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최고의 투수에게는 역시 그에 걸맞은 '최고의 몸값'이 필요한 모양이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좌완투수 요한 산타나(29·뉴욕 메츠)가 2일(이하 한국시각) 소속팀과 7년간 1억5000만 달러(약 1416억원)에 계약했다. 투수로서는 역대 최고액이다.

산타나는 지난달 30일 4대1 트레이드로 원 소속팀 미네소타 트윈스를 떠나 메츠에 안착했다. 산타나의 트레이드 상대는 외야수 카를로스 고메스, 투수 필 험버, 데오리스 게라, 케빈 멀비다. 메츠는 산타나의 영입 이후 장기계약을 서둘렀고 결국 성사시킴으로써 3일 신체검사를 마칠 경우 트레이드를 공식 인정받게 된다.

전 소속팀 미네소타에서 올해 1325만 달러(약 127억원)의 연봉 계약이 되어 있던 산타나는 7년 계약 외에도 2014년 1875만 달러(약 177억원)의 구단 옵션(계약 무산시 550만 달러)을 얻어냈다. 따라서 이번 계약은 메츠의 구단 옵션 선택 여부에 따라 최대 8년간 1억5775만 달러(약 1489억원) 규모로 확대될 수도 있다.

계약 총액, 얼마나 많나?

메이저리그의 투수 최고액 계약은 산타나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가 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산타나는 이번 계약으로 700만 달러(약 66억원)의 계약금을 제외할 경우 2042만 달러(약 193억원)의 평균연봉을 받게 됐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 히토키(34·주니치 드래곤스)가 최고 연봉 투수다. FA를 획득했던 이와세는 지난달 4일 구단과 1년간 4억3000만엔(약 38억원)에 계약하면서 우에하라 고지(33·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봉 4억2000만엔(약 37억원)을 넘어섰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LG 트윈스의 에이스 박명환(31)이 올해 최고 연봉 투수가 될 전망이다. 박명환은 2006년 12월 LG와 4년간 최대 40억 원에 계약했다. 여기서 10억원의 계약금과 2억원의 옵션을 제외하면 박명환의 순수 연봉은 4년간 각각 5억원이다.

지난해까지 투수 중 최고 연봉 선수는 6억3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베테랑 좌완투수 구대성(40·한화 이글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던 구대성은 올해 25% 삭감을 당해 4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돼 투수 연봉 2위로 밀렸다.

이렇게 따져볼 때 산타나의 연봉은 이와세의 약 5.1배, 박명환의 약 38.6배 수준이다.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금까지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투수는 자유계약선수(FA)인 로저 클레멘스(46)뿐이다. 클레멘스는 2006년 2200만 달러(약 208억원), 2007년 2800만 달러(약 264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지난 2년간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였다. 약물 파동과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는 클레멘스는 올시즌 출장이 불투명하다.

타자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0만 달러 이상 평균연봉을 받는 선수는 장기계약으로 묶여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33·뉴욕 양키스), 매니 라미레스(36·보스턴 레드삭스) 둘뿐이다. 로드리게스는 연평균 2750만 달러(약 260억원)를, 라미레스는 2000만 달러(약 189억원)를 받고 있다.

전성기 써먹고 팔기, 미네소타의 '남는 장사'

@IMG@

베네수엘라 출신의 산타나는 199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마추어 자유계약선수로 계약해 미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1999년 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룰5 드래프트에서 산타나를 데려왔다. 기대도 크지 않았고 계약금도 없었으니 거의 공짜로 영입한 셈이다.

하지만 산타나는 미네소타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우량주였다. 2000년부터 새로운 팀 미네소타에서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를 잡은 그는 3년 뒤인 2002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8.1이닝을 던졌다. 여기서 거둔 성적은 8승 6패 평균자책점 2.99였다. 룰5 드래프트를 거친 선수로는 굉장히 뛰어난 성적이었다.

이듬해인 2003년은 2002년의 활약이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산타나는 규정이닝에 1.2이닝 모자란 158.1이닝을 던져 12승 3패 평균자책점 3.07의 빼어난 성적으로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투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 것이다.

