시킨 군부
 
군부가 배급식으로 판매하는 팜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양곤 시민들(2022년 8월 24일)
 군부가 배급식으로 판매하는 팜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양곤 시민들(2022년 8월 24일)
ⓒ The Irraw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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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배급식으로 판매하는 팜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양곤 시민들(2022년 8월 24일)
 군부가 배급식으로 판매하는 팜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양곤 시민들(2022년 8월 24일)
ⓒ The Irraw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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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 도처에서는 매일같이 긴 줄이 늘어선다. 군부 산하 경제통상부의 '식용유 수입·저장·유통 감독위원회'가 1인 당 1.85리터만 판매하는 팜유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뙤약볕에서 긴 줄을 서는 것이다.

미얀마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팜유의 가격은 쿠데타 전에는 1.85리터 당 약 2000짯에 불과했는데, 쿠데타 후 1년 반이 지난 현재 1만1000짯까지 치솟았다. 군부가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수입과정을 극도로 통제하면서 팜유 같은 생활필수품까지 수입길이 막혔다.   

현지매체 '에야와디'는 식용유 유통업에 종사하는 기업가의 발언을 인용해 "시장에서 하루 평균 팜유 수요는 약 4000톤이지만 군부는 팜유 비축분에서 하루 1200톤만을 배급식 판매로 유통하고 있다"며 "현재 군부는 팜유 가격을 1.85리터에 5000짯에 판매하고 있지만 배급량이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필요한 만큼의 양을 구하지 못한다. 때문에 시민들은 부족한 양을 외부에서 형성된 시장을 통해 매우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곤 슈웨삐따(Shwepyithar)에 거주하는 한 가정주부는 "외부시장(시민들의 자율거래 시장)의 팜유 가격은 이미 1.85리터 당 1만 짯을 넘겼다. 때문에 절반가격에 배급식으로 파는 팜유를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심지어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구매를 할 수도 없다"며 "긴 대기시간을 감내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지만 팜유가 떨어져 사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이러면 다음번 판매까지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배급식 판매제는 물가상승과 생필품 품귀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만을 억제하기 위해 군부가 미얀마 곡물연맹(Myanmar Rice Federation)의 경제인을 불러모아 마련한 정책이다.   

이러한 군부주도 경제지도 체제는 과거 군부독재자 네윈 시기부터 떼인세인 대통령 집권기(1964~2016)까지 수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다. 2016년 민주주의민족동맹(NLD)가 총선에서 승리하며 민간정부를 구성해 공식적으로 배급식 판매제를 폐지했지만, 군부는 쿠데타 이후 2021년 6월 군부가 협동농촌진흥청을 개소하며 제도를 다시 부활시켰다.   

실패한 사회주의식 경제지도 체제를 되살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군부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은 지난 10일 네피도에서 열린 회의에서 "전국가적으로 군부 주도의 경제지도 모델을 확대해 국민의 사회경제적 삶을 개선하겠다"고 발언하며 군부가 계속해서 경제정책을 통제할 것임을 천명했다.

30년 동안 유통업에 종사한 한 사업가는 현지매체 '에야와디'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정책이다. 군부의 외화 통제정책으로 수입길이 막혀 발생한 품귀현상에 대안으로 과거 버마식 사회주의 당시의 정책을 끌고왔다. 경제파탄을 이용해 네윈 독재시절로 회귀를 꿈꾸는 것이다. 군부는 매우 그릇된 방향으로 경제를 끌고가고 있다"고 군부를 비판했다.
 
미얀마의 연간 GDP 성장률
 미얀마의 연간 GDP 성장률
ⓒ World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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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계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전체인구 중 4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상황이며, 올해 3월 미얀마의 물가상승률은 17.3%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해(21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군부가 미얀마 역사상 최초 쿠데타를 일으켰던 1962년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최진배는 페이스북 뉴스그룹이자 비영리단체인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https://www.facebook.com/groups/1603092429887617/).


태그:#미얀마, #군부, #쿠데타, #경제파탄, #배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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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운동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한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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