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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실패한 갭의 '포스 앤 타운'
 베이비부머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실패한 갭의 '포스 앤 타운'
ⓒ 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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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의 25%를 이들이 사들였다."
"2015년에 총구매력이 26조 달러에 육박한다."
"늙었지만 정작 '실버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 늙지 않는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베이비붐 세대(Baby-boomers)'는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을 지칭하는 말. 2차 세계대전 승전 후 미국사회는 낙관적 기운이 충만했고 경제 역시 급성장해 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출산에 몰두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무려 7700만 명에 달한다.

정치적으로는 클린턴-힐러리, 문화적으로는 풍요와 히피로 상징되는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지난 50년간 미국 사회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들 베이비부머 역시 실버 세대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현대사의 최전성기를 마음껏 누린 베이비부머는 예전의 부모세대와 달리 전혀 '노인다운'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50대 이상 소비자가 25% 이상을 구입한 애플 '아이폰'
 50대 이상 소비자가 25% 이상을 구입한 애플 '아이폰'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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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부모세대는 은퇴 후에는 검소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신 디지털 제품을 왕성하게 사들이고, 여행과 레저활동에 적극적이며, 결정적으로 앞으로도 전혀 소비를 줄일 생각이 없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것.

예전의 잣대로는 최대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이들 '젊은 노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미국의 기업들은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기업의 마케팅은 전통적으로 18~49세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맞추어져 왔다. 이들은 활동적인 데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어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쏟는 연령대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기업들의 사랑을 받는 이 황금 연령대에 신규로 진입하는 인구가 100만 명에 불과한 데 반해 같은 기간에 50대에 접어드는 소비자의 수는 무려 2250만 명에 달한다. 싫든 좋든 미국의 기업들로서는 이들 중·장년 베이비부머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들을 겨냥한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베이비부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의 의류회사 갭이 40대 이상 세대를 위해 개발한 의류브랜드 '포스 앤 타운'이 대표적인 사례.

포스 앤 타운은 브랜드와 매장 디스플레이에서 중·장년층의 취향에 맞춘 마케팅을 벌였지만 정작 베이비붐 세대는 이 브랜드를 외면했다. 이 매장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자신이 늙었음을 만 천하에 공표하는 행위로 받아들였기 때문. 갭은 결국 4천만 달러의 손실을 본 뒤 '포스 앤 타운' 사업을 접고 말았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라고 늙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갈수록 노쇠해지는 몸에 맞는 소위 '실버 제품'이 꼭 필요하다. FT는 정작 자신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하지 않았는데도 이들로 북적거리는 회사를 예로 들어 이들을 공략하는 단서를 제시한다.

할인매장이지만 쿨한 이미지를 내세운 '타겟'과 저가항공사 '젯 블루'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 기업은 베이비붐 세대를 내 놓고 겨냥한 적이 없지만 저렴하면서도 쿨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늙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른 척하고 적당히 눈감아 주는 것이 비결임을 시사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한 가지 고민은 외롭다는 것. 이들 세대의 이혼율은 무려 38%에 달해 항상 파트너를 찾아 헤맨다. 따라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도 인기를 끄는 서비스는 짝짓기와 커뮤니티 섹션이다.

미국보다 20년 늦게 형성된 한국판 베이비 부머인 386세대 역시 10년 후면 서서히 중년층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을 겨냥해 실버 사업을 해보려는 한국의 기업들이 한 번쯤 참고해 볼 만한 미국의 트렌드다.


태그:#베이비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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