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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민 약 1만5천여 명이 사는 캄보디아동포사회는 다른 한인동포사회와 마찬가지로 지난 수년간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 노년층은 생활고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했다.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 동포사회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문제는 홀로 사는 노령층 교민들의 '고독사' 문제다.

캄보디아한인회(회장 정명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독사로 세상을 등진 프놈펜 거주 한인 교민들이 최소 5명에 이른다고 한다. 집계가 안되었을 뿐, 캄보디아 전역을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교민들이 고독사로 숨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렇게 힘든데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왜 거기서 지내나"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의 답변은 이러했다. 

"독거 노인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가족들과 완전히 연이 끊긴 분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며, 자격지심에 교민사회와도 일체 접촉을 하지 않고 나홀로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연락이 힘들고, 따라서 응급상황 발생시 도움을 주기도 힘들다."

또 다른 한인회 관계자는 "상당수 독거 교민들은 심근경색이나 호흡곤란 등 갑작스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줄만한 지인들이 없거나, 언어소통문제로 인해 제때 위급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해주었다.

수개월 전 사망한 교민 김아무개씨의 사례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는 70대 고령에 평소 지병으로 거동마저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 혼자 생활해왔는데, 갑작스런 호흡곤란 상황에서 외부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훨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로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주민 신고로 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사망일 뒤 2~3일이 지난 후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한 독거 교민을 도와준 캄보디아인부부의 미담 소식이야기가 교민사회에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상사였던 한국인 도운 미담 알려져 화제... 부부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 도왔을 뿐"
 
불우한 한국 교민을 도운 캄보디아인 와타낙씨가 캄보디아한인회로부터 감사장을 받고 있다. (좌로부터 임정우 한인회 부회장, 정명규 한인회장, 와타낙씨, 전호정 대사관 영사)
▲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을 둘러싸고 교민사회 의견 분분 불우한 한국 교민을 도운 캄보디아인 와타낙씨가 캄보디아한인회로부터 감사장을 받고 있다. (좌로부터 임정우 한인회 부회장, 정명규 한인회장, 와타낙씨, 전호정 대사관 영사)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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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낙'이란 이름을 가진 40대 캄보디아인 부부는 과거 자신의 상사였던 한 교민이 노령에 지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가운데 집세마저 못 낼 만큼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자, 그에게 직접 거처를 마련해주고 한달 넘게 병수발까지 돕는 등 남모를 선행을 펼쳤다.

이같은 소식은 결국 한인회와 대사관에도 알려졌고, 다행히 교민 김아무개씨는 이 캄보디아인 부부의 도움 덕분에 최근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가 있었다.

이에 캄보디아한인회는 추석맞이행사가 열린 지난 10일(현지시각) 한인회 앞마당에서 이 부부에게 감사장과 감사의 뜻으로 성금을 전달했다. 대사관 전호정 영사도 참석해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와타낙씨 부부는 "오랜 인연을 가진 한국인 상사의 어려운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도왔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한편, 관련 소식을 교민사회 SNS 등을 통해 접한 캄보디아 교민사회에선 이를 두고 칭찬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국민간 서로 돕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정말 훈훈한 미담같다"며 칭찬하는 말들이 오가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아무리 외국이라도  교민들이 서로 돕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만큼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부터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같은 자조 섞인 반성의 말까지 오갔다.

한편, 캄보디아한인회는 이같은 독거 노령층 교민들의 고독사를 막기 위한 긴급구조 및 응급치료 목적의 '교민임시보호쉼터' 설치를 구상 중에 있다. 당장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독거 불우 교민들에게 임시로 거처할 쉼터를 제공, 언제 발생할 지 모를 응급상황에 사전 대처하고, 아울러 이들이 고국에 무사히 돌아가 재정착할 수 있도록 국내사회복지기관들과 연계해 돕기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인회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아 당초 계획했던 금년 내 임시보호쉼터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태다. 

태그:#캄보디아, #캄보디아 미담주인공, #캄보디아한인회, #교민 고독사 문제, #정명규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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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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