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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선관위의 부재자투표 홍보가 미흡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 부재자투표와 관련된 블로그 제주도의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선관위의 부재자투표 홍보가 미흡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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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 투표,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경남 진주에 사는 어느 블로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크게 분개했다. 그는 이번 대선 부재자투표를 신고하기 위해 한달 전부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게시물을 찾아보았지만 부재자투표에 관한 글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가 우연히 다시 홈페이지에 들렀을 때는 부재자투표 신고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나마 행운아에 속했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재자투표, 그게 뭐지?" 

부재자투표는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로서 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거 제도다. 부재자투표 신고는 구, 시, 읍면장에게 서면으로 직접 제출하거나, 또는 등기 우편을 보내는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번에 시행되는 제17대 대선을 위한 부재자투표 신고 기간은 2007년 11월 21일부터 11월 25일 5일 동안이었다.

중앙선관위는 부재자투표 신고자가 81만 755명으로 제16대 대선보다 5만6000여 명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서대문구 선관위 관계자도 올해 부재자투표 신고 건수가 총 4967건으로 지난 대선 때의 5416건보다 449건 감소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1월 15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지역 신문, 케이블TV 및 각종 언론사에 부재자투표에 관한 홍보를 부탁했고 같은 기간 동안 구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지역 내에 관련 자보를 붙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많은 지방 학생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미리 부재자 투표 신고하지 못한 학생들은 "홍보 부족이 심각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신문과 TV를 통해 부재자투표를 알게 된 학생들은 매우 드문 편이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홍진국(19·울산)군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가 부재자투표 신고 기간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하루 늦은 뒤였다. 그는 "서울에 올라와 지내는 많은 학생들이 TV, 컴퓨터 없이 생활한다"며 "이런 학생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역시 신고 기간을 뒤늦게 안 전용우(19·강릉)군은 "TV의 경우 대선 후보 광고도 중요하지만 자막으로라도 신고 기간을 알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대선 후보 홍보도 중요하지만 자막으로라도 부재자투표를 알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대선 후보들의 홍보용 벽보 "대선 후보 홍보도 중요하지만 자막으로라도 부재자투표를 알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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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선거 정보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도 홍보가 아주 미흡했다. 부재자투표 안내 게시물이 올라간 날짜는 부재자투표 신고 기간 바로 전날인 11월 20일 17:52였다. 게다가 부재자투표 안내 게시물이 서로 유사한 홈페이지 메뉴인 '정보광장'과 '알림광장' 중 '알림광장'에 위치해 있었다. 홈페이지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앙선관위는 이 글을 투표 신고 기간 전날 오후에 홈페이지에 올렸다.
홈페이지에는 서로 유사한 메뉴가 있어 부재자투표 안내 글을 찾기가 어렵다.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찾은 부재자투표 안내 중앙선관위는 이 글을 투표 신고 기간 전날 오후에 홈페이지에 올렸다. 홈페이지에는 서로 유사한 메뉴가 있어 부재자투표 안내 글을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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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투표권을 갖는 학생들의 경우 부재자투표 신고가 더욱 어렵다. 홍준영(19·군산)군은 "처음 투표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며 "사람들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도록 많은 곳에 공지를 했다면 투표율도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재자 투표에 대한 대학교 협조 부족

부재자투표 선거 기간은 오는 12월 13일부터 12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다. 부재자투표를 신청한 학생들은 이 기간에 선관위가 설치한 부재자투표소나 예외적인 경우 현재 생활하는 곳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부재자투표자 수 감소가 홍보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기간에는 많은 대학교에서 기말고사가 치러진다. 한양대는 12월 1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강대는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건국대는 12월 10일부터 12월 14일까지가 학기말 시험기간이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조혜진(19)양은 "시험 기간에 공부하다가 투표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학교에서도 부재자투표 신고 대상인 학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재자투표는 호적상의 주소로 가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 제도는 분명 사람들의 이동거리를 줄이고 투표율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재자투표 제도는 홍보 미흡과 타 기관의 협조 부족으로 제도의 잠재적 역할만큼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임다들(19·안산)양은 대학교의 협조에 관해 "대학교에서도 일정한 학생 수만 넘으면 학교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해 준다고 들었다"며 "작은 학교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부재자투표 신고자 비율을 기준으로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재자투표 신고가 저조하다는 보도는 이제 그만 돼야 한다. 다음 대선 때부터라도 젊은 유권자 층이 두터운 대학과 선관위가 서로 협조하여 열띤 홍보를 펼친다면, 대한민국을 '어쩔 수 없이' 저버리는 청년 부재자들의 수는 크게 감소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을 만들 국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부재자투표 제도가 존재하는 것 만큼이나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다.
▲ '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대한민국을 만들 국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부재자투표 제도가 존재하는 것 만큼이나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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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재자투표, #대선,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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