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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인 전북 임실군 옥정호 붕어섬에 섬진강댐이 축조된 지(1965년) 50여년 만에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렁다리가 지난달 22일 개통되었다. 지금까지는 국사봉(475m) 전망대에서 호수 속의 붕어 모양 지형을 바라보며 동경하던 신비의 섬이었다.
 
붕어섬의 출렁다리 위에서 보면 운암면 지천리에서 붕어섬으로 바위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예전에는 이곳을 독재라고 불렀다.
 붕어섬의 출렁다리 위에서 보면 운암면 지천리에서 붕어섬으로 바위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예전에는 이곳을 독재라고 불렀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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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이른 봄이나 늦은 가을 아침의 일출 무렵,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섬의 자태가 드러나는 붕어섬의 모습은 절경이다. 이제는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현수교 출렁다리의 풍경까지 보게 되었다.

조선 중기의 충신이며 효자인 이흥발(1600~1673)의 조삼대(釣蔘臺) 설화가 붕어섬 가까운 곳에 전해온다. 그는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강에서 낚시를 자주 하였는데 어느 날 낚시에 산삼이 낚였다는 이야기다.

옥정호를 이루는 이 지역의 섬진강 옛 이름은 운암강(雲巖江)이었다. 이 강에는 조선 시대부터 붕어가 유명하여 운암강 금기리의 월척 붕어는 쌀 한 가마니 값이었다고 한다.

강진면 섬진강변의 한 마을에는 옛날부터 그곳이 훗날 맑은 호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와서 마을 이름도 옥정리(玉井里)라고 했다. 1965년에 이 마을에 섬진강댐이 축조되어 이 이야기대로 섬진강에 호수가 생겼으니 신기하다.

이 붕어섬 가까이 운암면 입석리에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가운데에 재가 있는 마을이 잿말이다. 이 마을에 조선 시대에 진사가 열둘이 나왔는데 마을 뒷산인 국사봉(國士峰) 정기를 받아서라고 한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옥정호 붕어섬 주변에는 이렇게 역사와 설화 등 이야기가 풍부하다. 붕어섬의 절경은 섬진강 상류의 산지 지형에 강물이 지표면을 침식작용으로 파내어 빚어낸 자연의 작품 같다. 감입곡류 하천을 새긴 자연은 상감기법(象嵌技法)을 활용한 조각가이다.

올해 섬진강 상류 지역에 강수량이 적어 옥정호는 수위가 낮아져서 붕어섬 주위는 원래의 강줄기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11월 중순 늦가을의 정취를 감상하며 붕어섬에서 감입곡류 지형을 살펴보면서 지질(地質) 답사를 하였다.

붕어섬의 원래 이름은 외앗날이다. 아마도 물돌이동 바깥의 밭이 있는 산줄기라는 의미의 지명으로 추정된다. 이 외앗날을 휘감아 흐르는 강물은 수위가 해발 190m 정도였다. 섬진강댐은 해발 140m의 강바닥에서 높이 64m 길이 344m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서 강의 상류에 옥정호를 형성하였다. 이 외앗날은 섬처럼 변하여 점차 붕어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호수를 가로질러 붕어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출렁다리 위에서 왼쪽으로 보면 운암면 지천리에서 붕어섬으로 바위들이 줄을 지어 있다. 예전에는 이곳을 독재라고 불렀다. 독은 돌의 지역 방언이다. 이곳이 호수가 되기 전에는 이 독재가 돌고개였다는 의미이다.

섬진강댐으로 이곳 외앗날까지 휘둘러 흐르는 강물이 수위가 높아지고 운암강은 호수가 되었다. 외앗날이 섬처럼 변하자 마을 사람들이 이 독재의 바위를 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깨어냈다. 배가 호수 속에서 옛날의 고개를 넘어가게 된 셈이다.
 
붕어섬의 독재에서는 안산암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붕어섬의 독재에서는 안산암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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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이 있는 이 지역의 암석은 안산암이다. 붕어섬의 독재에서는 안산암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무등산 주상절리대 안산암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다. 화산 활동으로 지표에 용암이 분출하여 냉각하면서 수축하여 수직의 돌기둥 모양으로 갈라진 화산 분출암의 절리를 이곳에서 관찰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붕어섬을 바라보면 붕어섬의 등지느러미 지점에 절벽이 보인다. 강물이 오랜 세월 침식하여서 하식단애가 형성되었다. 전북 진안군과 임실군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마이산 퇴적암의 역암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붕어섬의 등지느러미 지점에 강물이 오랜 세월 침식한 하식단애가 형성되었다.
 붕어섬의 등지느러미 지점에 강물이 오랜 세월 침식한 하식단애가 형성되었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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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암은 화산 분출암으로 이 지역에서 마이산 퇴적암을 부정합으로 덮고 있다. 이 지역 안산암의 상부를 유문암류가 다시 덮으며 또다시 회문산 응회암이 그 위를 덮었다. 이러한 여러 암석층을 석영반암이 관입하기도 했다.

