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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정면으로 경의당이 보이고 양옆쪽으로 
배롱나무가 서있다.
 서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정면으로 경의당이 보이고 양옆쪽으로 배롱나무가 서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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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시천면에는 남명 조식 선생의 흔적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제자들을 키우며 만년을 보낸 산천재와 맞은편에 있는 남명기념관 그리고 1576년,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덕천서원과 세심정이 그곳이다. 특히 덕천서원은 배롱꽃이 아름다워 여름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입구인 시정문(時靜門)에 들어서면 양쪽에 큰 배롱나무가 서있고 서원의 중심이자 강당인 경의당이 보인다. 경(敬)과 의(義)는 선생의 사상의 핵심이다. 敬(경)은 내면, 마음을 수양하는 것, 義(의)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고, 발현하는 것을 말한다. 곽재우, 김면, 조종도 등 선생의 문하에서 의병장들이 유난히 많이 배출되고, 그들이 활약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원 앞에 서있는 배롱나무에도 꽃이 만개했다.
 서원 앞에 서있는 배롱나무에도 꽃이 만개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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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는 생활공간인 진덕재와 수업재가 있고 경의당 뒤편에는 선생의 위패를 모신 숭덕사가 있다. 서원은 아담하고 소박하다. 곳곳에 아름드리 큰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활짝 피우고 서원과 어울어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유난히 붉게 느껴지는 숭덕사 곁 배롱꽃을 한참 바라보았다.
 
경의당과 숭덕사 사이에 서있는 배롱나무
 경의당과 숭덕사 사이에 서있는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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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건너편 덕천강가에 유생들의 휴식처였다는 세심정이 있다. 곁에는 남명의 욕천(浴川)이라는 제목의 시비(詩碑)가 서 있다. 선생이 마흔아홉 살 때 의령 감악산 골짜기에서 목욕을 하며 지었다는 시이다. '온몸에 사십 년 동안 쌓인 찌꺼기를 거센 물결 맑은 물에 씻어 버리리'라는 시구가 선생의 성품을 그대로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천서원 건너편, 덕청강가에 있는 세심정
 덕천서원 건너편, 덕청강가에 있는 세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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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 곁에 있는 남명선생의 시비(詩碑). 욕천(浴川)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세심정 곁에 있는 남명선생의 시비(詩碑). 욕천(浴川)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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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과 가까운 산천재에 들렀다. 봄이면 남명매를 보러 해마다 들르는 곳이지만 여름에는 처음이다. 뜰 한쪽에 배롱꽃이 피어 있고 남명매는 여전히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뜰에 서면 지리산 천왕봉과 능선이 훤히 바라보인다. 남명 선생도 산천재 마루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았으리라.
 
선생의 위패를 모셔놓은 숭덕사 곁에 붉게 핀 배롱꽃
 선생의 위패를 모셔놓은 숭덕사 곁에 붉게 핀 배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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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남명기념관에 가서 동상으로 서있는 선생을 만나보고 곁에 있는 남명의 단성소(丹城疏 : 단성현감사직소)를 다시 읽었다. 명종임금이 단성현감을 제수하자 사양하며 쓴 상소문이다.

읽을 때마다 그 시절, 왕을 향해 이토록 매섭게 비판을 가할 수 있었던 선생의 꼿꼿한 기개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덕천서원에도, 산천재에도 선생의 가르침처럼 붉은 배롱꽃이 만개했다.
 
산천재 뜰 한쪽에 핀 배롱꽃과 지리산 천왕봉 능선
 산천재 뜰 한쪽에 핀 배롱꽃과 지리산 천왕봉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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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배롱꽃, #덕천서원, #산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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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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