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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봄은 옅은 쑥향내와 함께 온다. 한낮의 햇살에 따사로움이 조금씩 실려오는 2월로 접어들면 통영 서호시장 주위에 있는 식당들은 도다리쑥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통영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었던 것 같다. 서둘러 통영으로 향했다.
 
연하고 부드러운 봄도다리와 겨우내 해풍을 맞으며 자란 향긋한 쑥, 그리고 맑은 국물. 봄을 품은 도다리쑥국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봄도다리와 겨우내 해풍을 맞으며 자란 향긋한 쑥, 그리고 맑은 국물. 봄을 품은 도다리쑥국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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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터미널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 서호시장 곁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매년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들르는 단골식당이다. '도다리쑥국, 멸치회 개시'라고 써붙여 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주인이 한쪽에서 쑥을 다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도다리쑥국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정갈한 반찬과 함께 맑게 끓인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정갈한 반찬과 함께 맑게 끓인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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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은 정갈하고 도다리쑥국은 맑다.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향긋한 쑥향기가 입안에 감돈다. 2월 중순이면 한산도‧소매물도‧욕지도 등 통영 섬 곳곳에서 해쑥이 고개를 내민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쑥이나 냉동쑥은 향과 맛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산란기를 앞둔 싱싱하고 부드러운 도다리와 덜 녹은 땅을 뚫고 솟은 해풍쑥이 만나 일품 맛이 되었다. 하지만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나와 서호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할머니 한 분이 금방 땅에서 고개를 내민 듯 어린 머위잎과 쑥을 팔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머위잎을 샀다. 살짝 데쳐서 무쳐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그만이다. 
 
서호시장을 구경하다가 할머니 한 분이 어린 머위잎과 쑥을 파는 걸 보았다.
머위잎을 샀다. 살짝 데쳐서 된장을 조금 넣고 무쳐먹으면 쌉싸름한 봄맛이 
그만이다.
 서호시장을 구경하다가 할머니 한 분이 어린 머위잎과 쑥을 파는 걸 보았다. 머위잎을 샀다. 살짝 데쳐서 된장을 조금 넣고 무쳐먹으면 쌉싸름한 봄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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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동으로 건너왔다. 오래간만에 김춘수 생가 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듯 시를 썼던 김춘수 시인의 세련되고 깔끔한 작품을 좋아하기에 통영에 올 때면 종종 들르곤 한다. 생가 골목길 입구에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고 여기저기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골목 끝에 생가가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하다. 생가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벽에 써놓은 시를 읽으며 잠시 머물렀다.
 골목 끝에 생가가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하다. 생가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벽에 써놓은 시를 읽으며 잠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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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골목길에 그려놓은 벽화. 통영이 고향인 김춘수시인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생가 골목길에 그려놓은 벽화. 통영이 고향인 김춘수시인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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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에 있는 생가는 들어가볼 수 없었지만 벽에 써놓은 시를 한 글자씩 읽어가며 잠시 머물렀다. 다시 문화마당으로 돌아와 강구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통영이 아름다운 이유중의 하나가 바다를 품고 있기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강구안 바다에 떠있는 동백이. 통영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시화(市花)인
동백꽃을 결합하여 만든 캐릭터로 이름도 동백이다.
 강구안 바다에 떠있는 동백이. 통영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시화(市花)인 동백꽃을 결합하여 만든 캐릭터로 이름도 동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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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동백이가 떠있다. 통영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시화(市花)인 동백꽃을 모티브로 만든 귀여운 캐릭터이다. 나이가 다섯살인 동백이는 주민등록증이 있는 통영시민으로 주소는 통영시 동피랑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도심의 바다에도 봄기운이 내려앉아 있었다.

태그:#통영, #도다리쑥국,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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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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