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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 앞을 지나는 '국가보안법 폐지 서울지역 도보행진단'
ⓒ 송현석
지난 7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이하 한청)를 주축으로 하는 ‘국가보안법폐지 전국도보행진단’이 10년만에 찾아온 폭염을 넘고 태풍 속을 지나 1300여km를 두발로 걸어 전국을 순회했다. 그리고 40여일이 지난 오늘, 민주노총과 한청, 민주노동당, 여성, 범민련, 한총련 등이 함께 모여서 다시 도보행진에 나섰다.

한청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전국도보행진을 진행했던 이유는 가을이 되면 국가보안법폐지의 범국민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실상을 들여다보면 지난 여름보다 더 난감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란 무엇인가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일제는 조선인의 폭동이라며 무려 2만에 가까운 우리 선조들을 학살했다.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모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군국주의의 노예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선량한 농민들이었다.

일제는 미국 등 연합군 세력에 의해 경제엠바고에 놓이고 전황이 불리해지자, 일본 내부의 불만과 불평을 해소하기 위해 관동대지진을 이용해서 우리 선조들을 학살했던 것이다.

학살을 군국주의 정권의 유지수단으로 삼았던 일제는 1928년 2월 치안유지법을 제정했다. 헌병통치로 일관했던 통치방법이 3·1운동처럼 조선인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자 일제는 문화통치로 통치방법을 바꾸면서 ‘합법’이라는 허울로 포장된 탄압수단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치안유지법이다.

즉 일본은 일본 땅에서는 우리 선조의 노동을 수탈해서 전쟁을 하고, 학살을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면, 이에 분노하고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조선인을 억압하고 처형해서 식민지를 유지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 치안유지법이었다.

국가보안법은 이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1948년 형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탄생했다.

친일에서 친미·반공으로 말을 갈아탄 친일파들은 여전히 권력을 잡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족통일과 민중의 권력을 부르짖던 양심세력을 억압하기 위해서 급조한 악법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형법보다 앞서서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친일파들이 미군정에 빌붙어 생명을 유지하며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만들었던 권력유지법이다.

일제에 붙어 부와 권력을 누렸던 자들은 시대의 조류가 바뀌자 재빨리 친일에서 친미로 말을 갈아타며 권력을 유지했고, 정통성과 정당성이 결여되었던 이들에게 반공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유지와 치부의 수단이었다.

따라서 치안유지법이 식민의 상징이라면 이를 계승한 국가보안법은 식민의 치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과거의 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탄생된 국가보안법은 박정희와 신군부세력에 의해 더욱 교묘하고 치밀한 억압장치로 발전하고 반공반북이데올리기와 반민주·반인권적 사회구조를 정착시키는 선봉장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해마다 수만 명이 북에 관광을 가고, 수많은 남북교류가 경제, 학술, 문화, 체육을 넘어 정치, 군사 등 사회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0여년 동안 친일에서 반공반북으로 연명해온 수구세력의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국가보안법을 수호하자는 노인들은 ‘너희가 전쟁을 아냐’며 폐지하자는 사람들에게 말과 주먹을 들이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에게 제2, 제3의 홍난파가 되라고 한다.

우리는 수양동우회 사건(1937년 6월 안창호 등 150여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피검되었던 사건이 일명 수양동우회 사건이다. 홍난파 역시 이 사건과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피감되었는데 이 일 이후에 친일로 급선회한다) 이후 친일파로 급선회한 홍난파처럼 국가보안법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한다고 해서 민족의 평화통일과 민주, 인권을 포기할 수 없다.

수구세력은 국가보안법과 함께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100여년의 기득권에 위협을 느끼는 수구세력은 하나님과 반공을 앞세워 수구냉전의 시대를 강요하고 있다.

인간은 폭력보다는 평화를, 반목보다는 화해를, 독점보다는 공생을, 갈등보다는 협력을, 미움보다는 사랑으로 신의 영광을 빛내야 하건만, 한국의 보수교단은 북을 악마로 낙인찍고 화해와 평화보다는 전쟁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으며, 통일보다는 분단과 반공·반북·반민족 이데올로기를 심고 있다.

한국의 범개혁·범통일세력조차 사탄으로 낙인찍고 빨갱이로 몰고 있으며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들의 눈을 통해 보는 신은 만인에게 평등한 신, 자혜로운 신이 아니다. 그들의 신은 냉전수구, 폭력과 전쟁의 신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반공 목사들의 기도가 영험했는지, ‘국가보안법 사수대회’에 수만명의 인파가 모이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가 있는 곳이면 ‘할아버지부대’가 나타나 맹공을 퍼붓곤 한다.

실례로 건국대역 주변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건국대역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캠페인을 못한다고 한다. 수십 명의 ‘할아버지부대’가 아예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란다.

어느새 길거리에 냉전수구의 맹목적인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와 비이성적 폭력이 가득하다. 수구냉전의 나팔수인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은 월간조선이 교과서라며 수구냉전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있으며 조중동은 노무현 죽이기를 위해 언론조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6·15공동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서 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노래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국가보안법폐지와 과거청산 등, 수구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수구세력의 일련의 모습 속에서 과거 독일의 파시스트들이 자국 국민들에게 비판이성을 제거하고 도구이성만을 강요함으로써 파시즘의 도구로 전락시켰던 ‘20세기의 야만성’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느낀다면 필자의 과잉반응일까.

하지만 우리는 파시즘에 환멸을 느낀 호르크하이머와 아드르노처럼 조국을 버리고 떠날 수 없다. 우리는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준 이 땅과 이 사회를 사랑하며, 어제를 살아와 오늘을 우리에게 주고, 오늘을 살아가 내일을 물려줄 우리 민족과 민중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국을 두 다리로 온전히 돌고, 다시 서울을 돌려고 한다. ‘평화와 통일’, ‘이성과 실천’, ‘민주와 인권’을 향한 우리의 걸음은 우여곡절이 있어도 멈출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북을 여전히 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살려두는 방향으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대표적인 독소조항 국가보안법 7조 등을 사문화 시킨 점에서 민주와 인권을 향한 큰 진전이라며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민주와 인권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절반의 인식이다.

한국 사회의 민주와 인권에 대한 억압은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와 분단·냉전구조에 기초한 것이며 국가보안법은 그 수단이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방향성은 민족이익·민족단합과 통일이 전제된 입장에서 민주와 인권을 다뤄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고 6·15공동선언에 기초해서 통일로 나가자고 하면서도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살려두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반쪽자리 개혁은 열린우리당과 현정부 주변에 범개혁세력을 총결집 시키는데 실패했으며 개혁정당과 햇볕정책의 계승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흔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민주주의와 개혁,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라고 열린우리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을 기억하고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와 함께 민족의 평화통일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이 한 단계 성숙하길 바라며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걸을 것이다. 그리고 그 걸음들을 모아 초겨울 강바람을 가슴에 안고 국회 앞에 모일 것이다. 우리의 걸음이 온 산하를 뒤덮을 작은 촛불이 되길 바라며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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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은 한양대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교원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감 정책비서와 국회 보좌관, 교육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 (사)돌바내 이사이며, 2021년에 포스트86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연구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를 만들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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