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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날씨가 다소 싸늘한 느낌이다. 하늘에서 비만 내리지 않으면 비교적 외출하기 좋은 날이다. 겨울 내내 비로 인해 화창한 날씨를 거의 느끼지 못한 탓에 날씨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공원으로 떠났다, 내 반려견과 함께.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고 라면 2봉지와 김치 만두 4개를 가지고 공원으로 갔다
▲ 더비파크 (Derby Reach Regional Park)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고 라면 2봉지와 김치 만두 4개를 가지고 공원으로 갔다
ⓒ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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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주변으로 강이 있다. 강의 중심 방향 우측으로는 캠핑장이 있고, 좌측으로는 개 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좌우측 중심선에는 취사까지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이 있다. 집에서 출발할 때 간단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라면 두 개와 만두 4개를 준비해 왔다. 밑반찬으로는 김치를 가져왔다. 

오늘 공원 주변은 겨울날씨답게 제법 쌀쌀하다. 야외에서 따뜻한 국물과 함께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라면 이상 좋은 것이 없다. 라면을 먹고 커피 한잔의 여유 또한 공원에서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다. 

식사를 마치고 개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개 공원을 통과하는 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다. 혹시나 문틈 사이를 이용하여 개들이 공원밖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는 돌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고리를 이용하여 반드시 문을 잠그고 입장해야 한다. 
 
더비파그와 개 공원이 함께 위치해 있다.
▲ 개 공원 입구 더비파그와 개 공원이 함께 위치해 있다.
ⓒ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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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캐나다에서 일반 공원을 산책할 때에는 반드시 개 목줄을 이용해서 산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개 공원 내에서는 목줄을 풀어주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개 공원은 '개 위주로 특권을 누릴 의무가 있는 곳'이다. 

일반 공원을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개들끼리 시선만 마주쳐도 으르렁 거린다. 목줄이라도 놓쳐 버리면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싸울 기세이다. 개 공원에서는 달랐다. 목줄을 막상 풀어주면 예상을 깨고 개들끼리 금방 친숙해진다. 우려했던 것과 같은 충돌이나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데 개들은 순식간에 관심의 표현을 끝내고 광폭적인 출격에 나선다.
 
개 공원 내부 모습
▲ 개공원 개 공원 내부 모습
ⓒ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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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공원 옆으로 또 하나의 문이 마련되어 있다. 또 다른 개 공원을 통과하는 문이다. 이곳 문은 개 공원 내부에 설치되어 있어 단일 문으로도 충분하다. 이 문 역시도 통과할 때마다 문을 닫아 주어야 한다.

오늘 찾아간 개 공원은 다른 개 공원과는 달리 3개의 섹션(section)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섹션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3개의 섹션 출입에 별다른 제한은 없다. 다만 개 공원 면적이 광활하다 보니, 반려견 주인, 즉 보호자들의 편의를 위해 섹션을 나누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에는 개 공원이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람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모자랄 텐데 무슨 개 공원씩이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집 앞에 나가면 사방으로 공원이 있었다. 공원이 차고 넘쳐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공원은 인공적이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처음 캐나다에 와서 느끼는 공원의 분위기는 마치 미완성 공원과 같았다.

주택가나 길거리, 공원을 걷다 보면 사람과 반려견의 숫자가 대등할 정도로 많은 애견가들의 발길이 끊기질 않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익숙해져 가고 또한 직접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개 공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차츰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어쩌면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다면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마도 그간 캐나다 문화에 익숙해진 만큼 생각도 변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개 공원 내부 모습
▲ 개 공원 개 공원 내부 모습
ⓒ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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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개 공원을 빠져나왔다. 따뜻한 햇살이 그때서야 포근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시간대에 공원 산책을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 후회를 해 보았지만, 그런대로 추운 겨울의 느낌이 한편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다.

며칠 있으면 사정상 한국 귀국길에 올라선다. 언제 캐나다로 다시 돌아올지 기약은 없다. 당분간, 내 반려견(이름 Gogi)과는 오늘이 개 공원에서의 마지막 추억이 될 것 같다.

태그:#반려견, #캐나다, #애완견, #개공원, #더비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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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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