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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4월 19일 씨앗을 싹 틔우는 절기인 곡우 날, 미실란 식구들과 함께 파종을 했습니다(제가 대표인 농업회사법인㈜미실란은 전남 곡성에서 지구를 지키는 생태 농업을 실천하며 유기농 쌀, 발아현미, 미숫가루, 누룽지 등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품종별로 알곡과 쭉정이를 잘 골라내고 열탕 소독을 한 뒤 찬물로 잘 씻어준 다음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발아기에서 싹을 틔우면 뽀얀 어린 싹이 얼굴을 살짝 내밉니다. 상토로 채운 포트에 예쁘게 싹 틔운 볍씨들을 품종별로 정성스레 옮겨 심고, 다시 흙을 덮고 물을 뿌려 주며 농부의 사랑을 한 알 한 알의 볍씨에 듬뿍 담아 주었답니다.
 
19년째 기능성 발아현미와 친환경에 적합한 쌀 품종 연구를 위해 시민기자와 미실란 식구들이 파종을 이어가고 있다.
▲ 19년째 벼 품종 연구를 위한 파종을 이어가고 있는 미실란 식구들 19년째 기능성 발아현미와 친환경에 적합한 쌀 품종 연구를 위해 시민기자와 미실란 식구들이 파종을 이어가고 있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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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서 짓는 농사 말고도 제가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는 아주 작은 논이 한 곳 더 있습니다.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돌보고 있는 한 평 논인데요. <마을발견> 저자이기도 하신 송경애 선생님께서 몇 년 전 도시 아이들도 벼농사를 간접 경험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요청에, 지난해까지 3년간 광주 신용초등학교 '나는 생태학자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한 평 논에서 농사를 지었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언제든 살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논을 만들고 볍씨 한 알이 발아하여 벼꽃이 피고 이삭이 맺혀 밥상에 오르는 쌀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함께 관찰하고 살피는 활동이었지요. 아이들과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논 습지의 역할, 생명다양성과 건강한 먹거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살아있는 생태공부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년동안 광주 신용초등학교  "나는 생태학자다" 논생태 동아리 친구들과 3년에걸쳐 논습지와 우리 주식인 쌀의 가치등에 대해 함께 기록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 광주 신용초등학교 "나는 생태학자다" 동아리 친구들과 볍씨 파종하는 모습 3년동안 광주 신용초등학교 "나는 생태학자다" 논생태 동아리 친구들과 3년에걸쳐 논습지와 우리 주식인 쌀의 가치등에 대해 함께 기록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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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 후 "나는 생태학자다" 동아리 친구들과 한해 농사일기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파종 후 한해 농사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파종 후 "나는 생태학자다" 동아리 친구들과 한해 농사일기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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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주 월계초등학교에서 새롭게 논 생태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농부의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에 연락을 받아 잠시 고민했지만, 어린이 생태학자들을 만나는 그 기쁨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아이들이 모인 공간에서 벼의 한 해 성장 과정과 건강한 논 생태계에 대해 설명을 진행하는데 똘망한 눈빛으로 경청해 주는 모습에 한참을 신나게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 대상으로 한 볍씨 파종 강의... '어린 아이처럼 다루세요'
 
24년 올해는 광주 월계초등학교 생태학자들을 만났다. 송경애 교장선생님과 신용초에서 인연이 된 선생님의 요청을 받고 올해는 광주 월계초당학교 친구들과 생태농업 프로그램을 이어가네요.
▲ 파종하는 광주 월계초등학교 아이들과 선생님 24년 올해는 광주 월계초등학교 생태학자들을 만났다. 송경애 교장선생님과 신용초에서 인연이 된 선생님의 요청을 받고 올해는 광주 월계초당학교 친구들과 생태농업 프로그램을 이어가네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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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이론 강의를 진행한 후에는 반별로 볍씨 파종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를 살짝 눕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주듯 정성껏 파종하자고 알려주었더니, 아이들이 정말 잘 따라와 주더군요.

싹 틔운 볍씨를 포트에 2개씩 살포시 올려주고 상토를 덮어준 다음 촉촉하게 물 뿌리는 것까지 아이들이 직접 작업하며 차분하게 잘 마무리했습니다. 작은 볍씨가 자라 어린 모가 되고 분얼을 하며 수백 개의 낱알이 맺히는 과정까지 한 해 동안 곁에서 관찰하다 보면, 쌀 한 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절로 배울 수 있겠지요.

올해도 생태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깊이 공감해 주시는 적극적인 선생님들 덕분에 어린이 생태학자들과 귀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껏 볍씨를 올려 놓는 모습을 통해 생명 탄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답니다.
▲ 볍씨 두알씩 정성스럽게 상토 위에 놓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껏 볍씨를 올려 놓는 모습을 통해 생명 탄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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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육의 시작은 잘 설명하고 잘 듣는데서 시작된다. 파종하기 전 열심히 경청하는 아이들과 잘 설명하는 시민기자
▲ 파종의 시간 열심히 경청하고 있는 아이들 모든 교육의 시작은 잘 설명하고 잘 듣는데서 시작된다. 파종하기 전 열심히 경청하는 아이들과 잘 설명하는 시민기자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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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빠르게 날씨가 더워지면서 농촌 들녘의 모내기 시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고 건강한 지구와 생태계를 지킬 수 있도록 미실란은 올해도 변함없이 제초제 한 방울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5월 25일 토요일에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5월 북토크와 29번째 미실란 작은들판음악회가 열리는데, 이날 놀러 오시면 어린 모가 심어진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 보실 수 있으니 사랑하는 가족, 친구분들과 함께 방문해 주셔도 좋겠습니다(참조: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인스타그램 @bookfield2584).
 
올해는 지난해 보다 훨씬 빠른 모내기가 진행 되고
▲ 들녘은 논갈이와 모내기가 한창이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훨씬 빠른 모내기가 진행 되고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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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생태학교, #생태교육, #미실란, #이동현의농사일기, #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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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시절 오마이 뉴스를 만나 언론의 참맛을 느끼고 인연을 맺었습니다. 학위를 마치고 섬진강가 곡성 폐교를 활용하여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며 발아현미와 우리쌀의 가치를 알리며 e더불어 밥집(밥카페 반하다)과 동네책방(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농촌희망지기 역할을 하고 싶어 오마이 뉴스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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