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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사 운해 운무대에서 바라본 옥천읍은 구름바다에 잠겼다. 친구가 네 번째 도전해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 배재성

미국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곳 50'을 뽑았다. 서울을 빼고, 전국에 걸쳐 가볼 만한 곳을 2012년에 처음 선정한 뒤, 2019년 11월에 업데이트했다. 충청 지역에서는 옥천 용암사와 꽃지 해수욕장이 들어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주말, 공립장령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보냈다. 치유의 숲길을 걷고, 장령산에 올랐다. '구름이 춤추는 곳' 용암사 운무대에도 갔다. 용암사는 장령산 북쪽 산허리에 있다.

장령산자연휴양림

옥천 장령산과 충남 최고봉 서대산 사이에 금천계곡이 있다. 옛날에 금을 캤다고 해서 금천(金川)이다. 이곳을 따라 장령산자연휴양림이 만들어졌다. 옥천 9경 가운데 제5경이다.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치유의 숲 산책길을 걸었다. 소원길과 장령길로 이어진 3.9km 길이다.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잘 닦아졌다. 정지용의 시 여러 편이 길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금천계곡 다리에서 바라본 금천계곡 풍경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서대산과 장령산 자락이다. ⓒ 정명조

가는 길 오른쪽에 금을 캐던 굴이 있다. 그곳을 지나면 시원한 바람이 굴속에서 나온다. 숲속 동굴 체험파크 공사 중이다. 내년에 완공된다고 한다.

소원바위 앞에 섰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조헌이 금산 싸움터로 나가면서 소원을 빌었다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는 주민들이 이곳으로 피난 왔다고 한다. 바위 앞에 돌탑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소원을 빌며 탑을 쌓았다.

소원길이 끝나면 계곡을 건너 장령길이 이어진다. 장령산 기슭에 만들어진 데크길이다. 천천히 걸었다. 평상이 곳곳에 있어 쉬어가기 좋다. 이곳에서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용암사

숲속의 집에서 하룻밤 보냈다. 지난여름에 찾았던 것과는 달리 휴양림의 가을밤은 쓸쓸했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다음 날 장령산에 올랐다. 새벽 어스름에 길을 나섰다. 운해와 일출을 보러 휴양림 반대쪽에 있는 용암사로 갔다. 용암사 일출은 옥천 9경 가운데 제4경이다.

숲속의 집 느티나무동 옆길을 따라 임도에 들어서면 용암사 가는 길이다. 사목재를 지나 계단을 오르고 밧줄에 기대어 바윗길을 걸었다. 산등성이에 오르면 걷기 좋은 흙길이다. 운해와 일출이 기대되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휴양림을 출발한 지 한 시간쯤 걸려 운무대(雲舞臺)에 도착했다. 용암사 위쪽에 자리 잡은 전망대다. 용암사 바로 앞까지 차를 몰고 올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해는 이미 떠오르고, 구름은 없었다. 하늘은 맑았다. 밤새 달려온 사진작가들은 삼각대를 접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또렷했다. 구름이 춤을 추듯 일렁거린다고 했는데 아쉬웠다. 열 번쯤은 와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절 구경하러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마애여래입상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서라벌 쪽을 보며 슬피 울었다. 신라 후손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새겼다고 하여 마의태자불이라고도 한다. ⓒ 정명조

용암사는 552년에 지어졌다. 근처에 있는 바위가 용과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어서 용암사라고 부른다. 신라 마지막 왕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이곳에서 고향을 바라보며 슬피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절을 둘러싼 산은 구름바다로 뒤덮이고, 구름을 뚫고 떠오르는 해는 보는 사람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CNN이 소개한 내용이다.

내려가는 길에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큰 바위에 견주면 아담하다. 발밑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졌다.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온 바위가 불그스름하게 보였다. 마의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여 마의태자불이라고도 한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새벽같이 차를 몰고 올라온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떠나고 절은 적막에 싸였다. 다시 운무대를 거쳐 산등성이로 올라와 장령산 정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령산

거북바위 가는 길은 줄곧 오르막이다. 비탈길과 계단을 지나 20여 분 가면 거북바위가 나온다. 큰 바위 위에 거북이 한 마리가 엎드려 있다. 바위를 넘어가려는 듯 목을 길게 뻗었다. 아래쪽에는 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운무대 못지않은 해맞이 장소다. 터널을 빠져나온 KTX가 제트기 소리를 내며 지나가다 다시 터널로 들어간다.
 
거북바위 거북이가 목을 길게 뻗었다. 아래쪽 전망대도 해맞이 장소다. ⓒ 정명조
 
서대산 거북바위에서 바라보면 서대산 강우레이더관측소가 아스라이 보인다. 아래쪽은 장령산자연휴양림이다. ⓒ 정명조
 
왕관바위 밧줄을 잡고 옆으로 돌아 뒤로 가면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정명조

다시 밧줄을 잡고 바위를 넘었다. 소나무 한 그루가 감탄을 자아낸다. 기다란 줄기가 바위 틈새에 묻힌 채 뻗어 올라가고 있다. 흔치 않은 모습이다.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곧이어 왕관바위가 나온다. 앞에서 보면 왕관처럼 보이나 나무와 다른 바위에 가려졌다.

등산안내도에는 왕관바위와 함께 좁은문 또는 굴이라고 나란히 적고 있다. 바위 사이로 날씬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틈이 있으나, 주위를 둘러봐도 굴은 찾을 수 없다. 추락 위험이 있다고 안내판이 경고한다. 밧줄을 잡고 옆으로 돌아 뒤로 갔다. 바위 아래쪽에 사람이 기어서 지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작은산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왕관바위가 소나무에 둘러싸였다. ⓒ 정명조

왕관바위를 지나 해발 506m 작은산까지는 가파른 바윗길이다. 곳곳에서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군데군데 전망이 트여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서대산 자락이 보이고, 왼쪽으로 옥천읍이 보인다.

장령정에 들어섰다. 이층으로 된 정자다. 앞쪽에 전망대가 따로 만들어져 한 무리가 와도 충분히 쉬어 갈 정도로 넓다. 정자에서 장령산 정상까지는 편안한 길이다. 해발 656m 정상에 도착하니, 크고 작은 정상석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고래 모양을 한 장찬저수지도 나뭇잎 사이로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 <바퀴달린집>에 나왔던 곳이다. 산악회 리본 가운데 하나가 눈길을 끈다. '명산 1000 챌린지'에 도전하는 산꾼이 매단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도 834개의 산이 남아있습니다'라고 썼다.

이곳에서 갈지자형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왔다. 전망대 세 개가 잇따라 나온다. 전망은 거의 비슷하다. 다 내려오면 장령산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이다. 힐링타임하우스에 들렀다. 물치유실에서 족욕을 했다. 피로가 말끔히 풀렸다.
 
옥천읍 거북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천읍 전경이다. 운무대 못지않은 해맞이 명소다. ⓒ 정명조

지난여름은 무더위가 대단했다. 기상학자들은 해마다 더 더워질 것으로 예측한다. 앞으로는 지난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휴양림에서 보낸 가을날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이유다.
태그:#용암사, #장령산자연휴양림, #장령산, #옥천, #운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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