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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림복지원 거주 5인에게 다가온 2023년 크리스마스 .
ⓒ 이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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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계시던 5인의 장애인 분들이 잠시나마 밖으로 나와 야외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 촬영에 지장이 있을까 봐 스태프들이 걱정을 하는 모습들이 역력해 보였다. 하지만 모두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오후가 되니 하늘이 활짝 갰다.

거주시설인 서산 서림복지원에서 지역사회로 자립을 희망하는 다섯 명의 장애인들의 얼굴에도 그제야 햇살이 가득했다. 그들 또한 비가 내리는 거리를 보며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지난 11월 27일 서산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센터장 권인자)에서는 멋진 인생을 렌즈에 담아내는 '내 인생 최고의 인생샷' 프로젝트가 서산 레이크야드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평소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히 하는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대표 김은혜, 이하 내봄눈)'에서 촬영복 대여와 참여자의 피팅, 사진촬영을 했으며, 대한적십자사 동문2동 자원봉사자들이 촬영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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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맏형 52세 박대수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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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가운데 가장 맏형인 52세 박대수씨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속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봉사자들을 즐겁게 했다. 둘째 형인 42세 김기삼씨는 매사 적극적이며 어린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가졌다.

장애가 있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선 조금 더 건강하여 동료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손과 발이 되어준 41세 김기일씨, 처음에는 긴장하여 부자연스러웠지만 이내 적극적인 표정과 포즈로 촬영에 임했던 40세 최수남씨, 여느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 깔아놓을 정도로 국악인 김산하씨를 좋아한 순수 청년 26세 김복남씨가 대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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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인생 최고의 인생샷을 찍은 시설거주 장애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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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남씨의 내인생 최고의 인생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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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만 살다가 나와서 사람들 만나니 너무 좋아요" 

제일 먼저 점심나절부터 미용이 시작됐다. 봉사자 한선미 원장과 류영인 실장이 곱게 화장을 하고 매만진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자 수남씨의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화장을 하니 그럴수 밖에.

연신 신기한 듯 긴장된 모습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본 수남씨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인 표정과 포즈를 취해나가며 촬영에 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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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인생 최고의 인생샷"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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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씨는 "시설에만 살다가 나와서 사람들 만나니 너무 좋아요"라며 다른 장애인들이 멋있어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빨리하고 싶다고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을까 봐 휴대전화로 문자로 써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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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의 손발이 되어 준 41세 김기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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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형 42세 김기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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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지만 다른 분들보다 조금은 더 건강한 기일씨는 함께 촬영 온 다른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손과 발이 되어주었고, 한쪽 구석에 놓인 소품 상자 속 선글라스를 발견하곤 쓰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사진찍기에 나서는 기삼씨의 모습도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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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 청년 26세 김복남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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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연예인 김산하를 좋아하여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 깔아놓을 정도로 열렬한 팬인 순수 청년 복남씨는 "나오니까 좋아요. 2024년에는 센터를 떠나 독립할 계획입니다. 봉사자님들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미용해주신 선생님은 어디에서 일하시는 분이세요?"라며 한참 외모에 관심이 가는 20대라 그런지 궁금증도 매우 컸다.

특히 평소 좋아하는 FT아일랜드의 레브레터 노래를 정광수 음악봉사자에게 신청하여 연주하자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여 휴대전화에 저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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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들과 봉사자들 단체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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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를" 

이번 행사를 추진한 권인자 센터장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톡톡 튀는 개성과 매력을 너무 잘 담아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무엇보다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미용 봉사자 한선미 원장은 말했다.

"봉사는 항상 아쉬운 것 같아요. 하고 나면 다음에 또 더 잘해드려야지, 어떤 걸 해드릴까, 뭘 해드리겠느냐는 숙제를 안고 가는 것 같습니다. 봉사 자체가 마지막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또 어떤 분들을 만나서 새로운 것들을 해드려야 되나 고민하며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서산지회 동문1동 문현애씨는 소회를 전하며 활짝 웃었다.

"너무 뿌듯하고 너무 즐겁고 너무 행복하고. 그동안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된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설에 있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찍었던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옆에서 보기만 해도 제가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내봄눈 김은혜 대표는 촬영 소감을 말하면서 행복한 연말 보내라는 덕담도 더불어 전했다.

"처음으로 남자만 다섯 분을 촬영해드렸는데 걱정과는 달리 너무 잘 웃어주셔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한결같이 '밖에 나오니 너무 좋다'라는 말씀을 하셔서 가슴이 뭉클했네요. 내년에는 이분들 모두 탈시설을 하신다니 잘 준비하셔서 성공적인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서산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내인생최고의인생샷, #내생애봄날눈이부시게, #서산레이크야드, #서림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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