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원정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원정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얼었던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은 봄은 이제 내딛는 발걸음에 제대로 힘을 싣는 모양새다.

봄 매화를 보러 지난 16일, 경남 산청에 있는 남사예담촌에 갔다. 올해는 지난해 놓쳤던 '면우매'(면우 곽종석 선생을 기리는 매화나무)도 만나볼 생각이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됐다는 남사예담촌은 경남의 대표적인 전통마을로 18-20세기 전통한옥 40여 호가 남아있다. 
 
최씨고가 뜰에 만개한 최씨매
 최씨고가 뜰에 만개한 최씨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원정매가 있는 하씨 고가로 가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옛 돌담길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원정매는 만개해 있었다. 고려 말 원정공 하즙 선생이 직접 심었으며 수령이 680여 년이나 됐다는, 산청 3매 중의 하나이자 유일한 홍매화이다. 원목은 2007년에 고사하고 후계목이 자라 매년 꽃을 피운단다. 후계목이지만 수세(樹勢)가 대단하다. 

분홍빛 단아한 꽃잎 위로 봄기운이 그득 내려앉아 있다. 최씨 고가에 피어있는 최 씨 매화는 아담하고 단정하다. 남호정사 마당에 있는 이씨 매화도 활짝 피어 고가의 운치를 더해주는 듯했다.
 
하씨고가 마당에 피어있는 원정매. 원정공 하즙이 심은 수령 670여년 된 홍매. 원목은 2007년에 고사했으나 후계목이 자라 매년 꽃을 피운다.
 하씨고가 마당에 피어있는 원정매. 원정공 하즙이 심은 수령 670여년 된 홍매. 원목은 2007년에 고사했으나 후계목이 자라 매년 꽃을 피운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마을 앞으로 흐르는 남사천을 건너 이사재로 갔다. 이사재는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송월당 박호원의 재실이다. 남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뜰에 박씨매가 있다. 후계목인 박씨매는 아직 꽃잎을 다 열지 않았다.

이사재 곁에 있는 기산국악당 한쪽에는 기산매가 있다. 기산국악당은 국악운동의 선구자 기산 박현봉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국악운동의 선구자인 기산 박현봉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산국악당 마당에 피어있는 기산매
 국악운동의 선구자인 기산 박현봉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산국악당 마당에 피어있는 기산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활짝 피어난 기산매 옆에는 국악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맑은 정신과 향기가 온누리에 번지기를 기원한다는 기념비가 서있었다. 이제 '면우매'를 만나볼 차례다. 남사천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면우 곽종석 선생의 생가가 나오고 그 앞에 파리장서 전문을 새긴 탑이 서있었다. 

1919년 김창숙, 곽종석 등, 유림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던 베르사유 강화회의에 조선의 독립탄원서(독립호소문)인 파리장서를 보냈다. 이 일로 연루된 유림들은 일제에 체포되었고 면우선생도 옥고를 치르고 풀려났으나 후유증으로 이내 병사하였다. 
유림독립운동기념관 마당에 핀 면우매
 유림독립운동기념관 마당에 핀 면우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생가 곁에 있는 유림독립운동기념관도 둘러보았다. 기념관 마당에 있는 면우매 앞에 섰다. 작은 키에 옆으로 가지를 뻗은 면우매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다시 산천재로 이동하여 남명매를 만났다. 수령 460여 년이 된 남명매는 남명 조식선생이 61세 때 심었다고 전해진다.

천왕봉 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산천재 뜰에 만개한 남명매는 볼 때마다 남명선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왕정시대, 임금을 향하여 당시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남명선생, 구한말 애국지사로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면우 곽종석선생. 남명매와 면우매를 보며 신념과 지조를 중히 여기던 꼿꼿하고 올곧은 선비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구한말의 애국지사였던, 면우 곽종석선생.
 구한말의 애국지사였던, 면우 곽종석선생.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남명 조식선생이 심었다는 수령 460년 된 남명매
 남명 조식선생이 심었다는 수령 460년 된 남명매
ⓒ 김숙귀

관련사진보기


 

태그:#남사예담촌, #면우곽종석, #남명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