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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국회 앞 이태원참사 단식 농성장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 순범엄마 최지영씨가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 ⓒ 이희훈
 
 
28일 오전 국회 앞 이태원참사 단식 농성장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 순범엄마 최지영씨가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 이희훈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엄마가 보라색 옷을 입은 엄마의 등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4.16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권순범군의 어머니 최지영씨와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인 고 박가영씨(21)의 어머니 최선미씨. 지영씨가 걸친 노란색 조끼 위에는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가, 선미씨의 보라색 반소매 티셔츠 위에는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쓰여있었다. 
   
"예전 생각하면서 왔지요. 세월호 생각하며 오는데, 눈물이 나고... 그래도 엄마니까. 그 생각하면서 왔어. 엄마니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포기하지 않으니까."  
 
28일 오전 국회 앞 이태원참사 단식 농성장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 순범엄마 최지영씨가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 ⓒ 이희훈
 
지영씨의 이 말에 선미씨가 "너무 고생하셨다"며 감사를 전했고 이어 지영씨가 "우리 함께 가요"라고 받았다. 

사회적 참사로 자식을 잃은 두 엄마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손을 마주잡았다. 응원을 나누며 때로는 웃다가, 고마운 마음을 나눌 땐 함께 울었다. 선미씨는 지영씨와 포옹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28일로 단식 9일째를 맞은 선미씨. 함께 단식 농성을 시작한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씨도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으니까"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부터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까지 8.8km.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특별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집중행동행진에는 지영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30여 명이 함께했다.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앞둔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함께'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참사를 먼저 겪은 동병상련의 세월호 유가족으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10.29 참사, 이 억울한 참사들을 모독하려는 저 무리들보다 질기게 조금 더 버텨서 이겨내고 끝까지 함께 가자"고 말했다.
 
깃발부터 가방 열쇠고리, 종이 모자, 옷과 손수건까지. 곳곳에서 세월호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이태원참사를 기리는 보라색이 함께 뒤섞였다. 부모들은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마포대교 위를 건너며 구호를 외쳤다. 장맛비가 잠시 멈춘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서로 생수병 꾸러미를 나누기도 했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한 세월호 유가족은 자신들이 수년 전에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던 것과 같은 그 상황을 이태원 가족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가 했던 것을 또 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국회에 앉아 있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도 지쳐 쓰러진 부모들도 많다. 정부와 싸우는 게 정말 힘들다. 끝까지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투쟁을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내가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누구나 될 수 있는 자리가 '피해자의 위치'같아요. 내 가족이 소중하다면, 이런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행동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거리에선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충정로 시내에선 택시 정류장에 선 시민들이 "파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쳤다. 한 시민은 이들을 보며 눈물을 닦아냈다. 마포대교 위를 지나던 한 중년 남성은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더운 날 고생 하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태원 희생자 고 송채림씨의 아버지 송진영씨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나서서 이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이 법은 미래에 또 다시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같은 일이 발생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정치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기 운영위원장도 "특별법을 통과시켜 우리가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회 본회의 이틀 앞둔 야4당... 이태원 특별법 '패트' 고비 넘을까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야당들의 목소리는 국민의힘을 향해 있었다. 이날 행진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등 2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이은주 원내수석대표, 장혜영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 야4당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민주당 내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이기도 한 남인순 의원은 "민주당은 이 법이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도록 의원총회에서 결의했다"면서 "국민의힘은 이 법에 대해 전혀 서명도 하지 않고, 유가족조차 만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안이 행안위에서 제대로 논의되려면 패스트트랙을 지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수본 수사로 진상 규명이 완료됐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정부 여당은) 국민들이 이태원참사에 대해 오해하고 유가족과 고인을 모욕하는 현실을 바로잡을 생각이 없나"라면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제대로 진상규명하고, 그래야 고인들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 유가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국회 앞 농성장을 향해 집중 공동행동의 날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행진 대열은 이날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서부지법을 지나,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항의행동을 벌인 뒤 3시간여 만에 국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두 유가족이 나와 행진 참가자들을 맞았다. 
 
28일 오전 국회 앞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에서 9일째 단식농성 중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 이정민씨와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리본을 교환하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28일 국회 앞 농성장 에서 9일째 단식하고 있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 이정민씨와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 ⓒ 이희훈

이태원 유족 이정민씨는 세월호 가족들을 찾아 악수를 나누면서 "세월호 가족들이 하신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단식 9일째인 이씨는 행진을 마친 이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연대는 우리의 고통을 바로 잊게 한다"면서 "배고프지 않다.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태그:#이태원참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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