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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다부지고 강인한 '보디가드'를 기대했지만 그것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아무리 뜯어봐도 태권도와 용무도가 각각 4단에 국내 최초의 여성 경호 전문업체를 탄생시킨 보디가드다운 구석이라곤 엿보이지 않았다. 치한을 제압하거나 불의의 테러에 몸을 던질 체구도 아니었다. 귀엽고 발랄한 얼굴로 수다를 떨어 인기 만점인 이웃집 새댁의 모습에 가까웠다.


고은정(35)씨는 갈수록 끔찍하고 흉포한 사건 사고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경호업계에 국내 처음으로 여성 경호 전문회사를 설립하여 신선한 충격을 던진 인물이다.  

 
"업무 중에는 털끝만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죠. 그러나 업무에서 벗어난 자리라면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놀면서 즐기려고 해요. 노는 방법을 바꾸니 인생도 바뀌더군요."


잘 놀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 하고 사업도 잘 한다고 했다. 스스럼 없이 다가가서 상대편을 편하게 해주는 그녀의 주특기는 그러나 '수다'가 아닌 '완벽함'이다.


우리 사회에 여성 경호원이 극소수였던 때 '여자가 무슨 경호야!' 하는 일반의 인식과 통념을 '완벽하게' 깨뜨려보고 싶었다. 곁 사람들이 손을 내저으며 만류했지만 고집불통 무에서 유를 창조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경호원이 전무하다시피한 가운데 우선 여성 경호원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부터 개설해야 했다. 모질고도 험한 길을 자청한 것.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빈틈없이 사업을 펼쳐나갔다.

 

잠 자는 서너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문무(文武)를 갈고 닦는데 쏟았다. 다섯 시면 잠을 털어내고 일어나 새벽 운동으로 하루를 여는 그녀는 이제 대학에 출강하여 후진을 양성하는 교수님으로, 경호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으로, 퍼스트 레이디라는 이름의 회사를 이끄는 전문 경영인으로 일인 다역의 고단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다.  


최근 그녀는 좀 더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 되기 위해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려보기로 했다. 정통 무예의 종주국인 중국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경호 서비스 시스템을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것. 얼핏 들으면 무모해 보이지만 이미 기반을 다져놓은 상태다. 그녀는 동료 직원들이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부터 희망과 비전을 갖지 않는다면 신뢰받는 회사란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녀만의 완벽함과 끝없는 욕심으로 비롯된 '일'때문에 이제 가정에서 ‘쫓겨나기 직전’이라면서 애교 섞인 엄살을 부렸다. 한달 스케줄이 빼곡하게 적힌 수첩에 밑줄을 그으며 지치도록 치열하게 일상을 창조하는 그녀의 삶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덧붙이는 글 | 고은정씨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성 전문 경호업체를 설립하여 경호 전문 지식과 실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로서 그리고 무예 종주국인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무대에 한국인의 자긍심을 떨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피플코리아>에도 실렸으며 경향신문 <뉴스메이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김철수 photoscreen@hanmail.net


태그:#고은정, #보디가드, #가순찬, #퍼스트레이디, #여성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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