이후 산타나는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2004년과 2006년은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5년간 산타나가 거둔 승수는 무려 82승(12-20-16-19-15)이었다.

이렇게 미네소타는 산타나의 전성기를 FA가 되기 전 비교적 싼 값에 잘 활용했다. 미네소타는 1991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산타나가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동안 4번(2002~2004, 2006년)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더구나 미네소타는 올해를 끝으로 FA가 되는 산타나를 잡을 능력이 없었다. 지난해 1300만 달러(약 123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산타나는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였다. 만약 마무리 투수인 조 네이선(525만 달러)까지 제외할 경우 지난해 미네소타에서 500만 달러(약 47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미네소타의 팀 연봉은 30개 구단 가운데 중하위권 수준인 19위(7143만9500 달러)에 그쳤다.

그간 산타나는 위와 같이 투자에 인색한 미네소타 구단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왔다. 미네소타의 한계는 최근 네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이 모두 두 번째 관문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미네소타는 더 이상 감당할 여력이 없던 산타나를 내주고 4명의 유망주를 받아왔다. 당초 양키스와 보스턴에게 받을 필 휴즈, 멜키 카브레라, 코코 크리스프, 존 레스터와 같은 선수에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남는 장사'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메츠, '산타나 효과' 볼까?

메츠는 지난해 1게임차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밀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가장 큰 이유는 중요한 순간에 믿을 만한 에이스가 없었다는 점. 에이스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어깨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5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산타나를 영입한 메츠는 2008시즌 산타나, 마르티네스를 비롯해 존 메인, 올리버 페레스, 올랜도 에르난데스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갖춰 설욕에 나서게 됐다. 특히 산타나와 마르티네스가 규정이닝만 채워줘도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메츠는 팀 타율 .275, 팀 OPS(출루율과 장타율 더한 값으로 타자들의 공격능력을 비교적 간단히 나타내는 수치) .775를 기록했다. 이는 내셔널리그 평균 타율 .255과 평균 OPS .737을 훨씬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투수들의 장기계약이 성공적으로 끝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 그것. 투수 최초로 총액 1억 달러(1억500만 달러, 약 991억원)를 돌파한 케빈 브라운(은퇴)과 올해까지 8년간 1억2100만 달러(약 1142억원)로 계약되어 있는 마이크 햄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투수 장기계약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계약 7년간 브라운은 72승을 올리는데 그쳤고 햄튼은 53승을 올린 가운데 한술 더떠 지난 2시즌(2006, 2007년)을 내리 쉬었다.

가까이는 2006년 12월 7년간 1억2600만 달러(약 1190억원)로 계약한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사례도 들 수 있다. 당시 FA 자격을 획득, 투수 최고 대우를 받았던 지토는 지나친 몸값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계약 첫해 11승 13패 평균자책점 4.53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유일한 위안 거리는 큰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34번 등판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현재 산타나는 지난해 지토와 몹시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 아메리칸리그에서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로 이적한다는 사실과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산타나는 지토에 비해 시속 5마일(약 8km) 가량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데다 구종도 다양한 편이다. 지토가 변화구인 커브에 크게 의존한다면 산타나는 뛰어난 체인지업 이외에도 수준급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적잖은 차이점이다.

또한 지토의 하락세에 비하면 산타나의 하락세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산타나는 지난해  15승 13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고 219이닝 동안 이닝당 1.07개에 해당하는 23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1점을 획득, 공동 5위에 뽑히기도 했을 정도였다.

물론 곧 30대가 넘어가는 산타나가 계속 꾸준한 활약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투수의 장기계약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인 '부상'은 산타나가 반드시 피해야 할 장애물이다.

산타나가 최고 몸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메츠의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메츠의 신 에이스 산타나가 좌완, 구 에이스 마르티네스가 우완이라는 점은 마치 정교하게 맞물리는 두 조각 퍼즐의 만남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스포츠 관련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요한 산타나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미네소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top