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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장군배 사격대회에서 여자 주니어 본선 2조 경기가 진행중이다. 선수들의 모습과 과녁 그리고 전광판을 잘 관찰하여 그렸다. ⓒ 오창환
 

10일, 홍범도장군 사격대회를 취재하러 갔다. 이 대회는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고 대한사격연맹에서 주관하는 대회로 2021년 창원국제사격장, 2022년 전라남도 국제사격장에 이어 올해는 춘천 공공사격장에서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었다. 나도 기념사업회 후원 회원으로 대회도 참관하고 현장 스케치한 것을 기사로 쓰기 위해 따라나섰다.

대회를 참관하는 단체 버스가 양재동에서 출발했는데, 나는 아침 7시 집에서 가까운 백석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탔다. 아침이라 막히지도 않고 순조롭게 달려 9시쯤에 춘천터미널에 도착했다. 양재에서 출발한 버스는 점심때나 오니까, 나는 버스를 타고 늘 그려보고 싶었던 죽림동 성당을 찾았다.

언덕 위에 아름답고 유서 깊은 죽림동 성당이 보였다. 죽림동 성당은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마당에 지붕이 있는 복도인 회랑(回廊)을 만들어 놨다. 그 회랑에서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간단히 스케치를 했다.
 
왼쪽 사진은 죽림동 성당 전경. 오른쪽 사진은 성당 회랑에서 내려다본 춘천 시내. ⓒ 오창환
 
 
죽림동 성다에서 내려다본 춘천 시내를 저널북에 그렸다. ⓒ 오창환
 
점심때쯤 단체 버스와 합류하여 첫날 일정으로 의암 류인석 기념관을 방문했다. 

의암 류인석(1842~1915) 선생님은 조선말의 대표적인 학자로 1895년 영월에서 군사를 일으켜서 춘천, 제천, 충주 등지에서 항일의병운동을 주도하셨다. 1909년 연해주로 망명하셔서 13도 의군 도총재, 성명회 회장에 추대되어 중국, 러시아 등지로 이동하며 국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고 1915년 연해주에서 영면하셨다.

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버스 주차장에서 꽤 떨어진 숙소로 이동하느라 소동을 벌였다. 간단한 회의를 하고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김유정 문학촌으로 향했다. 김유정 문학촌은 일전에 어반스케쳐스 춘천 팀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코로나 때라 보지 못했던 김유정 생가와 김유정 기념전시관을 둘러봤다. 나는 김유정 생가 안쪽 마당에 앉아 생가를 그렸다. 많은 분들이 단체로 오갔는데 그중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어머, 어반스케치 하시네요."
"어반스케치를 아시네요. 스케쳐이신가 봐요?"
"저는 아니고 남편이 어반스케치 배우고 있어요."
"아, 그럼 언젠가 만날 수도 있겠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은 춘천에서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한 다리 건너면 알 만한 분이라 명함을 받았다. 어반스케치를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난다. 하긴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았으면 그분도 그냥 행인일 뿐이었을 텐데. 현장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에게 내 존재를 알리는 것 같다.

김유정문학촌 관람을 끝내고 사격대회가 열리는 춘천 공공 사격장으로 갔다. 이 사격장은 산기슭에 세워진 건물이라 멋지게 보이는데 사격장으로는 큰 규모는 아니라고 한다.

홍범도장군 기념 사업회는 백발백중 명사수셨던 홍범도 장군을 기리고 국내 사격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매년 사격대회를 개최한다. 물론 주관은 대한 사격연맹에서 한다.

이 경기는 남녀, 그리고 22세 이상의 시니어부와 21세 이하의 주니어부로 나누어 10미터 공기소총과 10미터 공기 권총 종목으로 진행한다. 이 대회는 입상자들에게 도합 6천만 원의 상금을 지급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참가자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어난 364명이다.
 
위 사진은 대회 전경. 아래 사진은 사격복의 두께와 유연성을 검사하는 모습. ⓒ 오창환
 
나는 68명 참가하는 여자 주니어 10M 공기소총 본선 2조 경기를 참관하고 스케치했다. 많은 선수들이 줄지어서 사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격 대회는 집중력을 위해 조용히 진행될 것 같은데 총알이 발사되고 과녁에 맞는 소음으로 상당히 시끄럽고 응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사격하는 선수들이 대단하다.

주최 측의 배려로 본부석 앞에 앉아 스케치를 했다. 생소한 환경에 소음이 많아 나도 처음에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선수들의 사격을 자세히 보니 집중해서 사격을 하고 잠시 총 스탠드 위에 총을 놓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사격하는 루틴이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선수들의 호흡을 따라 스케치를 하니 좀 안정되게 그릴 수 있었다. 이어지는 결승전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숨 막히는 연장전 끝에 한국체대 김지은 선수가 울진군청 장정인 선수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나니까 몇몇 선수들이 대회 진행 요원들에게 와서 사격복을 벗어서 옷을 검사한다. 물어보니까 사격이 끝나면 참가 선수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하여 소총등 장비가 규정에 맞는지를 검사하고 사격복도 두께와 유연성을 검사한다고 한다. 너무 두껍거나 딱딱하여 규정을 초과하면 마치 도핑 테스트처럼 경기 결과가 몰수된다.

대회가 끝나고 끝나고 시상식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대회 관계자와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마치 내가 이 모든 행사를 진행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온다. 내년에도 또 사격대회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좋은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행사 취재에 도움 주신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와 대한사격연맹에 감사드린다.
태그:#홍범도장군배사격대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대한사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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