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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천수만 무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기러기 .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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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천수만은 매년 3200여 종, 하루 최대 개체수가 60여 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

1980년대 이후 천수만 일대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두 개의 큰 호수는 간월호 방향의 A지구와 부남호 방향의 B지구로 분리됐다. 방조제 주변으로 섬이었던 곳들이 간척 농경지와 연결되면서 천수만 철새 도래지가 됐다.
 
멀리 대백로를 보기위해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망원경으로 철새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 철새탐조투어체험 멀리 대백로를 보기위해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망원경으로 철새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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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 살아 숨 쉬는 천수만 너른 벌판... 낮과 밤이 뒤바뀐 수리부엉이

지난 19일 오후 3시 30분, 천수만 겨울철새들을 보기 위해 서산버드랜드와 함께하는 천수만생태체험여행인 '철새탐조투어체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 두 번의 탐조에서는 어마어마한 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탐조에서도 기대한다"라는 우희경 생태해설사의 말에 탑승객들은 저마다 목에 걸린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대며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새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때 분홍색 부리와 선명한 흰색 이마를 가진 쇠기러기 무리가 무논(물이 있는 논) 위에서 한가롭게 씨앗을 콕콕 찍어 먹는 게 눈에 들어왔다. 광활한 천수만에서 열심히 먹고 편안하게 쉬면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철새들.

쇠기러기에 비해 큰기러기는 검은색 부리 끝에 주황색 띠가 있다. 천수만은 국제적으로 가장 큰 큰기러기 월동지역 중 하나로, 많을 때는 약 3만 마리가 넘을 때도 있단다. 지금은 큰기러기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천수만에서 발견된 밤의제왕 수리 부엉이
▲ 수리부엉이 지난해 12월 천수만에서 발견된 밤의제왕 수리 부엉이
ⓒ 문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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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에 빠져 있는 사이 해설사가 사냥의 명수로 꼽히는 맹금류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한국멸종위기동물 2급)를 발견했다면서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아직 어린 친구예요.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다고나 할까요. 크고 강력한 발과 멋진 비행 실력으로 인해 사냥의 명수로 불리죠. 저기 앉아 있는데 아마도 우리가 한 바퀴 돌고 올 때까지 저 자리에 앉아 있을 거예요.

사실 부엉이는 야행성이라 밤에 사냥을 하는 데 소리 없이 해치우지요. 그리고 낮에는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요. 낮에 저기 앉아 있는 이유는 아마도 배가 몹시 배고픈가 봐요."


수리부엉이는 개체수 조절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다. 아울러 부자새로도 불리우는 데 이유는 나무구멍으로 만든 집 속에 먹이들을 저장하는 습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러기 떼와 수리부엉이를 보며 탑승객들은 저마다 망원경을 들어 조류들을 탐색하기에 바빴고, 일부 어린이들은 들고 온 메모지에 꼼꼼하게 뭔가를 적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천수만에 살고있는 황새부부가 자식들이 떠난 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일부일처제 황새부부 천수만에 살고있는 황새부부가 자식들이 떠난 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문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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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가족 4남매의 아름다운 홀로서기
야생 황새와 인공증식 후 방사된 황새의 자연번식


지나는 길에 황새 가족 세 마리가 농경지에 앉아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도 보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국제적 보호종 황새는 서산 시민들에겐 버드와 랜드로도 익숙한 새다.

서산버드랜드에서는 지난해 2월 야생 황새와 인공증식 후 방사된 황새가 자연번식에 성공하여 지난 2월경 4개의 알을 산란했다. 야생 황새와 방사 개체가 짝을 이뤄 번식에 성공한 경우는 국내 첫 사례다.

이에 버드랜드는 황새들이 번식지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습지를 조성하고 주변의 방해요인 제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꾸준히 제공했고, 인근에서 이뤄지는 농로 포장 공사가 최대한 먼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동네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이렇듯 민관이 힘을 합쳐 지켜낸 황새네 새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난 5월 야생황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는 혈통을 보전하고 연구 보호를 위해 충남 예산황새공원으로 이송됐고, 그로부터 새끼들이 태어난 지 약 3개월이 된 6월에는 둘째와 셋째가 부모 곁을 떠났다. 그리고 가장 늦게 알에서 부화한 막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버드와 랜드 그리고 새끼 황새를 떠올리는 사이 해설사는 "황새는 성대가 발달하지 않아 소리를 내지 못해 부리로 탁탁 부딪히며 소리를 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황새 부부는 한동안 그렇게 탁탁 부리를 부딪치는 시간을 보내진 않을까.
  
천수만 농경지 위에는 시멜로처럼 보이는 하얀색 곤포사일리지가 쌓여있다.
▲ 하얀색 곤포사일리지 천수만 농경지 위에는 시멜로처럼 보이는 하얀색 곤포사일리지가 쌓여있다.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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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의 부활로 생태계 보존... '2025년 아시아 조류박람회' 성공의 그날까지 

황새가 앉은 무논 너머에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하얀색 곤포사일리지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새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물체로 보일 것이다.

"볏짚을 말지 말고 논바닥에 쫙 깔아놓으면 새들에게는 먹이로, 또는 앉아 있을 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이불 역할을 하겠지요. 요즘은 볏짚을 비닐에 둘둘 말아 소에게 먹일 사료와 농업용으로 쓰다 보니 새들에게는 겨울철 먹이 부족과 함께 서식 환경도 열악하게 되어 조류 감소에도 영향을 준답니다."

해설사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몇 해 전 투어 때와는 달리 무리수가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수만 조류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간월호 만수도 빼놓을 수 없다. 모래톱에 의존하여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하는 조류들은 모래톱의 유실로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만큼 모래톱은 생태계의 가치와 보전에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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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가지위에 앉아있는 가마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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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투어에서 바라본 하늘이 곧 어두워질 기세였다. 나무 위에 민물가마우지가 날개를 말리고 있었고, 흰뺨검둥오리 가족과 흑두루미 가족, 긴 목이 특징인 잠수성 뿔논병아리 가족, 고니 한 쌍도 간월호수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노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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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백로 무리가 한가로이 앉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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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겨울철새 대백로 무리가 천수만을 빛내고 있었고, 몸털이 부드럽고 풍성한 논병아리와 까딱까딱거리며 헤엄치는 물딱새가 종종거리며 갈대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천수만을 둘러보며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라는 정중동(靜中動)이란 글이 떠올랐다. 외부의 작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들이 심신의 안정을 찾으며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다시 출발해야 할 때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 행사인 '2025년 아시아 조류박람회(Asian Bird Fair 2025'가 2025년 서산시에서 열린다. 아시아 조류박람회는 26개국 300명이 넘는 국제대표단이 참석하고, 연인원 1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조류 행사다. 서산시는 울산광역시와 전남 순천시에 이어 국내 세 번째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

태그:#서산천수만철새, #서산버드랜드, #천수만생태체험여행, #철새탐조투어체험, #아시아조류박람회개최지천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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