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5월 11일, 정부는 코로나19 사실상의 엔데믹을 선언했다. 3년 4개월 만에 일상의 회복이다. 하지만 일상 회복이 반갑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서민들의 삶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팍팍하기 때문이다.

때이른 무더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소식에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한 사람이 많은 지금, 영등포구의회는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자료'를 공개했다.

이런 시기에 '해외연수'를 가겠다고 계획을 내놓은 영등포구의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 시민사회,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23일 영등포구의회 앞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영등포구의회는 외유성 해외연수 지금 당장 취소하라"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규탄하는 영등포지역 시민사회, 진보정당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영등포지역 시민사회,진보정당 기자회견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규탄하는 영등포지역 시민사회, 진보정당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관련사진보기


이날 사회를 맡은 배기남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대표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맞춰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자료'를 공개한 것이 마치 지난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3년간 진행하지 못한 '해외연수'에 대한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민들의 삶을 돌보고 민생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고 대책을 세워도 부족할 지금 시기에, 매우 부적절한 계획"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예산 계획에 대해서도 "심사자료에는 구의원 14명과 수행공무원 6명의 여행경비가 전체 7900여 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2023년 영등포구 의원 해외연수 사업 예산을 보면 의원 기타여비 1448만 원과, 수행공무원 기타여비 136만 원도 있다. 이를 합치면 전체 규모가 9500만 원에 이른다"고 지적하며, 예산을 적게 쓰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2023년 영등포구의회 의원의 공무국외출장에 쓰는 여행경비. 구의원 14명의 경비(위)와 수행공무원의 경비(아래)
▲ 2023년 영등포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연수 여행경비  2023년 영등포구의회 의원의 공무국외출장에 쓰는 여행경비. 구의원 14명의 경비(위)와 수행공무원의 경비(아래)
ⓒ 영등포구의회

관련사진보기

 
의원 공무국외연수 심사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의원국외여비 중 기타여비가 14,480,000원, 의원수행여비 중 기타여비가 1,360,000원 책정되어 있다. 배기남 대표는 혈세낭비라는 걸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 2023년 영등포구 예산에 책정된 의원국외여비와 의원수행여비 내역 의원 공무국외연수 심사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의원국외여비 중 기타여비가 14,480,000원, 의원수행여비 중 기타여비가 1,360,000원 책정되어 있다. 배기남 대표는 혈세낭비라는 걸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 영등포구의회

관련사진보기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지민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영등포구 지부장은 "우리가 해외연수를 아예 가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무를 위한 연수라면 혈세 낭비하지 않고, 영등포 지역사회에 구체적으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연수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영등포 지역에 장애인이 몇 명 있는지는 아나? 1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장애인들의 생존을 위한 예산을 요구하면 항상 '돈 없다'고,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구청이, 구의원들 해외연수에 갈 9500만 원은 있나? 세금 제대로 써라"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생존을 위해서 쓰여야 할 예산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낭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윤진 진보당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서민들의 삶이 나락에 떨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문제로 벌써 네 분이 돌아가셨고, 장사하는 분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IMF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 구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나가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계획을 지역의 유권자, 주민들이 심사했다면 승인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다"라며 "혈세낭비하는 해외연수 지금 당장 취소하라"고 규탄했다. 

박수정 정의당 영등포구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사들 보면 전국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를 가는 지방의회들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영등포구의회도 숟가락을 얹었다"며 욕을 먹더라도 해외연수를 다녀오겠다고 계획을 올린 영등포구의회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연수를 통해 국제적인 흐름과 감각을 넓힌다고? 동네 민심 읽기부터 하시라,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 지원제도, 낙후된 시설을 발로 찾는 동네 구의원의 역할을 먼저 하라"고 일갈했다. 

마지막 규탄 발언을 진행한 장경수 함께이룸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센터장은 "진짜 연수를 위해서 계획을 짠 건지, 관광 계획을 연수 계획으로 포장한 건지 잘 모르겠다. 연수를 할 거면 진짜 지역에 필요한 내용을 계획해서 추진하라"며 이번 해외연수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민욱 서울여성회 지부 영등포여성회 회장의 기자회견문을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문은 계획된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구의회와 구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엄중히 묻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은 외유성 해외연수 계획을 지금 당장 취소하고, 실종된 정치를 회복하라. 행정부를 견제해서 제대로 예산을 집행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구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로 혈세를 낭비하는 건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는 행위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해외연수 계획을 지금 당장 취소하고, 실종된 정치를 회복하기 바란다. 영등포구의회 의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바란다.
우리는 누가 혈세를 낭비하는 존재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 외유성 해외연수를 규탄하는 피켓 
ⓒ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관련사진보기

 
한편, 기자회견에 참여한 지역 시민사회,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영등포구의회가 계획대로 '해외연수'를 추진할 경우 연수 일정을 시작하는 5월 29일, 인천공항에 '경 영등포구의회 의원 해외유람단 출국 환송 축' 피켓을 들고 배웅하러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블로그(https://blog.naver.com/people_ydp)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영등포구의회, #영등포구의원, #외유성 해외연수, #혈세낭비, #시민사회 진보정당
댓글

영등포시민연대 피플은 - 시민들의 사회참여를 통해 진정한 주민자치공동체를 건설하고, -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며, - 직접민주주의, 성평등, 노동과 생태, 평화통일, 나눔 등의 가치를 지향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풀뿌리 시민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