출렁다리에서 요산 공원 쪽을 바라보면 모래톱과 과거에 강바닥이었을 하안단구로 추정되는 지형을 발견할 수 있다. 호수가 된 지 60년이 되어서 평탄한 부분과 경사가 급한 벼랑이 교대로 나타나는 하안단구의 단구면과 단구애의 구별이 힘들게 변형되었을 수 있다.

붕어섬에는 가을 햇빛 아래 국화꽃들이 향연을 펼치고 있다. 소나무 숲의 푸르름은 여전한데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는 도토리를 다 떨구고 나목으로 변해간다. 여기저기 구릉지에 구절초가 늦가을의 마지막 햇살을 받고 있다. 붕어섬의 꼬리지느러미 지점에 숲속도서관이 있다. 키 큰 소나무 아래 빨간 색깔의 우체통이 산뜻하게 인상적이다.

숲속도서관에서 소나무 사이로 국사봉을 바라본다. 강물이 건너편 산기슭을 침식하여 하식애를 이루었다. 하천 침식 작용으로 생긴 절벽은 강물의 침식 과정 그 오랜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오봉산과 국사봉에 산줄기가 이어진 호숫가의 석영반암 노두가 힘차게 솟아 있다.
 오봉산과 국사봉에 산줄기가 이어진 호숫가의 석영반암 노두가 힘차게 솟아 있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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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절벽 위에 우뚝 선 바위가 보인다. 저 멀리 오봉산에서 봉우리들이 줄지어 내려와 국사봉에 잠시 멈추었다가 호숫가에 석영반암 노두로 힘차게 솟아 있다. 석영반암은 화강암과 비슷한 광물과 화학성분으로 조성된 관입암체의 반심성암이다. 오봉산 산줄기 능선에도 석영반암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숲속도서관을 지나 붕어섬의 배지느러미 지역에 산책로가 한가하다. 이곳은 강물이 얕아지면 바다의 갯벌처럼 드러난다. 이곳에서 하안단구를 증명하듯 둥근 자갈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곳에는 모래톱이 형성되기도 한다. 호수나 저수지에는 수위가 변동하며 퇴적된 토사가 이동하여 모래톱이 형태가 변할 수 있다. 모래톱은 모래와 톱이 결합한 합성어로 손톱처럼 생장하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요산 공원과 붕어섬을 잇는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옛날 운암강의 모양이 드러났다.
 요산 공원과 붕어섬을 잇는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옛날 운암강의 모양이 드러났다.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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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에서 6km 서북쪽으로 신덕면 수천리에 규장반암 노두인 상사봉이 있다. 신덕면 신흥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300m 거리의 2차선 도로변 산기슭에는 폭 60m 높이 40m의 규모로 제법 거대한 화산쇄설암이 노출되어 있다.

순창군과 임실군의 경계에 있는 회문산은 화산 쇄설물인 응회암으로 이루어졌다. 붕어섬에서 강의 상류로 동쪽 4km 지점의 월면리 태극 물돌이동에서는 옥정호 붕어섬의 수백만 년 이전의 지형을 상상할 수 있다.

붕어섬의 안산암 독재 바위에서 불덩이로 이글거렸던 지질 시대를 상상한다. 붕어섬을 산책하며 바위를 살피며 뜨거웠던 바위에 뿌리를 두고 흙이 된 풍화토를 찾아본다. 여느 흙 한 줌과 돌멩이 한 개가 지질 시대의 역사를 간직한 신비한 존재들임을 생각한다.

붕어섬은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천천히 살피며 돌아보면 하나의 세상으로 충분하다. 붕어섬은 2개의 활화산, 1개의 휴화산과 장미가 있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처럼 아담하다.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처럼 휴식을 주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붕어섬에서 산과 강물, 바위와 흙, 이런 평범한 것을 소중히 바라보게 되는 지질 답사 여행은 의미 있는 산책이었다. 할머니의 무릎에서 자장가처럼 듣는 설화. 거울을 보듯 우리 얼굴이 보이는 역사 이야기. 바위와 흙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지는 지질 이야기. 옥정호 붕어섬에서 설화 역사 지질을 소재로 지오투어리즘의 체험 관광지로서도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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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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